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도깨비는,
20.5%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남기며
그야말로 찬란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계속됐던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몸에 꽂힌 칼을 뽑아줄 인간 신부를 찾아야만 하는 도깨비,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로 도깨비와의 예상치 못한
동거를 시작한 저승사자,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며
그들 앞에 나타난 인간 소녀.
이야기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시청자들을 신비로운
낭만 설화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간신에게 사로잡힌 주군으로 인해
배신 당한 장군 김신은
자신의 검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그를 따르던 백성들이 잊지 않고 찾아옴으로써
신은 그에게 상이자 벌이라는 명목으로
도깨비가 되어 아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잊지 않게 만들어요.
죽지 못한 채로 오래도록 살아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소망 중 하나지만,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방법이 딱 한 가지 있긴 해요.
그건 바로, 도깨비의 검을 뽑는 게 가능한
도깨비 신부를 만나는 것.
이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
김신이 원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도깨비 신부는 지은탁으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3 수험생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죽은 혼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 없이 불우한 가정 속에서 자라난 인물입니다.
은탁은 생일 케이크를 손에 쥐고 소원을 빌면서
촛불을 불었던 것 뿐인데
눈 앞에 나타난 김신으로 인해
혼란스러우면서도
운명적인 첫 만남을 시작하게 돼요.
그리고 은탁이 신의 몸에 꽂혀 있는
검이 눈에 보인다고 얘기한 순간,
도깨비 신부임이 확정!
저승이와 신이 살고 있는 집에
그녀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돼요.
불멸의 생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은탁과의 생활로 인해
그 순간을 조금씩 미뤄나가던 신.
사랑을 몰랐던 도깨비와
사랑을 이제 막 알게 된 소녀의 사랑은
그렇게 꽃처럼 피어나게 되었답니다.
캐스팅 발표 이후 김고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가 많았으나
공유와 그녀의 케미는
논란을 잠재울 만큼 환상적이었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켜 온
김은숙 작가답게,
드라마 도깨비 역시 첫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도 판타지를 워낙 좋아해서
보자마자 쉽게 빠져들었던 게 사실이고요.
여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점에서
걸리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빠르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며
불편함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이 엿보여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나 싶네요.
엄청난 능력과 부를 지닌 도깨비 남자와
순탄치 않은 인생 속에서 가난을 껴안고 살아가던 인간 소녀가
이루어 나가는 사랑은 판타지 그 자체였는데,
뭔가 작가가 원하는 로망을
한껏 버무린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도깨비지만,
저는 저승이가 더 좋았어요.
그가 지닌 비밀이 밝혀지면서
만날 수 있었던 반전도 기가 막혔고,
이동욱이 역할을 따내기 위해
작가의 출국 스케줄을 파악해
자신을 어필했다는 일화 또한
판타지를 넘어선 현실에서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아 인상깊었습니다.
진짜, 이렇게 저승사자에 딱 맞는
배우가 어디 있었냐 싶었던!
눈물 흘릴 때마다
제 마음도 많이 아팠답니다ㅠㅠ
저승이가 임무 수행하면서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
기억을 잊게 해주던 차와
문을 열고 망자들이 향하던 길도 기억에 남아요.
상스러운 갓도
넘나 잘 어울리고 말이죠.
그리고, 저승사자와 도깨비가 함께 하는
셰어 라이프는 정말 최고!
저승이가 맥주를 차갑게 만들어 주면,
옆에서 도깨비는 계란을 맥반석으로 조리해서
나눠 먹는 시스템 넘나 재밌었고요ㅋㅋ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의
온도 차도 엄청났다죠?ㅎ
그리고, 재료가 부족하다고 마트에 장보러 가서
파를 한 봉지씩 사오던 장면에선
작가의 사심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실루엣만으로도 멋짐 폭발이라......
멋진데 웃기고 뭐 그랬습니다ㅎ_ㅎ
일상에선 그냥 잘생기고 멋진 남자 둘인데
곁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땐
수호천사 이상의 능력을 선보이니 말해 무엇할까요!
브로맨스적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도깨비는 부신이라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며 떵떵거리고 사는데
저승사자는 박봉에 300년 모아야
전세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점에서도
공감이 팍팍 돼사 마음이 갔답니다.
저승이는 기억을 잃어 이름이 없는데도,
선은 전생을 잊은 채로 그를 사랑합니다.
둘이 애절한 운명이
보는 내내 마음을 저리게 했다죠.
통통 튀는 상큼함이
연기에 잘 묻어났던 유인나와
이동욱의 조합도 되게 좋았답니다.
그리고 참고로,
작품 속에서 인간에겐 4번의 생이 있다는 대사가 나와요
씨를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을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씨를 쓰는 생.
이 모든 것은 전생과 환생을 위한
장치였다고 보여지는데,
덕분에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치만 저승이의 이름으로 마주하게 된
이혁은 뭔가 김신, 김선에 맞춘 듯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는요;;
드라마 속에 여러 종류의 신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
저는 삼신할매에게 반했답니다.
은탁에게 너를 점지했을 때
행복했다는 말에 심쿵,
신에게 선택을 위해 압박하는 장면도
카리스마 넘쳐서 좋았어요.
레드 컬러로 빼입은 수트핏에
레드 립스틱까지 완벽했던
이엘의 열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은탁의 졸업식날 담임에게
더 나은 스승일 수 없었냐며 일침하는 것도
완전 사이다였어요!
그리고, 덕화로 기대 이상의 연기를
확인케 해준 육성재.
신에게 빙의됐을 때 입에서 터져나오던 말들은
의미심장했고,
다시 덕화로 돌아갔을 땐
천방지축이었고,
여러모로 팔색조 매력이 잘 표현된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장면은 5화에서
반짝이는 햇살 아래 서 있어 눈부셨던 은탁의 모습입니다.
도깨비가 제대로 사랑에 빠져든 순간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사랑을 몰랐던 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전해 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은탁은 신에게 있어 연인을 뛰어넘는 존재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해요.
이와 함께,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그녀의 행복을 바라기도 했답니다.
귀를 울리는
명대사도 정말 많았는데요,
몇 개만 골라봤어요.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인간의 희생은 신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
"누구나 신이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
판타지에 걸맞는 장치의 활용이 극대화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 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드라마 도깨비였습니다.
전생을 기억나게 하는 저승사자의 키스,
손을 잡음으로써 상대방의 전생을
확인할 수 있는 저승사자의 능력 등등.
궁금했던 칼의 쓰임새는
저주로 인해 고통받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였음을.
은탁이 다른 신분으로 환생해 왔어도
신은 분명 알아봤을 텐데,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온 것과
저승이와 선이 발랄 로맨스를 보여주는 건 좋은데
그동안의 절절함이 묻히는 것 같아
이 점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드라마는 끝이 났고요~_~
지금까지 봐온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시작보다 마무리에 있어
힘이 빠져버렸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는데
드라마 도깨비는
가장 서사를 잘 만들어 냄으로써
고개를 끄덕이게 해줘 다행이었습니다.
덧붙여, 칼을 뽑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모습에서
강렬한 엔딩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나머지 회차는 보너스라고 생각하렵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기적으로 가득했던
낭만 판타지.
장르 안에 담긴
삶과 죽음의 의미 또한 되새기며
저 또한 신이 곁에 머물다 가는
그 찰나를 기다려 보며,
은탁의 숭고했던 희생을 기림과 더불어
제 인생의 답 또한 찾아봐야겠습니다.
작가 특유의 황홀한 대사들이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져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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