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오후 5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궁금증을 폭발시켰던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2>가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끌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오징어게임>의 두 번째 시즌이라서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는데, 해외반응은 대체적으로 혹평이 많았고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려서 흥미로웠어요.
참고로 저 같은 경우에는 시즌1보다 시즌2를 더 흥미롭게 시청했음을 밝혀 봅니다. 새로운 게임과 더불어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서사가 인상깊게 다가왔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 리뷰를 써내려가 볼까 합니다. 줄거리는 시즌1에서 우승자가 되어 456억을 손에 쥐었던 성기훈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3년 만에 다시 돌아와 오징어게임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자 프로트맨과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것이 중심내용과 다름 없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목숨을 건 동심의 게임이 새로이 펼쳐졌어요.
참가자들의 피로 물든 상금을 획득했으나 게임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복수를 다짐하며 오징어게임을 멈추기 위해 나타나 선보인 기훈의 고군분투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주인공의 책임감과 영웅놀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 포인트로 보여졌습니다.
♣ 드라마의 결말 및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된 리뷰입니다 ♣
이번에 만나 본 드라마 <오징어게임2>의 포인트는 편가르기로부터 시작된 비극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첫 게임 후에 오징어게임의 실체를 알게 된 참가자들이 게임을 속행할 것이냐 그만두고 나갈 것이냐를 두고 O와 X로 나뉘어 대립하는 동안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남다른 리얼리티를 접할 수 있어 놀라웠어요.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은 돈이 궁했던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서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하여 쉽사리 게임을 포기하는 일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게임 한 판으로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걸 알기에 이에 따른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그로 인하여 살벌한 분위기가 극대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속에서 기훈은 프론트맨을 찾아내 게임을 중단시킨 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초대 우승자였기에 게임이 낯선 참가자들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모습이 돋보였지만, 첫 게임을 제외한다면 새로운 게임이 진행돼서 결국에는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야 했습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2>에서는 시즌1에서 만났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필두로 새로운 게임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다섯 명이 의기투합해야 하는 '5인 6각 단체전'으로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를 한 사람씩 맡아 제한시간 내에 성공해야 해서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세 번째는 '짝짓기 게임'으로 동요인 "둥글게 둥글게"가 흘러 나오다 음악이 멈추고 인원 수가 호명되면 그에 맞춰 짝을 지어 모여 방으로 들어가야만 생존이 가능했어요. 여기에도 정해진 시간이 존재해서 이를 지키는 것이 관건이었다지요. 다음으로는 '스페셜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게임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O'팀과 게임을 그만두겠다는 'X'팀이 숙소에서 피의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되었어요. 식사로 배급한 김밥 안에 포크를 넣어둠으로써 잔혹한 순간들을 확인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의 종류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응용한 것이 대부분인 데다가 우리가 실제로 어릴 때 해왔던 것들이 많아서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참혹하게 변형되어 참가자들의 생과 사를 갈라 놓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게임에서 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꼽은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한 <오징어게임2>의 매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로 인하여 맞닥뜨리게 된 대규모 세트장을 중심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영상미의 다채로움, 그리고 순수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음악과 처절함을 직시하게 돕던 강렬한 사운드였음을 밝혀 봅니다. 정재일 음악감독의 개성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어서 귀를 기울이게 될 때가 상당했어요.
덧붙여 놀이공원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벗고 있던 인형탈을 뒤집어 쓰고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반겨주던 직원들의 투철한 직업정신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어른들의 배려가 뼈에 사무치더라고요.
이와 함께 새로운 참가자로 나선 배우들의 존재감도 남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인물은 강노을 역 박규영이었습니다. 노을은 군인 출신 탈북민으로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일에 매진 중이었는데, 오징어게임 참가자가 아니라 진행요원 중 하나인 저격수로 발탁돼 소임을 다하는 장면이 뇌리에 콕 박혔습니다. 노을 덕택에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사람들에게까지 드라마의 세계관이 확장되어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가면의 모양에 따라 동그라미는 일꾼, 세모는 병정, 네모는 관리자로 지칭되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낮게 깔아 내뱉던 박규영의 대사톤도 흡족함을 전하기에 충분했어요. 여기에 더해 노을과 7년 인연을 뽐내는 부대장 역으로 박희순이 출연하는 걸 목격하게 돼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로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게임에 발을 들인 현주 역 박성훈의 열연도 대단했습니다. 박성훈보다는 전재준으로 불리는 게 익숙해진 요즘이지만요. 팀원들을 격려하며 리드해 나가는 면모가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음은 물론이에요.
박용식 역 양동근과 장금자 역 강애심은 모자 관계로 게임장에서 만나 애틋함을 표출해서 인상깊었습니다. 세미 역 원지안은 예전의 필모그래피를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나와서 몰라봤는데, 잘하더군요. 여기에 더해 타노스를 따르는 남규 역 노재원, 기훈의 친구 정배로 분한 이서환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햇빛 캐피탈 이사 최우석 역으로 기훈을 돕게 된 전석호의 감초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했어요. 딱지남 공유도 감명깊은 퇴장을 안겨주었네요.
그 와중에 이번 시즌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캐는 대부분 모성애를 강조하는 배역이 대부분이라 아쉬웠습니다. 금자와 노을은 물론이고 준희(조유리)는 임신을 한 상태였으니 말 다한 거죠. 세미가 그나마 능동적으로 보여졌으나 스페셜 게임에서 남규로 인한 희생이 안타까웠습니다. 무당 역 채국희와 영미 역 김시은도 생각이 나긴 하는군요. 영미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현주와의 케미를 잊지 못할 거예요.
반면에 프론트맨 인호가 오영일이라는 가명으로 기훈의 곁에 자리잡은 채 게임을 쥐고 흔드는 것이 눈에 쏙 들어왔어요.
이쯤에서 끄적여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 결말은 이렇습니다. 기훈은 참가자들끼리 싸울 게 아니라 게임을 만든 놈들과 싸워야 한다며 컨트롤 룸에 있는 대장을 잡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병정들의 총을 뺏어 승부수를 걸어요. 하지만 영일(인호)의 배신으로 정배가 죽고, 기훈이 사로잡히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이로 인하여 <오징어게임2>는 <오징어게임3>를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평이 적지 않았는데, 각양각색의 게임과 다양한 인간군상이 한데 모여 선사하는 스토리 전개가 그럭저럭 볼만 했습니다.
한편 게임을 막고 형 인호를 찾기 위해 배를 탄 준호(위하준)의 여정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준호가 믿고 있던 박선장은 게임 주최측과 같은 편으로 보여져서 미지의 섬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죠. .
원작보다 나은 후속작이 없기에 <오징어게임2>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봐요. 저는 시즌1도 그렇고 시즌2도 취향은 아니라서 그냥저냥 본 것 같습니다. 세트장 보는 재미와 애배들의 열연이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게임장에서 마주한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가면 모양의 의미와 뜻을 제대로 알게 돼 흐뭇했음을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7부작으로 제작된 <오징어게임2>가 한 번에 전부 공개되어 몰아보기가 허용돼 이 역시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제 감상평은 여기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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