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시청한 대만 드라마 <상견니>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절절한 로맨스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하며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상견니에 미친 놈, 일명 상친놈을 다수 배출한 띵작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게 사실이라지요. 저 역시도 보는 내내 다음 회차가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참고로 <상견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019년의 황위쉬안은 세상을 떠난 연인 왕취안성을 잊지 못한 채 무의미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익명의 택배를 통하여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를 전달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재생시켜 테이프 속 노래를 듣던 황위쉬안이 1998년의 과거로 타임슬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어요.
황위쉬안은 고등학생 천윈루가 되어 있었고, 학교에서 남자친구였던 왕취안성과 똑같은 얼굴을 지닌 리쯔웨이를 마주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예상치 못한 시간을 경험하게 된 황위쉬안은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지만, 그 순간이 꿈이 아님을 깨닫고 계속해서 타임슬립을 시작하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고군분투합니다. (지금부터 스포주의)
재밌었던 건, 왕취안성과 리쯔웨이 못지 않게 천윈루와 황위쉬안 또한 서로를 꼭 닮아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대만 드라마 <상견니>는 도플갱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타임슬립물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똑같은 외모를 지닌 인물들이 각기 다른 시대를 살다가 마주하게 됨으로써 접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의 묘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황위쉬안의 영혼이 천윈루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가능했던 건,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시키면 흘러나오는 음악이 매개체로 작용했기 때문이에요. 이로 인하여 황위쉬안은 과거로 갈 때마다 본의 아니게 천윈루 행세를 하며 리쯔웨이, 그리고 리쯔웨이의 절친 모쥔제와 함께 뜻밖의 시간을 보냅니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속에서 배우들의 1인 다역이 돋보였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1998년의 천윈루와 2019년의 황위쉬안을 동시에 연기한 가가연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차근차근 혼자만의 절망을 쌓아가던 천윈루의 우울함과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함에 따라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황위쉬안의 모습이 완벽한 대비를 이뤄서 감탄이 절로 나왔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천윈루의 몸 속에 어떤 영혼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던 가가연의 열연에 푹 빠지게 되었음을 밝혀 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취안성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6년 동안 알콩달콩 연애를 이어갔던 황위시안의 풋풋한 대학생 시절도 기억에 남았고요. 왕취안성의 죽음 이후로 무기력한 삶을 지탱해 나가던 2019년 현재의 황위시안도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뽐내서 눈길이 절로 갔습니다.
그리고 황위시안이 천윈루가 되어 깨어날 때마다 진짜 천윈루가 다다른 장소의 모습도 맞닥뜨리게 돼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상견니>의 장르가 타임슬립 로맨스 스릴러에 가까운 만큼,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이 감명깊게 다가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둘의 마음이 절절함을 선사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질 때가 많았어요.
특히, 가가연과 허광한의 케미가 환상적이었어서 이로 인해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허광한 역시도 왕취안성과 리쯔웨이를 통하여 1인 2역을 만나보게 해줘 인상깊었습니다. 개구쟁이 고등학생 리쯔웨이와 음울함을 보유한 왕취안성의 모습도 잊지 못할 거예요.
반면, 모쥔제는 천윈루를 좋아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접하게 해준 황위쉬안으로 인해 혼란스러움이 극대화되고야 말았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천윈루의 긍정적인 모습을 환영했지만, 모쥔제는 지금껏 봐왔던 천윈루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에 불안함을 떨치지 못해요.
모쥔제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매사에 위축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천윈루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로 인하여 진중한 면모가 도드라지는 캐릭터의 매력이 상당했어요. 덧붙여 모쥔제와 천윈루, 리쯔웨이와 황위쉬안, 왕취안성과 황위쉬안이 선사하는 러브라인과 더불어 왕취안성과 리쯔웨이의 관계성, 천윈루와 황위쉬안, 모쥔제와 리쯔웨의 갈등, 황위쉬안과 모쥔제의 협력 등도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니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덧붙여, 대만 드라마 <상견니> OST의 매력도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타임슬립으로 안내하는 음악으로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불러 일으켰던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는 작품을 시청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입에서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곡이라지요. 뿐만 아니라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들려오는 멜로디와 영어가사의 조화로움이 잔잔한 감성을 자아냈던 오프닝곡 Shi Shi의 'Someday or Oneday'도 좋았어요.
그치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상견니> OST 수록곡은 따로 있었습니다. 한 곡을 뽑으라고 한다면, 이 노래를 선택할 거예요. 팔삼요의 '想见你想见你想见你'(상견니 상견니 상견니/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가 저의 원픽이에요. 드라마 타이틀로 쓰여진 <상견니> 제목 뜻이 '네가 보고 싶어'인데 이 노래 역시도 같은 의미로 탄생된 음악이라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미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엔딩곡으로 사용됨과 동시에 드라마의 장면에 따라 때때로 삽입곡으로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BGM이었답니다. 이로써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켜준 작품이 바로 <상견니>였음을 다시금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황위쉬안, 리쯔웨이, 모쥔제 세 사람의 케미도 기대 이상이었어서 참 좋았더랬지요.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닙니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가 타임슬립 로맨스 스릴러라고 제가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십니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위기가 찾아오는 일이 없지 않았으므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작품에 몰입하시길 바랍니다. 생각지 못했던 잔혹한 비극에 맞서게 될 세 사람의 이야기 또한 직접 만나보세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타임슬립을 끊임없이 반복함에 따라 다소 복잡한 타임라인과 규칙을 맞닥뜨려야 할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떡밥이 제대로 회수가 되므로 결말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절로 끄덕일 수 있으니 일단 시작했다면 끝까지 드라마 시청을 멈추지 말아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에게 있어 대만 드라마 <상견니(想见你)>는 떡밥 회수마저 완벽한 웰메이드 타임슬립 로맨스 스릴러로 남게 되었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했던 스토리 전개 속에서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의 안정적인 연기와 음악의 완성도가 탄성을 내뱉게 만들었으니 말해 뭐예요. 다만, 취향에 따라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염두해서 시청을 고려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을 한 번밖에 안 봤고, 여러모로 상친놈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작품 리뷰를 구구절절 쓰고 나니까 드라마가 그리워지는 거 있죠? 조만간에 넷플릭스로 정주행을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나름대로 스포일러가 포함되긴 했지만,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궁금하다면 직접 보면서 확인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증지교가 까메오로 출연하는 장면도 놓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상견니>가 대만 드라마 입문용으로도 탁월한 작품임을 털어놓으며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 최근에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상견니 한국판 리메이크가 확정되며 전여빈, 안효섭, 강훈이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그전에 미리 원작을 만나보면 금상첨화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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