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즈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영웅들이 존재하는데, 토르는 그중에서도 제가 꽤 좋아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예요. 만약 1위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도 쉽사리 답을 낼 수 없겠으나 가장 애정하는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조건 토르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거든요.
마법의 망치로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묠니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위엄을 뽐내는 토르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영화가 벌써 세 작품째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새로움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가 바로 올해 개봉한 토르 시리즈 3편 [토르 : 라그나로크]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토르 마지막 시리즈라니, 믿을 수 없어요!
토르는 아스가르드 왕국의 후계자이자 천둥의 신이에요. 그는 아스가르드의 멸망에 대한 예언을 쏟아낸 불의 거인 수르트로 인해 라그나로크라는 단어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로부터 서서히 자신의 세계를 향하여 닥쳐오는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영화에 담겨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에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장발의 헤어스타일을 휘날리며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토르와 로키의 모습은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지요. 상황 자체는 매우 심각했지만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즐거움을 전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형제를 만나고자 사용한 마법은 영드 셜록 또한 떠올리게 하며 아련함을 전하기도 했어요.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캐릭터는 단연 헬라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뉴페이스였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지만, 오딘의 첫째 딸이자 토르와 로키의 누나이면서 죽음의 여신이자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악역이었기에 더 그랬어요.
강렬한 어둠의 에너지와 파괴력을 지님으로써 아스가르드를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굉장히 위협적이었답니다. 한 마디로, 완벽한 카리스마와 위엄을 지녔던 헬라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헐크와의 조우 역시 매우 반가웠어요. 토르를 알아보지 못한 채로 격렬하게 싸움을 이어가며 날을 세웠다가도, 때때로 아이같은 순수함을 보여주며 애틋함을 드러내는 것이 헐크다웠다고나 할까요?
또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점은, 토르의 헤어스타일 변신이 아닐까 싶네요. 애초에 삼손처럼 머리카락이 힘의 근원은 아니었을지라도 장발을 고수했는데 시원하게 잘라내니 스타일이 훨씬 살아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덧붙여 이것이 단순히 외면의 변화만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가 결말에 다다를 때쯤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돌이켜 보니 훨씬 더 흥미로웠어요.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발키리의 존재 역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막강한 전투력을 지님으로 인해 과거 아스가르드를 대표하는 엘리트 전사였으나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모한 그녀의 활약도 멋졌어요. 전투에도 능하지만 전략가로도 출중함을 표출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익숙한 배우는 아니었지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딱 맞아 시선을 잡아 끌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헐크, 토르, 발키리, 로키의 합동작전은 예측 불허의 싸움을 경험하게 하며 놀라운 결말을 선사했어요. 각자의 캐릭터가 보유한 장점이 힘을 합치게 되는 순간 빛을 발해 더욱 빛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토르 시리즈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경쾌한 유머 감각 역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줘 만족스러웠어요. 강한데 허술한 매력의 토르가 주인공이라서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배신의 아이콘 로키는 이번에도 역시나,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잘 해냈습니다. 토르와 로키의 '도와줘 작전'도 깨알 같은 재미와 기대 이상의 형제 케미로 은근한 설렘과 웃음을 자아냈음은 물론이고요.
서로를 미워할 수 없는 형과 동생의 의리가 아름다웠어요.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고, 싸울 땐 너무나도 험악하고 격한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죠. 영웅들의 형제 싸움은 스케일도 정말 어마어마했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영화 자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명확했어요. 그동안 손에 쥐고 놓지 않았던 묠니르가 파괴돼 어쩔 줄 모르는 토르에게 오딘은 이렇게 말해요. "아들아, 니가 망치의 신이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데 토르는 사실 천둥의 신이었던 거죠! 영화를 지켜보던 관객과 더불어 토르의 깊은 깨달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 속에서 우리 모두를 그렇게,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도왔습니다.
두 눈을 뜨고 있어도 반쪽 밖에 보지 못했던 세상에 일침을 가한 천둥의 신, 토르. 그의 각성은 자기 자신을 천둥의 신으로 거듭나게 했고, 이로 인해 확실하게 그의 능력이 눈 앞에 펼쳐지자 온 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게임의 웅장한 엔딩을 연상시키는 마무리와 BGM을 뒤로하고 토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보내줬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 거라고 믿어요. 그렇기에 저는 계속해서 토르 시리즈를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이제서야 막 시작된 토르의 진짜 이야기를 그 누구도 멈출 수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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