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희 작가의 웹툰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은 각기 다른 존재가 어우러짐에 따라 영향을 받고, 이로 인해 성장해 나아가는 순간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현실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로 표현한 웹툰이었습니다. 인간과 더불어 마법사, 마녀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낸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는데 한회씩 새로이 만나게 될수록 기대 이상의 에피소드가 펼쳐짐으로써 이러한 생각을 접어둔 채로, 웹툰 고유의 매력 속으로 푹 빠지는 게 가능해 좋았어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에는 인간과 마법사, 마녀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은어로 인간은 구루마, 마법사와 마녀는 빗자루로 불렸는데 이 존재들이 혼재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사건사고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빗자루는 뛰어난 능력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구루마에겐 때때로 질투를 넘어선 분노를 유발시키는 존재였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은근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존재들 사이에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든 마녀 도박하와 인간 윤사라의 만남은, 빗자루와 구루마라는 입장에 개의치 않는 포용으로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며 훈훈함을 자아냈답니다.
고아원에서 자라며 수녀를 꿈꾸던 사라에게 박하는 다가가고 싶지 않은 무시무시한 생명체와 같았으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마녀로 살아오는 일 역시 순탄치 않음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면서 둘도 없는 친구로 거듭나게 모습들이 깊은 감동을 자아냈어요.
박하 역시도 사라에게 지녔던 고정관념을 탈피함에 따라 친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면들이 매우 인상깊게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나윤희 작가 특유의 유머 센스가 그림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웃음을 터뜨렸는데, 만화적 연출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진 위와 같은 컷들이 한참동안 시선을 뗄 수 없게 했음을 인정합니다.
베스트 프렌드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서 싸움 또한 치열하게 하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에 아역 시절부터 꾸준하게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설민혁과 박하의 소꿉친구인 주상엽이 합류하면서 묘한 사각관계를 형성하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단순히 러브 라인만 생성된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고민과 선택으로 인해 달라지는 관계의 변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깨달음을 전해주었기에, 이로 인한 곱씹을 거리도 정말 많았거든요.
하지만 역시, 이 웹툰은 러브 스토리보단 박하와 사라의 우정이 깊어지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던 작품이었어요. 마녀와 인간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편견을 극복하게 도우면서 친밀감을 높여주는 찰나들이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외면하지 않았어요.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차별의 문제를 빗자루와 구루마에 빗대어 표현하며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를 되돌아 보게 해줌으로써 생각에 깊이를 더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을 잃지 않는 스토리 전개로 우리 삶을 향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적당히 깔끔한 엔딩으로 완결웹툰의 길에 들어섰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 작가의 후기까지 읽고 나서돼 심장이 두근거렸다지요.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넘버 한 소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문장이었지만, 이제는 나윤희 작가의 웹툰 역시도 기억하게 도와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웹툰의 제목처럼 마법과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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