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는 KBS2 TV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시 50분에 방영된 작품인데요, 바로 어제 총 100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믿었던 친구들로 인하여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던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한 채 귀환해 빼앗긴 인생을 되찾는 드라마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선사해서 솔직히 실망했어요.
일단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로 명성이 자자한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제목이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실제로 이 작품을 각색했다는 얘기를 확인하게 돼 설렜거든요? 게다가 원작의 주인공은 남성이지만 드라마의 타이틀 롤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스토리 전개가 펼쳐질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는데, 네...그것은 저의 환상일 뿐이었습니다......현실에 그런 건 없더라고요.
휘몰아치는 폭우 속에서 추락사고로 말미암아 기억을 잃게 된 고은조가 지나황(오미희)의 딸 황가흔으로 새로운 삶을 마주하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 둘씩 떠올림에 따라 자신을 이렇게 만든 오하라와 주세린을 향한 복수의 여정을 펼쳐나가는 게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였던 건 맞아요. 그런데 막판에 다다라 고은조가 또다시 기억상실의 길을 걷게 되다니요. 이래도 괜찮을 걸까 싶었어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하라에 이어 고은조마저 다리 밑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 또한 황당함을 전하기에 충분했고 말이죠.
고구마가 아닌 동치미 복수극을 선보이겠다는 발언으로 자신감을 뽐낸 제작발표회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걸 어쩝니까? 100회 엔딩은 그게 전혀 아니던걸요. 새하얀 의상을 갖춰입고 귀신으로 컴백한 오하라와 그런 오하라 덕분에 1년 간의 혼수상태를 벗어나 눈을 뜬 고은조의 모습은 고개를 내젓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지난 6년 동안 복수를 위해 애써 온 세월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린 채로 깨어나게 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동치미 복수극을 위해서는 이러면 안됐던 거잖아요. 복수를 해야 할 사람의 정체성이 휘발되고 말았으므로, 저는 급기야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리하여 지난 6년 동안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는 말이 고은조의 입에서 흘러 나왔고, 차선혁은 사랑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더니 둘의 다정한 모습을 뒤로 한채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마무리짓는 게 100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냐고 묻고 싶네요. 가끔씩 개연성이 아쉽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저녁 먹으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시청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예측불허의 충격적 결말을 안겨줘서 화를 낼 힘조차 안 났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복수극인가요? 파멸이 뭔지 보여준다더니, 드라마 줄거리가 아닌 대본의 어이없음으로 그토록 강조한 파멸을 완성시켜서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고은조와 황가흔을 통해 1인 2역을 선보인 이소연의 연기는 좋았어서 다행입니다. 이와 더불어 주세린 역의 이다해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악역이긴 한데 은근히 허술함이 도드라지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이와 함께 남은 건 매회 드라마 말미에 흘러나오며 엔딩곡으로 중독성을 확인하게 해준 [미스 몬테크리스토] OST 홍자의 '되돌려줄거야' 뿐이네요. "내 모든 게 끝이라 해도 잔인하다 말해도 내게 준 만큼 너희들에게 되돌려 줄 거야."라는 가사가 작품의 취지와 잘 맞았어서 가끔씩 흥얼거리게 돼요. 가사도 딱이었는데, 스토리 구성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이소연은 드라마 [루비반지]에서도 1인 2역이었는데,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도 1인 2역이었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포스터도 시선을 절로 가게끔 잘 뽑았어요. 허나 전체적인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 만큼은 다른 요소들을 따라가지 못해서 호평을 할 수 없어 슬픕니다.
통쾌한 복수극이 아닌, 부족한 서사에 따른 자멸의 길을 택하며 종영한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작이라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는 작품으로 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간만의 드라마 리뷰가 불호 일색으로 안타깝지만, 할 수 없죠. 다음에는 재밌게 본 작품에 대해 즐겁게 써내려갈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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