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SF 소설집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가득한 단편의 세계가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책의 제목과 같음으로 인해 첫번째 단편으로 만나보는 것이 가능했던 이야기,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는 흥미로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게 사실입니다.
열 여섯이 되던 날 생일에 1인용 우주선을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게 된 소녀 코아티 케스는 행성 주위의 안전한 장소를 움직이며 부유한 삶을 누릴 것인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우주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를 두고 잠시 생각하다가 처음부터 마음 먹었던 대로 새로운 세계를 향한 모험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하여 우주선에 몸을 싣고 부모님 몰래 낯선 우주로 향하고, 정해진 규칙을 어김으로써 소녀의 뇌 속에 자리잡게 된 외계 생명체와 함께 하며 놀라운 시간을 선물합니다.
첫 번째 단편을 포함해 수록된 이야기들 대부분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삶과 운명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인 작품인데요, 그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속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탐험을 멈추지 않고 남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임무를 해내던 코아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단편이 희망적인 결말을 선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고 길을 나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깨달음을 선사했기에 지켜볼만 했어요.
SF 소설의 경우 다른 장르의 소설보다 쉽게 읽히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제대로 이해하고자 집중하게 돼서 이런 점이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마주했던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2를 통해 <우주소리>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검색을 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단편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저는 코아티의 모험기를 읽으면서 제 인생에 있어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돼서 이 또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저에게 있어서는 뜻깊은 무언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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