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네이버 실황 생중계를 통해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인 블랙앤블루 시즌 4 선정작으로, 현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이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뱀파이어긴 하지만 아직 송곳니도 없는 데다가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아더가 자신의 저택에서 집사 존과 함께 살아가며 성장을 꿈꾸던 중, 우연히 그곳에 찾아든 엠마를 통해 놀라운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장르는 공연 초반엔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가 강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미스터리 스릴러의 느낌을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던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였습니다.
엠마는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아더 코필드 저택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곳의 주인인 아더의 도움으로 일을 도우며 잠시동안 머무는 것을 허락받음으로써 뱀파이어 소년과 인간 소녀의 풋풋한 로맨스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신세를 지는 처지이긴 했지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며 저택에 활기를 불어넣는 엠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주혜 배우의 멋진 연기와 노래가 멋진 캐릭터를 보여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아더 코필드 저택의 당주이자 작품의 주인공인 뱀파이어 아더는 아이돌 가수 클릭비의 보컬에서 이제는 완벽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오종혁이 맡아 열연해 주었습니다. 생중계 속에서도 역시나 얼굴은 참 작더군요. 소년스러움을 한껏 장착한 연기도 매우 귀여웠어요. 가진 능력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뱀파이어라고, 엠마를 향해 "카악~!"하고 소리를 지르던 모습도 앙증맞음을 더했습니다.
클릭비 메인 보컬 출신이기에 노래 실력은 이미 입증된 셈이라고 볼 수 있지만,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통해 보다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임에 따라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시선을 집중시켰다고 생각되는 바입니다.
아더가 뱀파이어가 될 그날까지, 오로지 아더만을 위해 일하는 집사 존은 정민 배우가 맡았습니다. 예기치 않은 등장으로 방해꾼이 되어버린 엠마에겐 차가웠지만 아더를 위한 충성심만큼은 대단했던 인물이었는데,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놀라운 반전으로 이끌어나가는 캐릭터이기도 해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음에 따라 무표정에 가까운 냉정함을 지닌 채로 일관성 있게 살아온 그의 이면에 자리잡은 어둠의 이유가 안타까웠고, 그렇게 감춰져 있던 진실을 눈 앞에서 맞닥뜨리면서 확인해야만 했던 결말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단, 공연 중간에 자리를 이동하며 연속적인 턴 동작을 보여주던 모습은 최고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매우 유연하고 아름다운 찰나의 장면이었어요.
창작뮤지컬 [뱀파이어 아더]의 막이 오르고 공연이 진행되었을 때만 해도 인간과 뱀파이어의 풋풋한 로맨스에 병맛극 특유의 재미가 곁들여진 작품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를수록 예기치 못했던 비극의 분위기가 펼쳐져서 의외성을 지닌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원형 무대를 매력적으로 잘 활용한 것도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조명과 영상의 사용이 흡족함을 자아냈답니다. 아더가 뱀파이어적 기질을 표출함에 따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아우라를 포함, 엠마를 향해 다가오던 암흑의 기운 및 사람의 그림자를 표현하는 장면들이 완벽함 그 자체였어요.
이와 함께 공연에서 마주하게 됐던 넘버의 퀄리티도 상당했다지요. 엠마가 쿠키를 구움에 따라 시작되던 흥겨운 멜로디, 둘이 함께 ABCDEF 알파벳을 공부하면서 들려주던 노래를 포함해 거의 모든 곡이 귀를 사로잡았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이유로, 급전개를 보인 결말 부분만 조금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이 살짝 아쉬웠거든요. 근데 또 암전되기 전에 눈에 보여진 장면은 마냥 비극은 아니고 해피엔딩을 암시했으므로 다행스럽기도 했답니다. 마지막 연출, 좋았어요!
덧붙여, 세상에 착한 인간은 없다던 엠마와 가난한 자에게 자존심은 사치라는 존의 얘기가 명대사로 자리잡은 공연이기도 했어요. 둘 다 맞는 말이긴 하잖아요.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가 재밌었던 건 이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의 의외성에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살짝 비틀어버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반전이 생겨나게 되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초연이 올라오기 전에 쇼케이스 공연이 이뤄졌는데, 꽤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궁금해졌던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였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좋은 점이 더 눈에 띄었던 작품이기에 계속되는 작업을 거쳐서 오래도록 롱런하는 공연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네이버 실황 생중계로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라면, 직접 공연장에서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공연실황 생중계를 기념해서 40% 타임세일도 진행됐는데 잘 잡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티켓을 잡진 않았으나 다른 배우들이 궁금해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공연장에서 직접 보는 무대가 정말 최고일 테니까요. 자꾸 생각나면, 보러 가야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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