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탄생된 작품입니다. 드라마의 대본 역시 웹툰을 써내려간 광진 작가가 맡아 화제가 되었죠.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무릎을 꿇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중퇴와 함께 전과자가 되어버린, 여기에 아버지까지 잃은 박새로이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거대기업이자 요식업계 프랜차이즈 장가에 대항해 복수를 꿈꾸며 성공적인 창업신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소신있는 삶을 살아가며 본인이 세워둔 계획에 맞게 꿈을 이루어 나가던 박새로이는 이태원 거리에 단밤이란 이름의 포차를 개업, 그리하여 자신의 사람들과 함께 계속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장가의 계략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일이 다수 발생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이는 지치지 않고 단밤 멤버들과 단합해 성장해 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아요.
1회부터 최종회인 16회까지 전부 시청한 입장에서 바라 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무릎으로 시작해 무릎으로 마무리된 이야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소신에 따라 패기 넘치게 무릎을 꿇지 않고 버텼던 새로이가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소신은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릎을 꿇을 줄 아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 이후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거머쥐는 시간을 지켜보게 해줬던 작품이었어요.
반면에 오로지 자신의 회사인 장가만을 위해 가족을 뒤로 했던 장대희 회장이 서서히 몰락해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도 애송이라 생각했던 새로이가 라이벌이자 거대한 적으로 자리잡았을 때, 오로지 무릎 꿀릴 생각에 치중해 다른 것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드라마의 일개 시청자일 뿐이었던 저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도대체 무릎이 뭐길래?"라는 강한 의문이 들었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었음을 알기에 캐릭터에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를 감탄하며 한없이 관찰하게 되었답니다.
본인의 계획에 맞춰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주식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달성해 장가의 대주주로 거듭나던 새로이의 모습은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그러나 펀드 매니저인 이호진(이다윗)과 단밤 매니저로 일하게 된 조이서(김다미)의 합류가 없었다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주인공 혼자만의 공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드라마에서 만났던 캐릭터 중에선 새로이가 제일 개성이 없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소신과 뚝심을 겸비한 리더로의 단단함이 돋보이는 점과 사람에 대한 감이 좋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존재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고나 할까요?
박새로이를 맡은 박서준의 연기는 좋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인 편은 아니라서 아쉬운 점이 상당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 와중에 웹툰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은 참 좋았다지요. 여러 번의 밤톨 컷트가 이루어진 박서준의 밤톨 머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였다는 점도 인정!
저는 오히려 조이서에게 눈길이 더 많이 갔습니다. SNS 인플루언서이자 파워블로그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조이서는 단밤이 장가를 뛰어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일등공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탁월한 두뇌와 남다른 안목으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때때로 맞닥뜨리게 되는 날카로운 성격과 이기적이면서도 뻔뻔한 면모는 당황스러움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러한 성격은 조이서가 소시오패스라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회차가 이어질수록 줄어들고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많이 두드러져서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소시오패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마주한 조이서만 따져 봤을 땐, 소시오패스를 제대로 구현한 캐릭터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네요. 머리 좋고 이기심 많은, 애정결핍으로 가득했던 어린 친구가 소시오패스로 향하는 여정을 걷다가 발걸음을 돌렸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캐릭터의 설정에는 물음표가 떴으나 조이서를 연기한 김다미는 만족스러움을 전했습니다. 납치 됐을 때 패기 돋게 욕을 던지며 다친 몸으로 최선을 다해 도망가던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뿐만 아니라 투톤 헤어 스타일링도 진짜 잘 어울렸어요.
이와 함께 SNS 인플루언서 및 파워블로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야 함을 조이서를 통해 뼈저리게 깨닫게 돼 역시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인플루언서, 파워블로거, 이런 거 진짜 아무나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하하!
단밤 포차가 멋지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일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시청하는 제게는 커다란 재미 중의 하나였습니다. 단밤 매니저 조이서로 인해 음식의 맛이 달라졌고, 인테리어가 멋스러졌고, 좌석 배치의 변화로 공간의 활용도도 늘었고, SNS 마케팅으로 매출 또한 엄청나게 상승했으니 할말 다한 거라고 되겠지요.
박새로이, 조이서, 마현이(이주영), 최승권(류경수), 장근수(김동희), 김토니(크리스 라이언), 여섯 사람이 함께 만든 단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달달한 밤을 선사하며 이태원 거리를 밝게 수놓기에 충분했다고 보여집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이태원 거리에서 아프리카 기니 출신 혼혈아 김토니와 트랜스젠더 마현이의 사연을 에피소드로 녹여낸 회차도 만나보게 돼 뜻깊었어요. 근데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 자체는 이제는 뻔한 내용이 되어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저, 승권의 말대로 당연한 것들 다 쌩까고 지 꼴리는대로 사는 애라는 표현에 부합한 인물이 마현이라 그게 좋았을 뿐이에요.
이로 인해 눈에 들어왔던 배우가 마현이 역의 이주영이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다음에 또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 보려고 해요.
어쩌다 보니 전회차를 다 챙겨보게 됐지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생각했던 것보다 언어적으로도, 이미지적으로도 폭력적인 부분이 적지 않아서 좀 놀랐어요. 이건 제가 웹툰을 안 보고 봐서 그런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게다가 최근에 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 방영으로 인해 무료 연재를 풀고 있어서 초반 회차만 조금 봤는데, 드라마에서만 마주하는 게 가능했던 장면이 불호였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1회에서 지하철역 계단 사이에 앉은 노숙자가 수아의 손목을 붙잡은 채 구걸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현실에서도 이러면 다른 사람이었어도 분명히 수아처럼 놀라서 손을 뿌리쳤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오히려 새로이는 화가 난 표정과 말투로 수아를 쫓아가서 다그치더라고요.
아무래도 웹툰이 아니다 보니, 새로이와 수아의 첫 만남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장면은 실패입니다. 불쾌하게 드라마틱했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지나가는 나의 손목을 잡으면 불쾌한 건 당연하잖아요.
이런 부분이야말로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웹툰에는 없고 드라마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 정말 매우 놀랐답니다.
이로 인해 제가 드라마 보면서 딴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아지기도 했어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새로이는 단밤에서 법인회사 IC(이태원 클라쓰의 약자)로 성공을 거두자 드디어 자동차를 구입했구나, 벤츠에서 출시된 자동차인데 번호판이 파란색인 걸로 봐서 SUV 전기차구나, 모델명은 EQC구나, 이런 거?
아, 그리고 웹툰에서 수아가 벤츠 자동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현실이 되어서 실제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벤츠 자동차를 협찬받은 점도 재밌었어요. 덧붙여, 드라마 초반엔 수아가 검은색 벤츠를 몰았는데 후반에는 빨간색 벤츠를 운전하는 모습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실을 반영한 조이서의 마스크 착용샷도 흥미로웠습니다. 김다미가 에티카 마스크 모델로 활동 중이라서 협찬 겸 홍보용으로 야외를 거닐 때 가끔씩 착용하고 나오는 게 눈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드라마 초반엔 근수에게 미세먼지 얘기하며 너도 마스크 쓰라고 얘기하던 장면도 인상깊었어요. 그야말로 시의적절했지요. 하하!
이제는 본인 마스크 외에 사장님 마스크도 에티크로 마련해 두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름하여, 커플 마스크! 크크.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을 이입하게 됐던 주인공은 오수아였습니다. 새로이를 좋아하면서도 고아원 출신으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대학교 장학금을 시작으로 자신을 거둬 준 장가에서 일하며 애달픈 마음을 눈빛으로 표출하던 수아의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완벽하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상태로 흔들리는 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해 보일 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5회에서 이태원 거리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수아의 모습인데,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표정이었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답니다. 손에 든 건 담배로 추측되었으나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확실치는 않아요. 아니, 욕은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면서 담배는 왜 가린 걸까요?
제게 있어 수아는 드라마에서 그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히 이루어낸 장본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차와 좋은 집을 갖게 됐고,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는 여유로운 생활을 일구어 냈어요. 수아는 정말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가가 무너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했어요. 이로써 새로이의 아버지와 한 약속을 멋지게 지켜냈음은 물론입니다. 장가를 무너뜨려서 너 백수 되게 해준다던 새로이가 아니라 수아 본인이 장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으니까요. 어쩌면 수아는 그것만을 위해 지금껏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수아는 결국 새로이의 첫사랑으로 남게 됐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케미가 애틋해서 그들의 투샷을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새로이의 마음이 달라진 것을 오래 전부터 알아채고 애써 붙잡지 않은 점도 수아의 매력이었다고 봐도 되겠지요.
장대희(유재명)에게 맞섰을 때 보여준 수아의 눈빛도 정말 최고였어요. 연기할 때마다 일취월장하는 권나라의 포스에 빠져들 수 있어 행복했던 드라마가 [이태원 클라쓰]였다는 점에서, 수확이 없지 않아 다행스러웠습니다.
비주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마음 또한 어여뻤던 오수아는 권나라로 인해 빛을 발했던 캐릭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장가를 나와서도, 레스토랑 사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게 돼 만족스러웠어요.
가게를 차리기 위해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입소문이 자자했기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 것도 좋았답니다. 이서랑 대면했을 때 보여준 침착함에서도 역시, 어른스러움이 느껴져 멋졌습니다.
수아의 행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이라고 봐도 되겠다 싶었어요. 새로이가 떠났지만, 보검이가 왔으니까요. 잘생긴 연하남 셰프 박보검의 입사는 오수아 사장의 가게 번영과 사랑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16회는 특별출연한 박보검과 오수아 역의 권나라 덕택에 웃으며 볼 수 있었던 회차였습니다. 새로이와 이서 커플의 해피엔딩은 예견된 것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수아의 결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므로 더 벅찼던 것이 사실임을 밝혀 봅니다.
강민정 이사로 출연한 김혜은의 열연도 좋았고, 장근수의 흑화와 장근원(안보현)의 악연 연기도 잘 봤습니다. 더불어 '마케팅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강민정 이사의 명언도 새겨 듣기로 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해서 볼만 했던, 10% 후반대의 시청률로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드디어 작별인사를 하게 돼 후련한 마음이 드는 하루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OST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김필의 '그땐 그 아인', 방탄소년단(BTS)의 멤버이자 박서준의 절친으로 멋진 곡을 선사한 뷔(V)의 'Sweet Night'도 귀를 사로잡았지만 저는 하현우(국카스텐)의 '돌덩이'가 드라마와 박새로이에 맞는 테마곡으로 강렬함을 심어주었음을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쓰디 쓴 밤이 지나가면 단밤이 찾아올 테니, 우리 모두가 경험하게 될 짜릿한 단밤을 기다리며 힘내서 하루하루를 살아보기로 해요. 소신있는 삶을 위해 뭉친 열혈 청춘들이 보여준 이야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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