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메모리스트]는 재후 작가가 다음에 연재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초능력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가 합동수사를 통해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밝혀내며 사건에 종지부를 찍고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요,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흥미진진함이 계속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기존 웹툰과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는 스토리의 흐름에 있어 상당한 차이점을 지닌 작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드라마 [메모리스트]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범인이 궁금해져서 웹툰의 결말을 먼저 확인하고 뒤이어 방송을 시청했는데,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져서 매우 놀랐답니다.
덧붙여, 지금부터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웹툰의 결말 또한 풀어놓을 예정이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여기서 포스팅 읽는 것을 멈춰주세요!
잘생긴 외모와 거침없는 행동력을 가진 초능력 스타 형사로 유명한 동백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읽을 줄 아는 메모리스트입니다. 피해자의 기억을 추적하며 그들의 고통까지 오롯이 느낌으로써 범인을 쫓는 일에 매진하지만, 정작 본인의 어린 시절은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인물이기도 해요.
동백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맞는데,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고뭉치라서 그를 전담마크하며 함께 사건을 쫓는 서부경찰서 특수형사지원팀 팀장 구경탄과 막내 형사 오세훈이 합류함에 따라 의도치 않던 동백져스 완전체가 탄생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동백을 위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경탄과 세훈의 공은 정말로 칭찬받아 마땅했어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구경탄 역의 고창석과 오세훈 역의 윤지온이 동백과 같이 보여준 팀워크도 기대 이상이었기에, 드라마 [메모리스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음을 인정합니다.
한선미는 서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기록하며 총경이 된 천재 프로파일러입니다. 선미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사건을 기점으로 경찰이 되기를 결심했고, 그로 인해 수사를 통해 과거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어요. 뿐만 아니라 탁월한 프로파일링 능력으로 동백을 제어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수사를 이끄는 캐릭터라서 눈길이 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세영이 선보인 한선미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멋진 캐릭터였습니다. 범인이 있는 곳이라면 세상 끝까지 쫓아갈 것 같은 기세가 동백과 맞먹어서 둘의 공조를 볼 때마다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기억을 읽는 동형사로 열연한 유승호는 얼굴에 살이 많이 붙어서 훨씬 더 보기 좋았습니다. 인터넷에는 외모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많이 올라왔던데,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경찰 역할을 위해 일부러 살을 많이 찌웠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잠시나마 가져봤습니다.
그리하여 멋진 수트핏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아역 시절을 뛰어넘는 활약을 경험하게 해준 유승호의 동백은 칭찬받아 마땅했습니다. 기억을 스캔하는 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던 모습과 진실을 깨닫았을 때 울부짖던 장면에서 특히나 절절함이 느껴져서 엄청난 연기 내공이 뿜어져 나오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장르물다운 긴박한 스토리에 치중하다 보니 눈에 띄는 러브라인은 없었지만, 은근히 선미를 챙기는 모습에서 둘의 관계가 계속해서 발전할 가능성이 도드라져 흐뭇한 마음으로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메모리스트] 7회에서 동백의 손에 닿은 인물이 연쇄살인마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차례대로 정리를 해 나갔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목록을 확인한 선미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의문을 품는 모습을 통하여 동백의 한총경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느껴져 훈훈했어요.
이와 함께 선미와 동백이 마음을 열고 본격적인 합동수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뒤, 신체 접촉을 통해 타인의 기억을 스캔하는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자인 동형사가 한총경의 과거를 읽는 순간도 명장면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동백은 물론이고 선미 역시도 상처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기에 서로에게 더 공감하며 한층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결말까지 끝내 대놓고 로맨스를 마주하게 해주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은근하게 풍기는 분위기가 더 가까워질 미래를 예측하게 해줘서 미소 지으며 둘의 이야기를 지켜보게 되었던 드라마 [메모리스트]였습니다.
유승호와 이세영, 두 사람 모두 아역 시절을 거쳐 옴에 따라 연기 경력이 어마어마한 배우들이라서 케미도 좋고 잘 어울리더라고요. 장르물에 러브라인 나오는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드라마 [메모리스트]에서 만큼은 둘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던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하하!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선미의 집으로 들이닥친 동백과 경탄, 세훈의 동백져스! 밥은 안 먹고 세훈과 경탄을 바라보는 동백과 선미의 모습도 참 많이 닮아 있었던 드라마 [메모리스트] 11회였습니다.
아, 그리고 두 배우의 수트핏도 환상적이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몸담고 있어서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수트핏 패션을 원없이 보는 것이 가능해서 행복했어요.
기본적으로 드라마 [메모리스트]는 동백과 선미가 미스터리한 절대악의 결정체인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범인이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일명 지우개로 불리는 살인범은 초능력 범죄자로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로 인해 기억을 읽는 자인 동백과 기억을 지우는 자인 지우개의 첨예한 대립이 가중됨에 따라 그 정체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제가 다음 웹툰 [메모리스트]의 결말을 미리 봤다고 했는데, 거기서는 범인이 동백이었어요. 즉, 기억을 읽고 지울 수 있는 능력을 전부 보유한 인물이 동백이라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대로 이미 웹툰의 결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은데요, 이러한 이유로 지우개는 동백의 누나인 성주란으로 드러났습니다. 동백의 진짜 이름은 성주호였고요.
배우 이영진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에 앞서 방준석 의원의 비서 서희수로 먼저 모습을 보였는데, 이 또한 의미가 있었기에 몰입감이 더해졌음을 인정합니다. 완벽한 복수를 위한 치밀한 준비가 인상적이었어요. 동백과 주란 모두 기억 스캔과 지우는 일이 가능한 초능력자였다는 점은 웹툰과 같았으나 동백의 누나를 제대로 활용한 점은 웹툰보다 드라마가 더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이거 말고도 사건과 캐릭터에 변화를 준 만큼, 웹툰을 미리 만난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를 색다르게 마주할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드라마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임팩트를 전한 건 좋았지만, 원작대로 동백이 범인이었더라면 더 처절한 장르물이 완성되었을 것 같아 시원섭섭함을 느끼게 되었음을 끄적여봅니다.
반면에 동백이가 정의구현에 힘쓰는 초능력자로 남아준 점은 다행스러웠어요. 웹툰 속 지우개의 정체까지는 마음에 들었으나 그 뒤의 이야기는 애매함이 없지 않았던 만큼, 드라마가 아쉬운 부분을 잘 충족시켜주긴 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래도 정의는 승리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살인으로 행해진 복수로 마무리되는 비극이 아니라 다행스럽긴 했습니다. 기분상 약간, 지킬앤하이드 같은 심정으로 지켜보게 됐던 최종회였어요.
마지막으로, 이영진 외에 방준석 역에 안재모, 황필선 역의 이휘향도 드라마에 존재감을 더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최강빌런 황필선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스가 대단해서 악역이지만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지요.
사건이 깔끔하게 종결된 이후에 선미는 인권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는데, 쓸만한 인재들이 경찰을 떠나게 되는 장면을 여러 번 봐온 입장에서 이 부분 만큼은 반성해 볼만 한 내용이 아닐까 싶어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비록, 드라마라고 해도 말이죠.
덧붙여, 최종회에서도 역시나 선미를 따라 변호사 사무실에 입성한 황봉국의 순정은 박수를 보내기에 마땅했습니다. 경찰대생 신분의 해커로 선미에게 발탁돼 특수본 상황실에서 함께 일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매우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권 변호사는 돈 못 벌어서 월급 적을 테니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선미의 말에, 저는 언제나 교수님을 선택하겠다니요......아아, 그는 드라마 [메모리스트]의 유일한 로맨티스트였습니다.
황봉국 역의 정하준은 모델 출신으로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름을 기억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지우개가 아닐까 의심을 품게 만들었던 이신웅 차장 역의 조성하가 보여준 연기도 환상적이었고, 방송국 사회부 막내 기자로 출연한 강지은 역의 전효성도 제 몫을 해내며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경찰도, 언론도, 썩은 물과 다를 바 없어 고약한 냄새가 가득 풍겼지만 그래도 강기자 만큼은 신념에 찬 직업정신으로 정의를 위해 일했기에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그리고 진재규 역의 조한철이 선보인 연기도 최고였습니다.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웹툰을 원작으로 재창작한 스토리 전개가 나쁘지 않았던 드라마 [메모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몇 가지 있는데 말이죠. 9회 에필로그에서 아들의 치료에 보태라며 기억 스캔을 하게 해준 아버지에게 큰 돈을 건네주고 나서 뒤돌아 걸어가던 동백의 미소가 심상치 않아서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냥, 그거는 마음이 착해서 그랬던 건가요?
그동안 고마웠다고 내민 손을 맞잡은 동백이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한선미 변호사가 아니라 한선미 총경이라고 말한 건 왜일까요? 앞으로도 동백의 수사에 선미가 도움을 주기 때문인 걸까요? 굉장히 묘하게 의문이 풀리지 않는 장면들이 존재해서 이 점은 단점으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이 더 돈독해짐에 따라 앞으로는 더 많이 미소 지으며 함께 걸어나가게 될 걸 알아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선미 또한 기억스캔으로 인해 절규하는 동백을 걱정하는 마음을 내보였던 순간이 있었으니, 둘이 결국은 같은 곳을 향해 움직이는 중이라고 믿어도 되겠죠?(질척)
초능력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의 완벽한 합동수사는 끝이 났지만, 초능력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동백과 선미는 더욱 더 자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능력을 중심으로 독특한 장르물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은 이제 안녕! 이제 동백과 선미를 보내주며, 저는 또다른 드라마를 위해 걸음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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