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리뷰입니다*
MBC 금토 드라마로 시청했던 [빅마우스]가 16회를 끝으로 종영했습니다. 방영을 시작하자마자 지금까지 접해 본 적 없는 독특한 설정으로 색다른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마지막회에 다다라 미처 풀지 못한 매듭을 여럿 남기며 실망감을 안겨줘서 안타까웠답니다.
드라마 [빅마우스]는 승률이 겨우 10%에 달하는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가 구천시장 최도하로부터 뜻밖의 살인사건을 의뢰받음과 동시에 교도소에 수감됨으로써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로 몰려 생존과 더불어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와 다름 없었습니다. 구천병원 내과 과장 서재용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최도하와 그의 친구들인 정채봉, 한재호, 이두근에 대해 알아보던 중 미호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고자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직원이 준 커피를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박창호는 급기야 교도소에 틀어박히는 신세가 되고야 맙니다.
참고로 드라마 타이틀인 빅마우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용어로 쓰이며 흥미로움을 전했습니다. 박창호는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에 입만 놀려대는 걸로 유명해서 떠벌이라는 뜻을 보유한 빅마우스(Big Mouth)로 명성이 자자했는데요,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로 말미암아 천재 사기꾼을 지칭하는 왕쥐 빅마우스(Big Mouse)로 불리며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를 선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덧붙여 빅마우스는 사모펀드 사기를 통하여 높은 권력을 손에 쥔 NR 포럼의 자금 1,000억을 가로챈 인물이었어요. 그리하여 NR 포럼의 리더인 공지훈(양경원)을 중심으로 다른 멤버들은 돈을 찾기 위하여 눈에 불을 켜고 빅마우스를 추적하던 찰나에 박창호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떠벌이에 불과했던 변호사는 왕쥐에 대한 진실을 알 리 만무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회차를 거듭할수록 빅마우스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었는데요, 덕분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이와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악의 본성을 드러내던 최도하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이에요.
한편, 고미호는 남편 박창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하여 이직을 반복하는 중이었습니다. 서재용의 죽음이 그의 미발표 논문과 연관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이를 찾아내려 구천병원에 입사했는데,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7층 암 병동 환자들의 혈액 샘플 채취에도 의구심을 품고 분석을 의뢰하려 애쓰는 동안 괴한의 습격을 버텨내는 일 역시 마다하지 않았죠. 그러다 급기야 박창호가 수감된 구천 교도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구천병원 직원들이 교도소 수감자들에게서도 혈액을 채취한다는 걸 알게 된 만큼, 창호를 곁에서 지키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함이었어요.
박창호는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빅마우스 행세를 하며 힘든 시간을 이어나갔는데요, 교도소에서 함께 지내 온 노박(양형욱)이 빅마우스임을 깨닫고 둘만의 거래를 거행합니다. 자신이 직접 변호를 맡아서 죄에 어울리는 처벌을 받도록 만들겠다며 보석신청을 허가받아 노박이 운영하는 가게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죠. 하지만 NK화학 회장이자 NR 포럼의 실세이면서 화학물질 NF9의 개발자인 강성근 회장으로 인해 노박은 죽음을 면치 못했고, 박창호는 새로운 빅마우스로 조직을 이끌게 됩니다. 여기서 빅마우스 조직의 2인자가 창호의 친구 김순태(오의식)임을 맞닥뜨리게 해준 순간도 반전의 묘미를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그 와중에 최도하는 NK 화학 책임자로 강성근 회장과 친구였으며 NF9의 유해성을 경고하며 개발을 반대했던 인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조해수의 손자 조성현이었음이 드러났고요. 복수를 위하여 현주희와 결혼해 강회장 곁을 맴돌았음을 일깨워줘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지요.
그럼 이쯤에서 충격을 안겨준 드라마 [빅마우스] 결말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복수를 위하여 강회장을 죽이고 유서 내용을 바꿔치기한 최도하는 현주희와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눈엣가시 같은 박창호를 떼어내고 다시금 구천시장이 되려 선거에 총력을 가합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 토론에서 최도하는 박창호가 변호사 시절 맡았던 가상화폐 사기 사건에서 피의자들에게 돈을 받아 일부러 패소한 적 있지 않냐며 공격을 일삼았고, 박창호는 구천시 암환자 수가 다른 도시에 비하여 20배 이상 많은 것을 폭로하며 NK 화학의 실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둘만의 설전이 거듭될 때 고미호는 시민패널로 등장하여 자신이 NK화학에서 누출시킨 방사능 피해자로 림프종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임을 최초로 고백했고요. NK화학에서 발생된 폐수를 처리하기 위하여 양어장을 운영 중인 양어장 주인의 증언을 공개함으로써 NF9 정제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구천시장 자리는 최도하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강회장을 죽였음을 알게 된 현주희가 최도하의 대포폰을 고미호에게 보내고 나서 증언도 하기로 했으나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전락하고요. 결국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최도하는 무죄판결을 획득합니다.
그 후에 시간이 흘러 고미호는 박창호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둡니다. 박창호는 자신이 빅마우스임을 알리면서 이 건물을 급하게 인수했다고 털어놓으며 수영을 즐기고 나온 최도하에게 죽음을 선물합니다.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곳에서 물놀이를 만끽한 최도하(김주헌)의 최후는 인과응보 그 자체였어요. 이때 법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던 창호의 한 마디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와 함께 NF9 방사능 피해자들이 1조원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점, 구천병원 원장 현주희가 서재용의 논문이 지난 30년간 NF9과 구천시 암환자들의 상관관계를 입증한다는 내용을 증언했다는 점, 서재용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징역 10년씩을 선고 받았다는 점, 공지훈 전 우정일보 사장이 그룹 대표이사로 취임, 구천시의 고아원과 양로원, 각종 구호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이 익명으로 전달됐다는 걸 짤막한 뉴스 보도 형식으로 전하며 드라마 [빅마우스]는 막을 내렸습니다.
박창호가 무법자에게 선사한 죽음은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곱씹을 거리를 전해주기에 충분했는데요, 여러모로 씁쓸한 메시지를 선보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덧붙여 공지훈이 그룹의 대표가 된 모습도 아이러니함을 남겼음을 밝혀 봅니다. 제가 생각했던 정의와 빅마우스로 자리매김한 박창호의 정의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니 혼란스러움이 밀려왔어요.
게다가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을 몇 분만에 휘리릭 한 줄씩 언급하고 끝내버린 상태라 어안이 벙벙해지는 순간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강회장 아들에 대해서도 흐지부지하게 넘어간 감이 있고 말이죠.
덧붙여 창호와 같이 사건을 파헤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헌신했던 미호를 죽음으로 내몰아서 슬펐습니다. 사건에 거침없이 뛰어들며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줬던 미호의 활약을 그런 의미에서 마음 속에나마 오래도록 간직하려고 합니다.
고미호 역의 임윤아가 마주하게 해준 열연이 좋았어서 차기작도 기대를 해볼 생각이에요.
죽음으로 자취를 감춘 것을 제외한다면 고미호는 주체성이 도드라지는 캐릭터로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점이 장점과 다름 없었던 반면, 고미호를 제외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바로 드라마 [빅마우스]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서재용의 논문이 스모킹 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알았기에 이걸 지닌 장혜진(홍지희)의 존재감도 좀 더 부각될 수 있었을 거라고 보는데, 남편 한재호의 집착으로 인하여 힘없이 살해당하는 것이 전부라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 없지 않았습니다. 가정폭력의 희생양으로만 보여지고 말아 이게 뭔가 싶었다지요.
뿐만 아니라 현주희(옥자연)의 쓰임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천병원 원장이니까 정의 구현에 힘을 싣게 되는 인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었어서 별다른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마저도 살리기 힘든 총체적 난국의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강회장의 신임을 받지만 그래서 더욱 불의에 환멸을 느꼈다면 어땠을까요? 뒤늦게 정신을 차리긴 하지만 내내 남편에게 진심인 사랑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서 더 이상의 말은 삼가렵니다.
떠벌이 빅마우스에서 왕쥐 빅마우스로 성장한 박창호 역 이종석의 연기는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임윤아와의 케미는 말해 뭐해요. 그러나 마지막회가 너무 충격적이라 이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나면, 작품에 대한 생각은 멀리 접어두렵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빅마우스]는 저에게 있어 개운치 않은 결말과 여성 캐릭터 활용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 스릴러로 자리잡았습니다. 솔직히 15회를 보면서 나머지 한 회차에서 여태 깔아 놓은 떡밥을 다 회수하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무리더군요. 그래도 배우들은 잘했으니까 좋은 작품에서 또 보기로 해요.
창호와 미호가 알콩달콩 사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둘의 웨딩사진으로 행복했던 시간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됐으니 이걸로 만족하렵니다. 드라마가 끝이 났으니, 잘 보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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