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에서 방송됐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만화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도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지라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어요.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의 열연이 마음을 사로잡아서 저도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캐스팅을 통한 기대감은 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무너졌고 이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 리메이크작으로 기억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만 존재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매력은 은근히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가 치아키 센빠이를 외쳤다면, 한드 '내일도 칸타빌레'의 주인공 설내일은 오라방을 외치며 차유진을 따라 다녔습니다. 제주도에서 상경해 꿈을 이루고자 진학한 재능 넘치는 여대생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개성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맞닥뜨리게 되는 진지함과 대비되며 흥미로움을 자아냈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 심은경이 맡았던 것도 한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치아키 센빠이 못지 않은 냉철함을 뽐낸 차유진 역은 주원이 맡았지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차가운 외면에 비해 은근히 설내일을 챙겨주면 그녀의 음악적 재능에 빠져들며 삶의 또다른 의미를 배우는 모습이 그래서 더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고경표가 보여준 유일락 또한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스타성을 가진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사나이. 클래식보단 다른 장르에 더 잘 어울릴 듯한, 이름처럼 락적인 분위기를 폴폴 풀기는 바이올린 연주자.
유일락이 차유진과 설내일을 만남으로써 성장하는 과정과 그로 인한 변화 또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경표가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라는 걸 느끼게 해준 캐릭터이기도 해요.
'내일도 칸타빌레'는 기본적으로 음악 드라마를 표방합니다. 클래식에 대한 꿈으로 가득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학교 안에서 펼쳐지며 이로 인한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을 이루는데요,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클래식의 향연 또한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원작이 존재하기에 그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보였다는 점과 리메이크작만의 강점이 두드러지지 않음으로써 낮은 시청률이 이를 증명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박보검의 활약은 때때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천재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을 꾀하며 무대 위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뿐만 아니라 청중들을 휘어잡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설내일에게 관심을 보이며 차유진과 나름의 삼각관계를 그려낼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의 경쟁 또한 가중시키며 대립을 통해 긴장감을 높여주었던 이윤후의 등장은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여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것은 윤후의 지휘하는 모습 때문일 거예요!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닌 마스코트로 최선을 다한 내일에게도 악수를 청하는 매너 좋고 사려깊은 이윤후. 다시 봐도 괜시리 마음이 훈훈해지는 장면입니다. 공연 이후, 라이벌이지만 그의 지휘에 감탄한 차유진이 분위기 전환과 반전을 꾀하며 의지를 다졌던 순간 역시 잊지 못할 듯 해요.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원작과는 또다른 재미나 특별함을 찾을 수 없어 시청자들의 외면이 이해가 됐던 '내일도 칸타빌레'였습니다. 좋은 점도 존재했지만 미약했기에, 그것만으로는 채널을 돌리지 않기가 힘들었을 거라고 인정하는 바입니다.
리메이크작으로 관심을 끌 수 없다면, 멋진 창작물을 선보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작이 흔치 않은 만큼,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재탄생시키기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것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한데 말이죠. 예전보다 리메이크 드라마가 많아져서 기대 반 걱정 반인 요즘인지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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