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방영을 시작해 잔잔한 감동과 사랑의 설렘을 전해줬던 tvN 예능프로그램 선다방이 현재 시즌2인 가을, 겨울 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랑을 찾아 연애세포를 깨우고픈 신청자들의 수가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시즌1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봐도 되지 않나 싶네요.
저는 시즌2는 시청을 하지 않고 있는 관계로, 지난 시즌1에서 인상깊게 봤던 선다방 5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맞선 카페에서 일반인 남녀가 만남을 가지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꽤나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어요.
촬영을 위해 주택을 리모델링한 공간 자체의 아늑함이 돋보였고, 4명의 스타가 카페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끌어 간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직접 음료를 제조할 뿐만 아니라 영업의 오픈부터 마감까지 도맡아 함으로써 카페 주인의 면모를 뽐냈는데 종영할 때쯤이면 카페 운영의 노하우까지 완벽하게 터득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다방 5화는 '나만 아는 당신이 좋은 이유'라는 부제와 더불어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두 명의 남녀만을 위한 오붓한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이 집중력을 높여줘 서로를 제대로 파악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어요. 예약 스케줄에 따라 3시, 5시, 7시에 출연자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을 이름 대신 3시남, 3시녀라고 명명하는 것도 꽤 괜찮은 컨셉임을 확인케 해주었습니다.
이름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다고 여겨질 수 있는 세간의 관심을 덜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처음 마주하게 된 남녀가 겪게 되는 감정은 어색함이 먼저일 거예요. 3시 남녀 역시 그랬고,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차를 마시며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고, 여기서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을 놓고 커피값 내기에 들어간 모습이 재밌었어요.
승부욕에 불타 올랐던 때를 뒤로 하고 긴장감이 해소됨으로써 서로를 향한 호감을 조심스럽게 털어놓던 두 사람의 시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5시 남녀는 소개팅에 가까웠던 3시 남녀와 다르게 맞선의 분위기를 제대로 표출하며 대화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했어요. 웨딩플레너인 5시녀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자 건축가인 5시남은 자신만의 드림 하우스가 1층 카페, 2층 건축사 사무실, 3층 가정집임을 언급한 뒤 카페를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호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화기애애함을 이어갔습니다.
차분한 대화 속에서 오고 가는 따뜻한 말들과 미소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짓게 했던 5시남녀의 다정한 순간들이었어요. 엄지를 척 치켜든 인나처럼,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이끌렸던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선다방에서는 손님들이 떠나고 다음을 준비하는 카페지기들의 분주함 역시 재미를 더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며 비 오는 날에 맞는 노래 '레인(RAIN)'을 부르던 이적으로 인해 감성적인 순간이 흐르던 카페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던 이들의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다지요.
이와 함께, 맞선을 위해 아기자기하면서도 따스하게 꾸며진 선다방의 인테리어도 눈에 띄었습니다. 음료의 가격도 매우 착해서 실제로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가보고 싶어졌어요. 물론, 이것은 수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가 매우 클 테지만요.
7시 남녀의 경우에는 앞선 두 팀과 달리 굉장히 묘한 만남이 진행되었어요. 호감이 없는 것 같진 않은데 7시녀가 7시남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기보다는 주문한 바나나주스와 같이 나온 빨대를 손으로 휘저으며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목을 칭찬하던 7시남의 모습이 그래서 센스있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선다방을 나갈 때는 화목함이 둘 사이에 흘러서 결과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개팅을 해도 성사되지 않아 고민이 많다던 7시녀의 서투름이 안타까웠지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깨닫게 되는 사실들이 많을 테니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호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잘 몰랐기에 벌어졌던 과거의 기억은 잊고, 이제는 새로운 사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7시 남녀가 떠나고 난 후 7시녀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본 인나와 세형은, 놀라운 발견을 직접 경험함에 따라 이적이 뒤이어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기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일반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내용과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요. 사람들에게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개수를 세라고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사이로 고릴라가 들어와 춤을 추며 지나가게 만든다. 실험이 끝난 후 실험자들에게 고릴라를 봤냐고 물었더니, 오로지 개수 세는데 집중한 관계로 패스하는 공만 보느라 고릴라를 못 본 이가 절반이나 되었다네요.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해주는 실험으로, 이것이 7시남에게도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호감 가는 사람이 눈 앞에 있으니,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예요. 오히려 빨대가 7시녀의 손목을 보게 해주었다는 점이 두근거림을 상승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호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에 신경이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역시 절반의 가능성을 피력한 것이므로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7시남에게는 그 확률이 들어맞은 것이겠지요.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깨닫게 되어서 저는 그것만으로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선다방은 5화만에 첫 올 하트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기적이 사랑의 마법을 선물한 것임이 증명됐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회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날 처음 보게 됐지만 선다방이 흡족스러웠던 건 카페지기들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남녀의 만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경직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보일 때쯤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내주며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점, 그들이 떠나고 난 뒤에 결과를 예측하고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애 조언을 건넸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뮤지션 이적, 배우 유인나, 개그맨 양세형, 아이돌 가수 로운. 각기 다른 직업군에서 활약하는 네 명의 스타가 보여주는 예상 외의 꿀조합이 선다방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조합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님을 알기에.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또다른 스타들의 이면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선다방의 묘미가 존재한다고 봐도 될 듯 싶어요.
그리고, 연애와 사랑을 꿈꾸는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신청을 통해 선정이 되어야만 선다방에서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은 물론, 서로가 원하는 이상형에 맞아 떨어져야만 우선순위가 주어진다는 점에서도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출연자 선정 방법에서도 기존 프로그램과는 다른 차별성이 두드러져서 괜찮아 보였어요.
선다방의 엔딩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 사랑을 하고 싶어도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어쩌면 이러한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만남을 통해 많은 이들이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프로그램이 생겨난다면,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좋은 일이겠지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남녀들의 속깊은 이야기가 소소한 감동과 놀라움을 전했던 선다방이었어요. 역시나 사랑의 마법이란 위대한 것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볼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법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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