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스와 휴머니즘은 물론이고 스릴러 장르까지 적절히 곁들여짐에 따라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고 시청률 23.8%를 확인하게 해줌과 동시에 수목 드라마의 강자로 자리잡았던 게 사실인데요, 극본을 맡은 인물이 임상춘 작가라는 점을 알게 돼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임상춘 작가의 이름과 함께 머리 속에 떠오른 드라마는 [쌈, 마이웨이]였는데 이제부턴 [동백꽃 필 무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소개란에 적힌 드라마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랬습니다. 편견에 갇혀 있는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팜므파탈은 들어봤지만 촌므파탈은 처음이라 궁금증을 증폭시켰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게 돼 매우 흥미로웠어요.
동백이는 아들 필구와 함께 옹산에 정착해 까멜리아라는 이름의 가게를 열어 6년의 세월을 버팁니다. 아내로부터 딸에게로 승계되는 이곳의 먹자골목은 여성 중심의 모계사회 혹은 씨족사회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닌 공간이었기에 여기서 터를 잡은 동백은 낯선 이방인과 같았지만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며 까멜리아와 함께 성장해 나가요.
한편, 옹산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불리는 까불이가 잡히지 않은 채 흘러간 시간 역시 6년이었습니다. 이때 서울에서 옹산의 파출소로 발령을 받은 용식이가 내려오고, 동백이를 보자마자 반해버린 황용식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애쓰면서 까불이를 체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본격적인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답니다.
총 40회로 마무리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스토리 전개 안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와 대사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느 캐릭터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았고,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부여된 역할을 배우들이 맛깔나게 연기함에 따라 눈을 뗄 수 없어 인상적이었어요.
거침없이 직진하는 로맨스의 당돌함에 휴머니즘이 경험하게 만드는 감동과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까지 제대로 만나보는 것이 가능해 쫄깃한 연출과 개성 넘치는 극본의 조화가 아름다운 드라마였다고 확신합니다.
다만, 모성애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데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게 맞지만, 마지막회에 가까워졌을 때 한 회차 전부를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에 쏟아넣음에 따라 신파적인 면이 도드라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인물들이 맞닥뜨리게 해주는 모성애 속에서 동백과 동백의 엄마 정숙의 이야기는 확실히 알아두고 넘어가야 할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으나 조금 더 완급 조절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궁금했던 정숙의 과거와 살아 온 세월, 그리고 동백에게 온 현재와 그 이유를 말끔하게 정리해준 점은 감명깊었어요.
그리고, 옹산의 터줏대감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이 아닌 아이의 엄마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귀에 꽂혔다는 사실을 밝혀 봅니다. 특히, 준기 엄마의 이름이 박찬숙이었다는 사실을 저는 홈페이지를 통해서야 알게 돼서 이러한 부분은 단점으로 여겨졌습니다. 박찬숙씨는 동백이를 동백이로 부르는데 동백이는 휴대폰에 찬숙씨를 준기 언니로 저장해 놓은 게 보여서 이 점은 앞으로 살면서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았기에 지금부터는 작품에 힘을 불어넣어준 캐릭터로 열연한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뽑은 첫번째 주자는 강필구 역의 김강훈이에요. 엄마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표출하며 살아가는 깡다구 넘치는 철든 아들의 면모가 완벽한 연기로 빛을 발해서 시선을 집중시켰던 아역이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눈치는 백단, 오락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면모를 지닌 필구가 웃을 땐 미소가 지어졌고, 필구가 울면 절로 눈물이 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주인공은 용식의 어머니 곽덕순(고두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우정원입니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최종회에서도 민자영 역으로 잠깐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카리스마 역시도 지금의 덕순이 있게 된 계기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해줘서 눈이 절로 갔어요.
우정원 배우의 인물 정보를 살펴 보면서, 방송이 아닌 다양한 연극에 출연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브라운관에서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향미 역의 손담비는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마주하게 도우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까멜리아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독특함이 두드러졌는데, 향미의 머리 속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녀 앞에서 입조심을 하지 않는 관계로 모든 사건에 있어 많은 단서를 짊어진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는 일이 많아 눈에 띄었습니다. 말을 그냥 막 하는 것 같아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남달라서 귀를 기울이게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결국, 향미의 진짜 이야기를 맞닥뜨리게 된 순간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향미의 엔딩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채워졌지만 그래도 배우 손담비에게 있어 향미는 연기자로의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캐릭터임이 분명해 보였기에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염혜란이 맡은 홍자영은 능력 있는 변호사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돋보여 볼 때마다 만족스러움을 자아냈습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사이다 역할로 통쾌함을 전해줘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이와 함께, 노규태(오정세)와의 케미도 환상적이라서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혼전문변호사에 걸맞는 재능으로,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는 모습 또한 탁월해서 좋았습니다.
매사에 주눅 든 모습으로 온순하게 살아오던 하마가 조금씩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맞닥뜨리게 된 동백은, 한 방이 존재하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옛날의 동백이는 죽었어요."라는 대사를 기점으로 변화한 동백이 보여준 삶은 절망을 견뎌낸 이가 꽃피운 희망과 같아서 그것을 손에 쥘 자격이 충분했답니다.
언제나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경험하게 해준 공효진이 확인하게 해준 동백 역시 최고였어요.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방식과 내 사람을 굳건히 믿고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람으로 점점 더 단단해지면서, 사랑에 물들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와 함께, "동백이는 동백이가 지킨다."는 용식이의 내레이션과 더불어 펼쳐진 장면의 묘미는 짜릿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어요. 까불이의 정체가 옹산 한가운데서 드러남에 따라 보여진 현장의 상황과 음악의 어우러짐은 기대 이상이었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릴러의 완성 속에 서 있던 동백 역시도 완벽했고 말이지요.
조정숙 역의 배우 이정은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일등공신이라고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절절함이 깃든 연기 내공을 선사해서 볼 때마다 속으로 감탄사를 곱씹게 됐어요. 동백에게 7년 3개월짜리 엄마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돼서 더 마음이 아팠고요.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져서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동백이와 함께여야 했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제부터라도 행복한 날들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용식은 촌므파탈의 정점을 찍은 캐릭터로써 몸으로 뛰는 일이 제격인 듯 보이지만 머리도 잘 쓰는 옹산 순경으로 까불이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촌스러움과 투박함을 기본으로 은근한 자상함과 배려가 장착된 것이 특징으로, 강하늘의 연기가 잘 녹아들어 흥미진진한 캐릭터가 탄생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꼽은 강하늘의 연기적 모먼트 1위는 시시각각으로 돌변하는 눈깔! 옹산 사람들이 눈깔이 왜 또 저러냐고 지적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던 눈알 연기가 압도적이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사투리도 되게 찰지게 잘해서 '황용식=강하늘'의 조합이 성립된 게 바람직해 보였어요.
그리고 옹산 골목을 평정한 옹벤져스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옹산 게장 식구들로 자리한 준기네 게장 CEO 박찬숙(김선영), 떡집 사장 김재영(김미화), 백반집 사장 정귀련(이선희), 정육점 사장 조애정(한예주), 딸 부잣집 게장 사장 양승희(김모아), 야채가게 사장 오지현(백현주)의 조합도 눈부셨습니다.
덧붙여, 작가가 어벤져스와 디즈니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 해준 장면도 웃음이 터지게 도왔답니다. 옹산 파출소 변 소장(전배수), 황용식, 두 사람이 아이언맨과 헐크의 차이점을 말할 때도 느꼈지만, 필구가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는 강종렬(김지석)에 놀란 필구 학교 야구코치 양승엽(이상이)의 표정과 함께 귓가에 울리던 라이온킹 BGM을 듣고 있자니 확신이 서더라고요. "제가 라이온킹을 키웠네요."라는 대사까지 절묘했음을 인정!
명대사도 참 많았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원래 히어로는 막판이고, 대마왕도 막판이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때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만든 장면의 연출과 현실 속에서 게임을 연상시키는 싱크로율이 대박이라 이 또한 놀라웠습니다. 동백이의 까멜리아가 여성들로 채워졌던 장면 또한 감격적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와 함께, 보통의 영웅들의 선의가 모여 기적을 이루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말미를 장식해서 감동을 더했습니다. 기적이 우리에게 닿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뜻깊은 결말이 훈훈함을 안겨줘서 흡족했답니다.
동백이의 올곧은 성장 서사가 재미를 안겨주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었습니다. 사람 냄새가 담뿍 녹아 있는 작품이라서 재밌게 잘 봤어요. 드라마 OST로 만났던 존박의 '이상한 사람'도 따뜻한 감성으로 채워져 잘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으니 남은 것은 엔딩 크레딧처럼, "이제는 당신 꽃 필 무렵"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순탄치 않은 인생 속에서 매일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확인했으니, 우리 모두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 봐요^^
'드라마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메모리스트] : 초능력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의 완벽한 합동수사 (0) | 2020.05.06 |
---|---|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 소신있는 삶을 위해 뭉친 열혈 청춘들의 단밤을 위하여! (0) | 2020.03.24 |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 : 핏빛 복수극 속에서 빛을 발한 레이디스 누아르 (0) | 2019.12.03 |
드라마 [마녀보감] : 판타지 퓨전 사극의 재미 반, 아쉬움 반을 남긴 작품 (0) | 2019.10.29 |
드라마 [호텔 델루나] : 배우들과 몽환적 분위기의 세트장이 다한 매력적인 판타지 호러 멜로 (0) | 2019.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