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퀴리]는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됨으로써 현재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의 제목은 퀴리 부인이었는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마리 퀴리라는 타이틀을 내세움으로써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로의 생애를 더 깊이 조명하게 해주었다는 점부터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위대한 과학사적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라듐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과 이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위기 상황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담아낸 공연이 바로 뮤지컬 [마리 퀴리]입니다. 주인공인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의 실험을 통해 발견되어진 라듐은 둘의 과학 연구에 박차를 만들게 도왔으나 라듐시계 공장 직공들이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언니 아멜리에를 잃게 된 동생 안느는 라듐시계 공장 언다크 대표인 루벤을 상대로 재판을 하게 되고, 마리 역시도 법정에 서며 이야기는 절정으로 향합니다.
실존 인물 중에서도 여성 과학자를 소재로 제작된 작품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뮤지컬 [마리 퀴리]와의 만남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연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마리 퀴리의 삶과 과학이 아니라 라듐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 에피소드가 전부라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답니다. 마리 퀴리의 비중보다는 라듐의 위험에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하는 안느가 더 돋보였던 점도 단점으로 남았고 말이죠.
결말에 이르러 굳게 다짐하는 마리의 모습이 눈에 띄긴 했지만, 이 장면 뒤에 뭐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급작스럽게 마무리가 된 점도 물음표를 띄우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피에르 퀴리의 죽음 또한 개연성보단 비극에 비극을 더하는 장치로만 보여져서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했던 점도 마찬가지였어요.
스토리상에 있어 마리 퀴리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확실하게 느껴졌던 공연이었어요. 그 와중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서 이 점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특히 마리 퀴리로 분한 김소향 배우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가히 최고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노래할 때 정말 멋졌고 구원자가 아니라 발견자, 두려움을 알아야 진짜 용감한 거라는 명대사 역시도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장점도 많았기에, 잘 다듬어져서 다시 만나보게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했던 뮤지컬 [마리 퀴리]였습니다.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깊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실존 인물의 삶에 적절한 픽션을 조화롭게 섞음으로써 창작뮤지컬의 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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