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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2.10.11 [작은 아씨들] 고전의 재해석 속 욕망의 서사가 돋보인 세자매의 미친 드라마 (정서경 작가 김희원 연출)
  2. 2021.11.07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선보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 (김고은x안보현)
  3. 2020.06.20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 : 과도한 PPL이 아쉬움을 더한 평행세계 판타지 로맨스의 시간
  4. 2017.08.19 [드라마] 도깨비 :: 쓸쓸하고도 찬란한 신과 인간의 판타지에 담긴 삶과 죽음
드라마 취향2022. 10. 11. 05:20

[작은 아씨들] 고전의 재해석 속 욕망의 서사가 돋보인 세자매의 미친 드라마 (정서경 작가 김희원 연출)

*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tvN 토일 드라마로 주말을 책임졌던 [작은 아씨들]이 12부작으로 종영했습니다. 약 150년 전 루이자 메이 올콧으로부터 탄생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고전의 색다른 재해석을 통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잔혹동화 속 해피엔딩을 만나보게 해줘서 흥미롭기 그지 없는 시간을 보냈음을 인정합니다. 

 

 

작품을 시청하기 전까지만 해도 책의 제목만 따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스토리적으로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재밌었어요. 기본적인 틀은 닮아 있었으나 정서경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필력이 발휘됨에 따라 남다른 퀄리티의 미친 드라마를 만나보게 돼 짜릿했답니다. 

 

[작은아씨들 인물관계도]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돈독한 우애를 나누며 자란 오인주, 오인경, 오인혜 세 자매가 거액의 돈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건설 회사 경리로 일하던 인주가 하나 뿐인 직장 동료이자 마음을 나누게 된 친구와 다름 없었던 진화영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뜻밖의 사고에 휘말리며 맞닥뜨리게 된 흐름이 눈여겨 볼만 했어요.

 

회삿돈 700억을 횡령하고 불법 비자금 장부를 빼돌린 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화영은 죽기 전, 20억의 현금을 인주에게 남겼는데 이로 인한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때부터 박재상 집안의 재산을 관리하는 최도일과 감춰진 돈을 찾아내려다 원령가에 발을 들인 인주의 위험천만한 선택, 기자로의 본분을 다하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원령가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려 애쓰던 인경의 정의, 박재상과 원상아의 하나 뿐인 딸 효린과 절친으로 가난한 집을 벗어나 원령가에 머물게 된 인혜의 결심이 각기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도우며 각자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설 [작은 아씨들]이 꿈과 사랑으로 가득한 네 자매의 일대기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횡령을 시작으로 살인과 폭력이 더해진 스펙타클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장르에 충실하며 현실에 걸맞는 스토리를 맞닥뜨리게 해줘 상반된 온도차가 강렬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 자매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던 순간들이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쫓고 쫓기는 추적극과 서로를 위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가 교차되며 만나볼 수 있었던 촘촘한 구성은 감탄을 불러 일으켰답니다. 치밀한 전개로 구축된 여성서사의 묘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만의 강점이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모든 악의 근원이 눈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박재상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틈날 때마다 기회를 엿보며 서슴없이 만행을 저지르던 원상아였음이 밝혀졌을 때의 짜릿함도 기대 이상이었다죠. 환각을 경험하게 만드는 푸른 난초로 인한 연쇄 살인과 정란회의 정체 및 이와 관련된 내막마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순간이 상당했습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작은 아씨들] 8회 엔딩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진화영인 척 꾀어내 700억을 손에 넣으려 했던 원상아에게 총을 겨누던 오인주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김고은의 연기에 다시금 반하지 않기가 더 힘들 정도였어요.

 

박장혁 촬영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테일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김고은이었다고 하니, 오인주와 김고은의 싱크로율이 완벽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배우들의 열연과 탁월한 스토리 외에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미장센으로 각광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선사한 판타지 가득한 공간의 매력이 김희원 연출의 섬세함과 조화를 이뤄내며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일이 적지 않아서 눈이 즐거울 때가 많았답니다. 

 

특히, 원령가에 자리잡은 난실은 화룡점정이었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게 되면서 오인주(김고은)와 최도일(위하준), 오인경(남지현)과 하종호(강훈), 오인혜(박지후)와 박효린(전채은)이 힘을 합쳐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 역시도 흥미진진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인주와 도일의 관계가 썸으로 그치며 재회를 기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반면, 인경과 종호의 사랑은 연애로 이어지며 현재 진행중, 인혜와 효린은 영화 [아가씨]의 숙희와 히데코를 연상시키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돼 만족스러웠습니다. 

 

 

덧붙여 빌런으로 등장한 박재상(엄기준)과 원상아(엄지원)의 애증도 빼놓을 수 없었는데요, 아내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던 재상의 헌신은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근데 여태껏 저지른 죄가 많았기에 박재상의 최후가 그리 슬프진 않았어요.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주요 남성 캐릭터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찐사랑꾼이었는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형을 오롯이 표현해낸 것 같아 이 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치만 뭐니뭐니 해도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접하게 된 사랑 중의 사랑은 화영인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눈물겨웠어요. 죽음에 앞서 인주에게 많은 돈을 남긴 화영, 화영의 죽음이 위장이었음을 깨닫고 분노하지만 원상아의 협박에 언니를 구하려 한달음에 달려가던 인주, 싱가포르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한 인주를 대신하여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원상아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도우려 다친 몸을 이끌고 온 힘을 다하던 화영의 절절함은 잊지 못할 거예요.

 

인주의 행복을 바라던 화영, 화영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원하던 인주는 피로 맺어진 혈연을 뛰어넘는 우정의 본보기로 심금을 울렸습니다. 

 

한편, 드라마 [작은 아씨들] 최고의 반전으로는 앞서 끄적였던 진화영의 위장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게 진화영의 큰 그림으로 원상아를 향한 복수가 목적이었음을 알게 돼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긴 하더라고요. 다만, 인주가 말려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지라 이에 따른 후폭풍이 어마어마해서 놀라웠을 거예요. 그래도 사실을 폭로하고는 죄값을 치르겠다고 밝혀 이 점도 감명깊은 여운을 전했습니다. 

 

진화영 역 추자현은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작품에 없어서는 안될 씬 스틸러로 멋진 활약을 접하게 해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드라마 초반에서 맞닥뜨리게 된 추자현의 무게감이 작품을 계속 시청하게 만든 힘이었다죠.  

 

덧붙여 최종 빌런으로 본색을 드러낸 원상아 역 엄지원의 연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전사가 되고 싶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직 자기자신 밖에 모르는 인물로 손에 닿는 건 부숴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미친 인간임을 꿰뚫어 본 이들로 말미암아 욕망을 해소하지 못하게 되자 닫힌 방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하여 죽음으로 안내하던 냉혹함에 소름이 돋을 때가 없지 않았어요. 

 

 

여기에 더해 부유한 집안의 딸다운 럭셔리한 패션 스타일과 우아함을 앞세워 내재된 악의 본성을 야금야금 표출하다 결국에는 폭발해버리던 순간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지요. 그 와중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고 본인의 꾀에 속아 인주와 화영을 대신하여 염산으로 가득한 난실에서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은 점이 빌런에 걸맞는 마지막이라고 여겨졌어요. 

 

인주의 계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700억은 도일 100억, 효린 100억, 인혜 100억, 인경 100억, 인주 300억으로 분배가 이루어지며 세 자매가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결말로 완성돼 흡족했습니다. 인혜의 편지 속에서 자매들을 위한 집이 아닌 인주만을 위한 아파트를 구하라던 얘기도 감동적이더라고요. 

 

번외로, 드라마 [작은 아씨들] 12회에서 700억 횡령 혐의로 감옥에 갔던 인주가 풀려났을 때 인경과 종호가 기다리고 있다가 두부를 건네주던 장면은 웃음을 터뜨리게 도왔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종호답게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이쑤시개에 꽂아 한 조각을 인주에게 건네던 배려와 센스가 친절함 그 자체라 보기 좋았어요. 이 부분은 제작진의 세심한 디렉팅으로 연출된 장면일텐데, 캐릭터의 성정을 부각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었던지라 탄성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까메오 출연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신현민 역 오정세, 원령가 장남 원상우 역 이민우, 결정적인 사건으로 나아가게 만든 고모할머니 오혜석 역 김미숙, 박재상재단 실장 고수임 역 박보경의 열연이 훌륭했음을 이야기해 봅니다. 

 

이외에도 매회 포착되는 장면 연출 속 디테일한 묘사 및 배우들의 호연이 스토리와 잘 맞아 떨어져서 긴장감을 손에 쥔 채로 몰입하며 잘 봤습니다. 잔혹동화와 해피엔딩을 같은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어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김희원 연출과 정서경 작가를 필두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출연진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감배의 어우러짐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음을 써내려가며 오늘의 드라마 리뷰를 마칠게요. 고전의 재해석 속 욕망의 서사가 돋보인 세자매의 행보가 미친 드라마임을 입증시키며 마무리가 돼서 통쾌했어요.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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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드라마 취향2021. 11. 7. 15:51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선보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 (김고은x안보현)

tvN 금토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14부작으로 최근에 종영했습니다. 시즌제를 예고한 작품인 만큼, 시즌1이 끝난 뒤에도 시즌2를 기대할 수 있어 많이 아쉽진 않았답니다. 덧붙여, 이동건 작가가 선보인 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남다른 퀄리티를 뽐내는 드라마를 탄생시켜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기 충분했다지요. 그 이유는 바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이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며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에요. 

 

 

참고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김유미가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이로 인해 유미가 확인하게 해주는 직장인의 삶과 더불어 구웅과의 연애를 통하여 맞닥뜨릴 수 있었던 감정의 희로애락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냈음을 밝힙니다. 

 

덧붙여 세포 자극 공감 로맨스 장르를 표방한 만큼, 캐스팅된 배우들의 열연 못지 않게 3D 애니메이션 속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한 세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도 최고였음은 말해 뭐해요. 

 

그 와중에 구웅 역의 안보현은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한 비주얼 싱크로율을 선보여서 깜짝 놀라고야 말았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에 공개된 촬영 장면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실제로 방송으로 만나니 더 대단하게 느껴져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유미와 연애를 할 때마저도 구웅이 1위로, 우선순위에 있어 자기 자신이 먼저였던 자존심 강한 웅이의 면모가 두 사람을 이별의 길로 이끌었지만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 있어서든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나를 지키면서 사랑을 해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여겨졌거든요. 답답한 면모가 없지 않은 캐릭터였으나 유미의 인생에 있어 강렬함을 선사한 첫번째 연애의 주인공으로는 손색이 없었다고 봅니다.

 

덧붙여, 웅이의 세포들 중에서는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하는데 집중함으로 말미암아 유미와의 연애에 큰 도움을 주었던 수련 세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답니다. 웅이의 프라임 세포가 사랑 세포와 취미 세포가 조화를 이룬 빠돌이 세포였던 점도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를 맡은 김고은의 활약 또한 최고였습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웹툰의 영향으로 인해 캐스팅 논란이 적지 않았으나 배우 특유의 연기력으로 이를 잠재우며 환상적인 싱크로율을 확인하게 해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답니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가 사랑세포인 관계로, 김유미의 삶 속 연애가 중점적으로 보여지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변화를 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시즌1의 말미에 다다랐을 때 대한국수 재무부 대리에서 마케팅 부서로 이동하며 꿈을 위하여 발걸음을 내딛게 된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을 마주하게 해줘 만족스러웠어요.   

 

그래도 일단은 유미와 웅이의 연애가 맞닥뜨리게 해준 러브 스토리가 현실적이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시청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 속에서 유미의 세포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감명깊은 여운을 남겼음을 인정합니다.  

 

덧붙여,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을 자아냈던 명장면은 바로 이 순간이었어요. 유미가 꿈에서 게시판 세포를 만났던 찰나요. 웅이와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소원을 담은 메모를 게시판에 붙이려던 유미에게 게시판 세포가 했던 말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어요. 미안하지만 웅이는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며,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다고, 이곳의 주인공은 한 명이라는 얘기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기억해야 할 한 마디와 같아서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습니다.

 

그렇게 웅이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 유미가 이별카드와 랜덤카드를 손에 쥔 상태에서 오직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세포들의 역할이 인생의 멘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눈을 떼지 못했답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 있어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해 주었던 건 맞지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건 세포들의 힘이 가장 컸다고 봅니다. 사실 이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세포들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가 관건이었는데, 실사화를 택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의 묘미를 생생하게 잘 살려서 한층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해 보는 저의 최애세포는 출출이인데요, 다른 세포들의 개성 역시도 남달라서 볼 때마다 마음이 움직이는 중이랍니다. 세포들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들도 캐릭터와 찰떡궁합을 일깨워줘서 금상첨화였다죠. 그 와중에 응큼세포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가 개그맨 안영미인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더불어 감성세포를 맡은 박지윤 성우의 연기도 기억에 남았어요. 노래 부를 때 마이크를 쥔 손의 새끼손가락이 올라간 디테일도 웃음을 자아냈고 말이지요. 유미에 관한 모든 자료가 담겨 있는 유미 대도서관에 견학 간 아기세포들도 귀여웠어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토대로 원작에 없는 부분을 가미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해서 시즌2도 얼른 보고 싶어졌어요. 이루비 역의 이유비, 서새이 역의 박지현, 채우기 역의 최민호, 이다 역의 미람, 남과장 역의 정순원, 루이 역의 주종혁, 지우기 역의 이상이의 연기도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져서 보는 내내 웃고 울게 됐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담백한 엔딩으로 시즌1이 마무리된 점도 훌륭했습니다. 이별한 유미의 모습에 슬픔이 차오르긴 했지만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2는 유바비 역의 갓세븐 진영이 본격적인 남주로 등장을 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전해줄 텐데, 시즌1에서 뿌려놓은 떡밥 회수와 더불어 유미와의 연애가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바비의 세포들도 빨리 보고 싶은 게 사실이고요.

 

시즌제를 확정지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2는 2022년 방영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 설렙니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마냥 두근거리지만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네요.

 

그치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지금까지 접해 본 적 없는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의 매력이 상당하기에 시즌2 역시도 시청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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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드라마 취향2020. 6. 20. 11:26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 : 과도한 PPL이 아쉬움을 더한 평행세계 판타지 로맨스의 시간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SBS 금토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가 16회로 종영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작품임과 동시에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해서 호기심이 증폭됐던 것도 잠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끝내 지키지 못한 채로 마무리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이 작품은, 평행세계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 작품으로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자아냈답니다. 악마에게 맞서 차원의 문을 닫으려는 이과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려 애쓰는 문과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펼치는 동안,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중심으로 담아낸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였어요. 



평행세계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구태의연하다 못해 식상해진 백마 탄 왕자님 유형의 남자와 씩씩함으로 무장한 캔디형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러브 스토리를 탄생시켰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가의 전작들에서 익숙하게 봐온 캐릭터의 재탕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싶네요.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는 변화를 꾀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제자리였기에, 역시나 할 말은 다 한 거라고 봐야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통하여 평행세계를 구축한 것까진 좋았으나 오프닝 영상 이미지부터 계속된 각종 논란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져버리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했던 건, 배우들의 열연과 여전히 존재하는 감칠맛 나는 대사와 소재에 따른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음을 밝힙니다.


게다가 의외로 1회부터 커다란 난관에 부딪쳐 자진하차를 외치는 지인들이 속출했다지요. 여러모로 드라마 초반부터 항마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상당했음을 저 또한 인정해요.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저는 생각보다는 재밌게 잘 봤어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백마 탄 왕자님으로 지칭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것은 그저 은유일 뿐이었지, 실제로 이러한 캐릭터를 눈으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을 현실판 백마 탄 왕자님으로 만나보게 해준 것이에요!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재력을 겸비한 왕이 백마를 타고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곤 역의 이민호와 맥시무스 역의 맥시무스로 인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이곤이 평소와 다르게 움찔거리는 맥시무스를 달래기 위해 쓰다듬으며 "왜 그래, 맥시무스."라고 말하던 순간은 그리하여 첫회의 명장면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글거림이 전해져 오는 대사였지만, 이민호는 다양한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속 남자 주인공을 섭렵해 온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시나 침착하게 맡은 역할을 해내며 완벽함을 선보였습니다. 역시, 이민호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 정도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탈주각을 재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 또한 가능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이야기를 감당해 낼 수 없을 거란 예감이 강해졌을 거예요. 이게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겠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배우는 죄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형사로 나라를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이던 정태을은, 화려한 발차기를 포함해 그동안의 내공으로 다져진 무술 실력이 돋보임과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 해결에 임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특히, 대한제국을 알게 되면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달려나가는 용기가 인상깊은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장점인 김고은의 매력이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사에 담긴 개그 코드도 제대로 캐치해 냄에 따라 이로 인한 표현력 역시도 기대 이상이상임을 확인하게 해줘서 좋았어요. 전형적인 캔디형 여자 주인공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그거야말로 제작진의 의도에 따른 것이었을 테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조은섭*



*조영*


평행세계라는 설정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에는 동일인물이 살고 있어 배우들 대부분이 1인 2역을 소화해 내야 했습니다. 생년월일, 지문, DNA 등이 똑같지만 이름과 직업 등은 다른 게 특징이었지요. 그로 인해 다재다능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중에서도 우도환의 1인 2역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영은 대한제국의 황실 근위대 대장으로 주군인 이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한 인물로,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게 장점이었어요. 반면에 조은섭은 대한민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동시에 쌍둥이 동생 은비까비의 육아까지 책임지고 있는, 친화력이 뛰어난 캐릭터였답니다.



유창한 사투리와 서글서글한 성격에서 개성이 느껴지던 조은섭은 평소에는 허술해 보였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남다른 대처 능력으로 유연하게 상황을 극복해 내며 도움을 주는 강점이 있었고, 조영은 똑부러지는 성격을 보유한 반면에 융통성이 없어 잠시 동안 평행세계에 머무는 동안에도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기 일쑤였어요. 특히, 은비와 나리에게 말이죠.


아마도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는 배우 우도환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뚜렷한 개성으로 1인 2역에 차별성을 두었으니, 칭찬할 만 합니다. 이로 인해 서브 남주 띄우기에 한 획을 그었다고 알려진 김은숙 작가의 능력 또한 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들을 한 장면에 넣기 위해 사용된 연출적 효과도 훌륭했습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인물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악의를 품은 채로 만나러 왔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요.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정태을을 꼭 닯은 대한제국의 루나는 근친왕 이림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 그게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태을이 없어지면 원했던 삶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선택으로 나아가는 루나의 모습이 옳은 걸 알면서도, 지금껏 힘겹게 살아 온 과정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어요. 



대한민국의 나리나리명나리는 대한제국의 명승아보다 더 우월한 존재감과 월등한 재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캐릭터의 쓰임새는 그에 미치지 못해 씁쓸함을 전해주었습니다. 특히, 나리의 경우에는 밀크티 홍보를 위해서만 출연하는 분위기가 감돌았어서 더 그랬어요. 


밀크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카페 사장으로 가게를 찾아 온 손님들에게 음료를 판매하고 직접 만들어 마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슈퍼카 여러 대를 보유한 인물로 PPL을 위해 소모된 걸로 보여져 안타까움이 더해졌습니다. 그치만 김용지라는 좋은 배우를 처음 알게 해준 건 맞으니까 차기작은 기대해 보기로 합니다. 일단, 눈도장은 제대로 찍은 셈이라고 보여지니까요. 



사실,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는 과도한 PPL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 제작협찬이 들어오는 일은 당연한 거고, 그리하여 작품 속 PPL을 통한 상품 노출에 시청자들도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그치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강력3팀에서 장미로 불리는 막내 장미카엘(강홍석)이 잠복수사 중 태을에게 컵라면과 함께 봉지김치를 품에서 꺼냈는데, 그 김치를 건네주기 전의 포커스가 장미가 아니라 볶음김치 포장지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저는 그만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둘이 함께 있을 때 보여진 PPL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장미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자 태을이 보습밤에 대한 설명을 홍보문구 그대로 읊는 듯한 대사 또한 폭소가 터져 나오게 만들어 고개를 절레저레 내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피피엘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대사로 대체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가끔은 드라마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모를 순간이 겹쳐져서 탈주에 대한 고뇌를 잠시 했습니다만, 안 한 제가 참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네요. 제작진은 부디, 반성해 주세요......




그 와중에 정태을과 이곤의 러브 모드는 참으로 달달했습니다. 단, 태을을 부르는 이곤의 애칭이 "자네."라는 점과 쉽게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가진 황제로 인해 태을은 애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독특한 관계를 이어가는 둘이 신기해 보일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평행세계 및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시키며 이을 커플을 바라보게 만들었는데요, 역시나 사랑이었기에 가능한 두 세계의 결합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속에서 두 사람만이 이어갈 수 있는 운명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김고은과 이민호의 케미가 날이 갈수록 무르익어서 이 또한 예뻤어요. 일각에선 배우들이 하는 연기가 예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혹평이 있기도 했지만, 이건 아마도 캐릭터 자체가 전작과 비슷하다 못해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기에 따라오는 부작용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작품에 더해 배우 연기에 대한 호불호도 취향에 따라 갈릴 수 밖에 없는데, 저는 그래도 호에 가까웠어요. 


아, 그리고 작가가 본인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다시 기용하지 않는단 원칙을 깨버린 이유도 잘 알겠더라고요. 쉽게 범점할 수 없는 캐릭터만의 분위기를 살려내기에는 이민호와 김고은, 두 배우가 찰떡이긴 했어요. 



결론적으로만 따져 보자면,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는 치킨 PPL의 극치였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이민호를 모델로 내세운 치킨 메뉴 여러 가지가 회차마다 등장하는 순간이 상당했거든요. 태을로 인해 대한제국에 존재하지 않는 음식인 치킨을 이곤이 처음 접한 이후로, 대한민국에 올 때마다 찾는 단골 가게가 치킨집이 된 것은 물론이고요. 조영은 태을에게 소맥을 배워서 치킨을 옆에 둔 채로 술만 마시며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보여줬고 루나도 대한민국에 오자마자 혼밥을 대신해 혼치킨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딱 거기까지! 저는 뭐랄까, 치킨까지는 용납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먹고 싶어지기도 했거든요. 그치만 커피, 김치, 브랜드 네임까지 그대로 노출되던 롤케이크, LED 마스크 등등은 안 되겠더라고요. 오죽하면 이곤은 PPL 하려고 등장하는 게 아니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겠어요. 할 말은 많지만 더 하지 않겠습니다.


그 와중에 치킨 만큼은, 바삭한 튀김옷을 배어물 때 들려오던 바사삭 소리와 씹어먹을 때의 찰지고도 부드러운 식감이 귓가에 들려올 때는 야식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하지만 주문은 안 했다는 것이 반전! 



대한제국 황제 이곤은 리더십도 탁월하고 수학자로의 능력도 최고였으며, 요리 실력 또한 예상을 벗어나며 백마 탄 왕자님의 최고봉을 선사한 캐릭터였습니다. 이에 걸맞는 이민호의 피지컬과 비주얼, 태을을 향한 미소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요. 볼수록 잘생겼어요+_+ 


그치만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님을 바라지 않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물의 설정값도 달라져야 함을 여실히 느꼈으니, 이에 걸맞는 캐릭터를 갖춘 배우 이민호도 만나보기를 고대해 봅니다. 



대한제국의 악역으로 평행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근친왕 이림과 그의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던 구서령 총리의 만남은 또다른 위기를 선사할 것 같아 흥미로웠는데 싱겁게 끝나 버려서 조금 시원섭섭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것을 내어주길 원치 않았으니 손을 맞잡을 이유가 없었던 거지요.


구서령은 여성 총리로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캐릭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와이어 없는 속옷 착용을 거부하는 장면부터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게 해줘 실망만 안겨주고 떠나버렸네요. 와이어와 관련된 대사가 두 번 정도 나오길래 나중에라도 혹시나, 옷에 무기라도 감추고 들어와 일을 벌이는 게 아닐까 싶어 살짝 두근거렸는데 그저 제 생각이 너무 앞서 나간 거였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위로 올라가고픈 욕심을 대놓고 표출하던 모습을 정은채가 잘 살려줘서 그것만은 흡족했답니다.


근친왕 역의 이림은 악역으로 놀라운 포스를 뽐내며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해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카오스로 만들어버린 이림의 지략은 두 세계를 가리지 않고 먹혀들며 놀라운 장악력으르 선보였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정진의 악역 연기는 꽤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은데, 소리내어 웃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웃음소리와 표정이 전하는 섬뜩함이 악역다웠답니다. 



작가가 구축한 평행세계는 생각보다 촘촘했습니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사람들이 한데 섞여서 살아 온 지 꽤나 오래 됐음을 보여주는 장치가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었으니까요. 이중에서도 반전의 키를 손에 쥔 인물로 강신재를 꼽는 게 가능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으니 말이죠.


어쨌든, 그래도 이림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나 자신의 마음을 따라서 악에 굴복하지 않고 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감명깊었습니다. 그러니 강신재 역의 김경남 역시도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를 통해 수혜를 입은 배우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연기는 다른 작품에서도 잘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준 능력치가 있어서 더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이번에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의문을 갖게 했던 인물을 요요소년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요요에 매달린 빨간 실, 아더왕 책을 읽고 있던 것을 계기로 비롯된 이림과의 의미심장는 대화는 물론이고 루나, 태을, 송정혜(서정연)의 앞에 나타나 풀어놓던 이야기에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을 회차가 흐를수록 알게 되었거든요.



이를 통해 요요소년(김보민)의 정체는 만파식적이라는 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향한 대답을 유추해 보면 신보단 만파식적에 더 가깝다는 걸 확인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굳이 만파식적의 현신이 등장해야만 했던 이유는, 평행세계와 관련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조금이나마 더 쉽게 이해시키고자 해설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어요. 


나이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세계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한 상태인 데다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 또한 갖췄음을 깨닫게 해줘서 가끔씩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반가웠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는 대한제국 선황제 이호(권율)의 이복형이자 이곤의 큰아버지인 금친왕 이림이 역모를 일으킴으로써 시작됩니다. 두 개의 세계를 일컫는 만파식적을 차지하려다 쪼개진 반쪽만을 손에 쥐고 자취를 감춘 이림과 또다른 반쪽을 갖게 된 이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만파식적을 지닌 채 차원의 문을 열게 되는데, 이곤은 이림으로 인한 세계의 균열을 막고자 그를 찾아 헤매다 대한민국에서 정태을을 만나 사랑에 빠져요. 역모의 밤에서 어린 이곤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이 정태을의 명찰이었기 때문에요.


그러나 역모의 밤에서 어린 이곤을 구한 건, 25년 후에 차원의 문을 넘어 이동한 이곤 자신임을 알게 되고 이로써 만파식적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두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큰 결심을 하기에 이릅니다. 


저는 사실, 어린 이곤을 구한 게 정태을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물론,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명찰이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으므로 그렇게 될 리는 만무했지만요. 이로 인해 둘의 사랑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이자 정태을의 캔디형 캐릭터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줄 설정으로 자리잡아도 무방할 것 같아 보여서요. 그치만 이건 그저 저의 착각이었을 뿐이었네요. 하하!



대신, 이곤이 이곤을 구한 것처럼 이 세상에서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는 진실을 공고히 해주는 메시지를 일깨워줬기에 만족합니다. 평행세계 판타지 로맨스 속에서 다른 누구도 우리의 구원이 될 수 없음을 알리는 장면의 깊이가 좋았어요. 사랑은 사랑이고, 나는 나고! 간단명료한 깨달음에 머리가 맑아졌답니다. 


이와 함께 만파식적의 비밀도 심도깊게 다루며 호기심을 충족해줘서 괜찮았어요. 평행세계 속 자신이 태어난 세상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 온 인물이 생각보다 적지 않았고, 적군이 아닌 아군 또한 상당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 이 역시도 다행스럽게 여겨졌답니다. 


결말에 다다라서, 달라진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의 평행세계가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게 돼 이 또한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재밌었던 건 구서령 총리와 김비서의 달라진 상하 관계, 강신재와 강현민과 루나가 행복을 찾게 된 얘기, 황실 대변인이자 이곤의 비서실장이었던 모비서(백현주)가 모현아 총리로 임명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나는, 나를 선택한 나의 운명을 사랑하기로 한다."

(태을)

-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 명대사 -


평행세계를 소재로 사용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지만, 꼬이고 꼬인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좀 더 쉽게 풀어놓았더라면 좋았을 법 했습니다. 저는 평행세계라는 개념을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로 처음 알게 됐는데,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에서의 풀이법이 좀 더 어렵게 느껴져서 이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그치만 당간지주, 만파식적 등, 우리나라의 설화를 바탕으로 평행세계 이야기를 이어나갔던 점은 눈여겨 볼만 했어요. 설화와 판타지의 만남이 아우르는 세계관을 앞으로 좀 더 다듬어서 또다른 작품으로 써내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형적인 캐릭터 특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들을 작가의 드라마에서 만나보고프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차라리 백마 탄 공주 유형의 여주와 캔디형 남주가 더 신선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앞으로는 남주 못지 않게 여주에게도 공을 좀 더 들여주었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지닌 대사의 힘과 저력이 여전했으니, 다음에는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해요.



두 사람의 세계는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정태을과 대한제국의 이곤은 형사와 황제로 주어진 삶을 살며 사랑하는 운명을 선택해 훈훈한 해피엔딩을 만끽하게 도왔습니다. 차원의 문이 열리는 곳 어디로든 마음껏 여행을 즐기는 두 사람의 특별한 시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전했어요. 미소도 어여쁜 둘이에요+_+


그렇게 자신들의 선택한 운명을 사랑하며 "오늘만을 영원히", 라는 모토를 간직하며 살아가게 된 둘의 평행세계 판타지 로맨스는,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의 마지막 장면을 채우며 종영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지만, 남다른 소재를 차용한 것에 대한 의미도 없지 않기에 절반의 성공을 거둔 드라마로 기억될 거라 믿습니다. 그치만 과도한 PPL 만큼은,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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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드라마 취향2017. 8. 19. 00:49

[드라마] 도깨비 :: 쓸쓸하고도 찬란한 신과 인간의 판타지에 담긴 삶과 죽음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도깨비는,

20.5%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남기며

그야말로 찬란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계속됐던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몸에 꽂힌 칼을 뽑아줄 인간 신부를 찾아야만 하는 도깨비,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로 도깨비와의 예상치 못한 

동거를 시작한 저승사자,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며 

그들 앞에 나타난 인간 소녀.


이야기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시청자들을 신비로운

낭만 설화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간신에게 사로잡힌 주군으로 인해

배신 당한 장군 김신은

자신의 검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그를 따르던 백성들이 잊지 않고 찾아옴으로써

신은 그에게 상이자 벌이라는 명목으로

도깨비가 되어 아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잊지 않게 만들어요. 


죽지 못한 채로 오래도록 살아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소망 중 하나지만,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방법이 딱 한 가지 있긴 해요.

그건 바로, 도깨비의 검을 뽑는 게 가능한

도깨비 신부를 만나는 것. 


이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

김신이 원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도깨비 신부는 지은탁으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3 수험생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죽은 혼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 없이 불우한 가정 속에서 자라난 인물입니다.


은탁은 생일 케이크를 손에 쥐고 소원을 빌면서

촛불을 불었던 것 뿐인데

눈 앞에 나타난 김신으로 인해

혼란스러우면서도 

운명적인 첫 만남을 시작하게 돼요. 







그리고 은탁이 신의 몸에 꽂혀 있는

검이 눈에 보인다고 얘기한 순간,

도깨비 신부임이 확정!


저승이와 신이 살고 있는 집에

그녀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돼요.  







불멸의 생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은탁과의 생활로 인해

그 순간을 조금씩 미뤄나가던 신.


사랑을 몰랐던 도깨비와

사랑을 이제 막 알게 된 소녀의 사랑은

그렇게 꽃처럼 피어나게 되었답니다. 


캐스팅 발표 이후 김고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가 많았으나

공유와 그녀의 케미는

논란을 잠재울 만큼 환상적이었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켜 온

김은숙 작가답게,

드라마 도깨비 역시 첫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도 판타지를 워낙 좋아해서

보자마자 쉽게 빠져들었던 게 사실이고요. 



여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점에서

걸리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빠르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며

불편함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이 엿보여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나 싶네요. 


엄청난 능력과 부를 지닌 도깨비 남자와

순탄치 않은 인생 속에서 가난을 껴안고 살아가던 인간 소녀가

이루어 나가는 사랑은 판타지 그 자체였는데,

뭔가 작가가 원하는 로망을

한껏 버무린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도깨비지만,

저는 저승이가 더 좋았어요. 


그가 지닌 비밀이 밝혀지면서

만날 수 있었던 반전도 기가 막혔고,

이동욱이 역할을 따내기 위해

작가의 출국 스케줄을 파악해

자신을 어필했다는 일화 또한

판타지를 넘어선 현실에서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아 인상깊었습니다.


진짜, 이렇게 저승사자에 딱 맞는

배우가 어디 있었냐 싶었던! 



눈물 흘릴 때마다

제 마음도 많이 아팠답니다ㅠㅠ


저승이가 임무 수행하면서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

기억을 잊게 해주던 차와

문을 열고 망자들이 향하던 길도 기억에 남아요.


상스러운 갓도 

넘나 잘 어울리고 말이죠.






그리고, 저승사자와 도깨비가 함께 하는

셰어 라이프는 정말 최고! 


저승이가 맥주를 차갑게 만들어 주면,

옆에서 도깨비는 계란을 맥반석으로 조리해서

나눠 먹는 시스템 넘나 재밌었고요ㅋㅋ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의

온도 차도 엄청났다죠?ㅎ







그리고, 재료가 부족하다고 마트에 장보러 가서

파를 한 봉지씩 사오던 장면에선

작가의 사심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실루엣만으로도 멋짐 폭발이라......


멋진데 웃기고 뭐 그랬습니다ㅎ_ㅎ


일상에선 그냥 잘생기고 멋진 남자 둘인데

곁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땐

수호천사 이상의 능력을 선보이니 말해 무엇할까요!


브로맨스적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도깨비는 부신이라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며 떵떵거리고 사는데

저승사자는 박봉에 300년 모아야

전세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점에서도

공감이 팍팍 돼사 마음이 갔답니다. 







저승이는 기억을 잃어 이름이 없는데도,

선은 전생을 잊은 채로 그를 사랑합니다.


둘이 애절한 운명이

보는 내내 마음을 저리게 했다죠.


통통 튀는 상큼함이

연기에 잘 묻어났던 유인나와

이동욱의 조합도 되게 좋았답니다. 



그리고 참고로, 

작품 속에서 인간에겐 4번의 생이 있다는 대사가 나와요


씨를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을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씨를 쓰는 생.


이 모든 것은 전생과 환생을 위한

장치였다고 보여지는데,

덕분에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치만 저승이의 이름으로 마주하게 된  

이혁은 뭔가 김신, 김선에 맞춘 듯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는요;;








드라마 속에 여러 종류의 신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

저는 삼신할매에게 반했답니다. 


은탁에게 너를 점지했을 때

행복했다는 말에 심쿵,

신에게 선택을 위해 압박하는 장면도

카리스마 넘쳐서 좋았어요. 


레드 컬러로 빼입은 수트핏에

레드 립스틱까지 완벽했던

이엘의 열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은탁의 졸업식날 담임에게

더 나은 스승일 수 없었냐며 일침하는 것도

완전 사이다였어요!







그리고, 덕화로 기대 이상의 연기를

확인케 해준 육성재.


신에게 빙의됐을 때 입에서 터져나오던 말들은

의미심장했고,

다시 덕화로 돌아갔을 땐

천방지축이었고,


여러모로 팔색조 매력이 잘 표현된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장면은 5화에서

반짝이는 햇살 아래 서 있어 눈부셨던 은탁의 모습입니다.


도깨비가 제대로 사랑에 빠져든 순간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사랑을 몰랐던 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전해 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은탁은 신에게 있어 연인을 뛰어넘는 존재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해요.


이와 함께,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그녀의 행복을 바라기도 했답니다. 


귀를 울리는

명대사도 정말 많았는데요,

몇 개만 골라봤어요.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인간의 희생은 신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


"누구나 신이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





판타지에 걸맞는 장치의 활용이 극대화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 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드라마 도깨비였습니다.


전생을 기억나게 하는 저승사자의 키스,

손을 잡음으로써 상대방의 전생을

확인할 수 있는 저승사자의 능력 등등. 


궁금했던 칼의 쓰임새는 

저주로 인해 고통받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였음을.


은탁이 다른 신분으로 환생해 왔어도

신은 분명 알아봤을 텐데,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온 것과 

저승이와 선이 발랄 로맨스를 보여주는 건 좋은데

그동안의 절절함이 묻히는 것 같아

이 점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드라마는 끝이 났고요~_~



지금까지 봐온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시작보다 마무리에 있어

힘이 빠져버렸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는데

드라마 도깨비는

가장 서사를 잘 만들어 냄으로써

고개를 끄덕이게 해줘 다행이었습니다.


덧붙여, 칼을 뽑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모습에서

강렬한 엔딩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나머지 회차는 보너스라고 생각하렵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기적으로 가득했던

낭만 판타지.


장르 안에 담긴

삶과 죽음의 의미 또한 되새기며 

저 또한 신이 곁에 머물다 가는

그 찰나를 기다려 보며,

은탁의 숭고했던 희생을 기림과 더불어

제 인생의 답 또한 찾아봐야겠습니다. 


작가 특유의 황홀한 대사들이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져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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