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2022년 10월 7일 금요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는 외계인의 행방을 쫓는 기상천외 SF판타지 버디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되었고, 전여빈과 나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투톱극이라는 점에서 시청 전부터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는 반반이었습니다.
참고로 드라마 [글리치]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홍지효(전여빈)는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 낙하산으로 취업이 성사되어 일하고 있었고, 4년 간 사귄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과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시국이 실종되자 지효는 외계인의 납치를 의심하는데요, 그로 인하여 UFO 커뮤니티 모임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학생 시절에 절친으로 지내다 소원해진 허보라(나나)와 재회하며 예상 밖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지효는 어릴 때부터 UFO와 외계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학생 때 갈대밭에서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던 의문의 빛을 마주하고는 몇 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기억을 잃은 채 나타난 뒤로, 외계인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됨으로써 이에 따른 가설을 세워 남자친구 실종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고군분투합니다. 여기에 '달꾸녕TV의 미스터리 밧데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보라와 UFO 커뮤니티 모임 회원들이 힘을 합쳐 조사를 해나감에 따라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의 진실은 놀라움을 전하게 만들기 충분했어요.
참고로, 지효가 보는 외계인은 대한민국 프로야구팀 중 하나였던 현대 유니콘스의 초록 헬멧을 쓰고 출현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보라와 지효에게는 서로를 외면하게 된 안타까운 추억이 자리잡은 상태라서 뜻밖의 만남을 통해 대립과 화해를 거듭하며 우정을 공고히 해나가는 나날들이 눈여겨 볼만 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글리치]는 지효와 나나의 사건 추적을 중심으로 흘러갔는데,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된 씬 스틸러 배우들의 활약이 남달라서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기로 할게요. 이시국 역을 맡은 이동휘는 지효가 헤어짐을 얘기한 후에 정체불명의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가 한참 뒤에 돌아오는데, 그로 인한 존재감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반면, 김병조 역 류경수는 경찰로 지효의 신고를 받고 남자친구 시국의 실종을 파헤치던 중에 또다른 사건으로 얽히고 설키며 마주하게 해준 열연이 돋보여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지효의 회사 동료 오세희(최수임)가 파트너로 합류하여 선보이는 활약도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지요.
덧붙여 보라와 친분이 있는 UFO 오프라인 모임, 일명 미확인 비행물체 갤러리 회원 3인방으로 나선 값대위(태원석), 김동혁(이민구), 조필립(박원석)의 모습도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어요. 뿐만 아니라 서화정 역 백주희, 김직진(김찬우) 역 고창석, 지효의 상담을 맡았던 마형우 역 김남희, 직진의 딸 김영기 역 정다빈 또한 명연기를 보게 해줘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음을 밝혀 봅니다. 지효의 아버지 준식 역 전배수, 지효의 새엄마 구혜연 역 김국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 지금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에 대한 결말을 써내려가 보도록 할게요. 지효와 보라는 사건을 파헤치던 와중에 수상한 종교집단인 하늘빛들림교회가 의문의 빛과 연관되었다고 여겨 실체를 밝혀내고 시국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그러다 지효가 그들을 구원해 줄 호산나로 등극하며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데, 가까스로 도망쳐 만나게 된 마형우의 도움으로 최면을 통해 기억을 잃었던 과거를 머리 속에 떠올림으로써 스토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됩니다.
종교단체의 수장인 좁(김명곤)은 지효의 머리에 복음으로 지칭되는 칩이 없었음을 실토하며 진짜 호산나는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들의 진화를 위하여 호산나 연기를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여기서 진화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지효는 이를 막기 위해 사실을 폭로했고요. 그로 인해 난장판이 된 공간 속에서 신도들로 인해 다시금 위험한 순간에 다다르고 말아요.
한편 영기는 아이였을 때 진화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친할머니를 포함한 다른 할머니들의 죽음을 본 이후 아버지의 무력함에 분노하여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참사랑 봉사단의 리더로 일하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빛과 호산나는 물론이고 자신이 믿었던 그 모든 것이 가짜임을 깨닫고 좁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직진이 나서 좁을 죽음으로 이끌며 딸 영기를 구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효가 중학생 때 봤던 거대한 스케일의 빛이 그들의 곁을 감쌉니다. 이와 더불어 UFO를 타고 나타난 외계인이 보라가 보는 앞에서 지효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칩을 빼내 사라지는 모습이 강렬한 여운을 남겼답니다. 외계인이 UFO를 타고 왔을 때 세상을 덮은 빛은 진짜였고, 지효의 머리 속에 무언가를 심었던 것도 사실이었음이 판명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외계인이 실존함을 몸소 경험한 지효와 나나의 특별한 유대감은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커다란 원동력이 되어줄 것임이 분명해 보였어요.
이로써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지효는 직장에서 짤렸지만, 새로운 인생을 위하여 부모로부터 독립해 보라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시국은 실종 당시 방콕에서 자살시도를 했다 병원에서 깨어나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되어있는데,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했기에 이 부분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종교단체가 아닌 외계인의 소행임을 암시해서 납득이 갔다지요.
그동안 겪었던 일련의 사건이 종결되어가는 과정에서 지효와 시국은 진짜 이별을 통해 헤어지며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해요.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글리치] 10회의 말미에서 쿠키 영상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쿠키영상에선 시국의 눈 앞에 지효가 여태껏 봐온 초록헬멧을 착용한 외계인이 엄청난 풍체를 자랑하며 등장해서 놀라움을 접하게 도왔습니다.
덧붙여 지효가 집을 나서기 전, 광도계로 외계인 존재 유무를 시험해 보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음을 파악하고 미소 지으며 걸음을 옮기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효가 떠나자마자 기계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므로, 외계인이 여전히 세상에 머무르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드라마 타이틀로 명명된 글리치는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오작동이나 버그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해요. 작품에선 지효가 처한 상황을 빗댄 용어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속에 많은 문제를 품고 있는 주인공이 뜻밖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효가 보는 컴퓨터 화면이 깨져버리거나 내용과 전혀 다른 영상이 송출되는 장면도 맞닥뜨리게 돼 이 점도 기억에 남았어요.
다만, 외계인에 초점을 맞춘 SF판타지일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종교집단의 음모가 도드라지는 미스터리물에 가까워서 이 점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생각했던 흐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호연이 눈부셔서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했어요. 지효와 보라가 서로를 위하여 몸을 던지던 순간들이 애틋함을 전해줄 때가 많았다지요. 전여빈과 나나의 케미도 최고였음은 말해 뭐해요.
그런 의미에서 SF판타지보단 버디물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드라마가 탄생돼서 한 번쯤 보기에는 괜찮았어요. 근데 10부작으로 구성된 분량은 욕심이지 않았나 싶어요. 초반부가 좀 늘어져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다음편을 볼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8부작 정도면 적당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에 대한 감상평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끄적여 봤습니다. 외계인의 행방을 쫓는 기상천외 SF판타지 버디물의 줄거리와 결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그래서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머리 속에 남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눈에 보인다고 다 믿어서는 안 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해서 믿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믿어야 할 것은 나 자신, 그리고 내가 믿는 것이 진짜임을 일깨워준 홍지효가 있어 정주행을 완료하는 일이 가능했던 드라마 [글리치] 리뷰를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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