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죄와벌]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이와 함께 주호민 작가의 웹툰인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도 웹툰을 재밌게 봐서 매우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원작과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영화라는 장르가 보유한 특성을 잘 살림에 따라 그에 맞는 변화를 추구해서 색다르면서도 재밌는 작품의 탄생을 확인하게 돼 흥미로웠답니다.
삶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저승에서 보내는 49일 동안의 시간이 중심이 돼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스펙타클함 그 자체였습니다.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게 되는데 한번도 빠짐없이 무사히 통과를 해낸 망자만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저승의 법이기에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으로 구성된 관문을 빠져나오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마저 험난함과 고단함을 선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화재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주인공인 김자홍은 어린 아이를 구출하고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때 그에게는 정의로운 망자이자 귀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됩니다. 그리하여 저승차사인 해원맥과 덕춘이 이끄는대로 저승의 입구로 향하고 이곳에서 또 한명의 차사인 강림과 만나며 관객들을 새로운 사건으로 빠져들게 도왔습니다.
저승으로 향하는 입구인 초군문에 모두 모이게 된 저승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 셋은 앞으로 자홍이 서게 될 재판을 위해 변호를 맡게 됨으로써 변호사의 역할 또한 함께 할 것을 알립니다. 원작 웹툰에서는 진기한 변호사가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이것이 또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답니다.
저승 삼차사를 중심으로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게 됨에 따라 사건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게 도왔던 것도 사실이에요. 49명의 망자를 천년 동안 환생시키는데 성공할 경우, 저승 삼차사에게 인간으로의 환생을 약속한 염라대왕으로 인해 강림, 해원맥, 덕춘은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중입니다. 자홍은 그중에서도 48번째 망자일 뿐만 아니라 무려 1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겨우 만나게 된 의로운 귀인이기에 변호에 더욱 힘쓰는데요, 예상치 못한 복병이 속속들이 등장함으로써 그의 환생은 마냥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승에서도 빡빡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죽어서 저승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계속되는 내내 힘겨운 시간을 이어가야 하는 인간의 삶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틈 깊은 한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와 함께 믿었던 귀인 자홍의 인생이 저승삼차사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역시 사람이란 도무지 알 수 없는 생물임을 자각하게 해서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승 삼차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고, 자홍은 지금 이러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허탈함을 내보이게 되고야 맙니다. 그래도 현몽을 통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부정적인 마음을 간신히 떨쳐내고 재판에 임하게 돼 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을 통해 확인하게 된 원작과의 또다른 차이점으로는 병장 원성연이 자홍의 동생 수홍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자홍을 변호하는 일은 해원맥과 덕춘이 맡았고, 강림은 저승에서 걸음을 옮기는 순간순간 방해물이 나타나는 것을 통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남았음을 감지하고 이승으로 내려와 이를 조사하는 일에 열심입니다.
그로 인해 맞닥뜨린 수홍의 절절한 사연은 혈연 관계에놓인 형제의 이야기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안타까움을 전해 주었고, 이와중에 배우 이준혁의 악역 연기는 절정에 달함으로써 분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해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더했습니다.
저승 삼차사의 리더로 활약하며 절제된 카리스마를 선사한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그동안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맛깔나는 먹방을 보여주며 웃음을 건넸고, 사건에 숨겨진 반전을 찾아내면서 환생을 위한 임무 성공을 결연히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수홍 역의 김동욱 역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며 기대를 뛰어넘는 연기와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았기에 그의 열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캐릭터는 해원맥이었습니다. 맡은 일을 멋지게 해내면서도 마음에 담긴 불만을 내뱉으며 툴툴거림을 이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개성이 존재하는 인물이었거든요. 리더인 강림의 말을 따르기는 하나 그에 앞서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것이 재밌었고, 위급한 상황에선 항상 덕춘을 챙기며 따뜻함을 보여줬어요. 원작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입체적인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의 전형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담긴 온기와 뛰어난 두뇌를 보유한 덕춘은 저승삼차사 중 막내지만 어떨 땐 강림과 해원맥을 넘어서는 직감을 발동시킴에 따라 자홍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그야말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역으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탁월한 연기로 마음을 사로잡게 된 김향기의 활약 역시도 최고였어요.
그리고, 이 영화의 씬 스틸러! 막중한 책임감을 지녔기에 이로 인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로 이정재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염라대왕으로 분한 모습 자체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대단했어요.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자신만의 강점을 잘 살려 눈도장을 쾅 찍은 배우로, 지금까지 다져진 연기 내공이 완벽하게 표출돼서 재미를 배가시켰답니다.
이외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까메오로 곳곳에서 출연을 해줬기에 반가웠고 화려한 라인업에 깨알 재미가 느껴져 좋았습니다. 찰나의 장면일 뿐인지만,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은 영원으로 남을 것을 알기에 주조연을 포함한 배우들의 찰진 연기가 영화를 가득 채웠음을 인정합니다. 덧붙여, 꼬마대왕의 포스도 남달랐음은 물론입니다.
더불어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은 어마어마한 CG가 눈에 띈 작품이었던 것도 맞아요. 그림을 통해 창작된 세계를 현실로 구현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티가 나는 장면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동안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여기는 게 가능할 정도로,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성공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작품이었기에 이것만으로도 훌륭했다고 생각됩니다.
지친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게 도와주는 판타지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던 만큼, 앞으로 한국형 판타지를 더 많이 만나는 게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장르는 판타지물이었으나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낯설음으로 가득한 세상이 아니라 현실을 토대로 죽음 이후의 시간을 표현해냈기에,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만약 제가 재판을 받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느 관문 하나 제대로 통과하는 일이 없었을 거라고, 현재를 되돌아보며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도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의 가치는 증명된 셈이라고 확신합니다.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한데 뭉쳐지면서 재미와 감동은 2배였으나 신파가 부각된 점만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관객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과도한 설정으로 의도된 상황이라면 반감이 생길 수 있으니 이 점은 앞으로 꼭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에 이어 [신과함께 인과연] 또한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빠르게 풀어 보도록 할게요. 전작에 못지 않은 재미가 담겨 있었기에 잘 보고 왔거든요. 결론적으로, 저승에서의 49일을 스펙타클하게 그려낸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출발은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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