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더 하우스(THE HOUSE]는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산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인상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총 3개의 단편이 1시간 37분이란 러닝 타임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보유한 스토리 전개를 확인하게 해줘서 눈여겨 볼만 했어요.
특히 사람, 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선보인 각기 다른 에피소드 속에 블랙 코미디 장르 특유의 음울함과 스산함이 깃들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 외에도 세 가지 작품을 관통하는 연결고리가 곳곳에서 포착돼 인상깊었음은 물론이에요.
1. 거짓의 속삭임(And heard within, a lie is spun)
첫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 레이먼드, 어머니 페니, 언니 메이블, 여동생 이소벨로 구성된 가난한 가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들의 낡은 집을 방문한 친지들이 가문의 수치라며 비난을 퍼붓던 상황에 분노한 레이먼드가 술에 취해 숲길을 방황하던 날,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으로 인해 네 사람의 운명은 변화를 맞이하고야 말아요.
그리하여 레이먼드의 아버지 친구이자 명망 높은 건축가라고 밝힌 밴 슌비크의 후원에 힘입어 가족들은 별다른 조건 없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2층 방에서 함께 잠들었다 깨어난 메이블과 이소벨이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걸 발견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일이 반복됨을 알아채곤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토머스의 말로는 집주인이 저택의 구조를 변경하고 싶어해서 공사가 계속되는 거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온 몸을 파고드는 공포감을 떨치기가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작품이 바로 '거짓의 속삭임'이었습니다. 후원자를 대신해 가족들을 새집으로 안내한 토머스의 불안한 눈빛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인해 끊임없는 집수리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레이먼드는 벽난로, 페니는 재봉틀에 집착한 채로 욕망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찰나가 안타까웠고요. 그럼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메이블과 이소벨의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왔어요.
애니메이션 속 시대의 배경은 꽤 오랜 옛날이라고 추측되지만, 내집 마련이 힘든 건 요즘도 마찬가지라서 이러한 유혹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우리 삶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다고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인물들의 표정을 섬세한 디테일로 묘사해 낸 점이 만족스러움을 더했어요. 여기에 더해 벽난로에서 장작으로 말미암아 활활 타오르던 불의 향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똑똑하고 솔직한 메이블의 행동력과 남다른 눈썰미와 관찰력을 지린 이소벨도 귀여웠어요.
2. 아무도 모르는 진실(Then lost is truth that can's be won)
두 번째 이야기는 집을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발업자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게 특징이었습니다. 멋지게 탈바꿈시킨 럭셔리 하우스를 판매하고자 허름한 지하실에 살면서 집 꾸미기에 최선을 다하는 쥐의 모습이 대단했어요. 그러나 아무도 집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두 손님은 오히려 그곳을 터전 삼는 것도 모자라 가족들까지 데려오며 쥐를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쥐가 미처 퇴치하지 못한 벌레들이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리게 할 때가 없지 않았으므로, 벌레를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이 점을 기억하며 봐주시길 바랄게요. 1.5배속으로 넘기며 시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는 1, 2, 3편 중에서 2편이 여러모로 가장 기괴하고 소름 끼쳤답니다. 그 와중에 쥐가 매물로 내놓은 집이 밴 슌비크 길에 있다는 점이 놀라움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3. 귀 기울이면 행복해요(Listen again and seek the sun)
세 번째 이야기는 로사가 자신이 소유한 원룸 건물을 말끔하게 고친 뒤, 돈을 제때 내는 세입자를 들여 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내용이 중점을 이루고 있었어요. 하지만 홍수로 인해 그곳에 남은 건 건물주인 로사, 생선이나 원석으로 집세를 지불하는 세입자 일라이어스, 젠 뿐이라 상황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때 젠의 친구 코스모스가 도착하고, 일라이어스를 포함한 세 사람은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해요. 이로 인해 코스모스의 리드 하에 로사가 애지중지하는 건물 복도를 뜯어서 홍수 위를 지날 수 있는 배를 만듭니다. 그로 인하여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 로사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더 하우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귀 기울이면 행복해요'는 앞선 두 편과 달리 마음을 놓고 여유롭게 보는 일이 가능했던 단편이라 흡족함을 자아냈습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필요한 위험 요소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 분명함을 깨닫게 해줘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젊은 건물주 로사를 두고 떠나지 않으려던 세입자들의 모습도 훈훈함을 더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스톱 모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을 하나씩 보는데 시대적 상황이 과거, 현재, 미래를 순서대로 표현한 것 같아 신기했어요. 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집주인이 바뀌는데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의 위엄이 기이함과 오묘함을 동시에 선사했고, 이에 따라 블랙 코미디의 진수가 느껴져 그럭저럭 재밌게 잘 봤습니다.
미스터리함을 가득 풍기는 집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 설명에 걸맞는 얘기로 채워져 있어 눈을 떼지 못했거든요. 벌레 나올 때만 빼고요.
그렇게 세 작품을 시청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집에 영혼을 팔지 말자는 거였어요.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광적으로 집착하다 보면 파국에 다다르고 말 것임을 전하는 얘기가 뜻깊게 여겨졌습니다. 내집 마련이 쉽지 않은 시대라 주인공들의 마음에 공감이 갈 때가 많았지만, 결말을 마주하며 정신을 차리게 됐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그로테스크함이 도드라졌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더 하우스]였습니다. 확실히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작품으로 보여지는데, 한 번쯤 보기에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만약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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