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화이트 러시]는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소설의 긴박감이 흥미로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소설 [백은의 잭]을 잇는 설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스키장에서 패트럴 대원으로 근무하는 네즈와 스노보드 선수 치아키가 재등장하며 반가움을 전하고도 남았다지요.
참고로,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탄저균, 일명 K-55는 생물학무기와 다름 없는 상태인데 해고된 연구원 구즈하라가 반출하여 스키장에 묻은 뒤, 돈을 담보로 거래를 제안했으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며 뜻밖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또다른 연구원 구리바야시 가즈유키는 아들 슈토의 도움을 받아 K-55가 묻힌 장소를 찾기 위해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으로 향합니다.
그 속에서 K-55를 손에 넣으려 고군분투하는 또다른 빌런의 음모와 더불어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한 아이에 대한 슬픔을 간직한 부모의 이야기 또한 마주하게 돼 인상적이었고요. 스키장 직원 및 그곳에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얽히고 설켜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구즈하라가 죽기 전에 보낸 사진 속 스키장의 곰인형이 단서였는데, 이에 따른 에피소드 역시도 긴장감을 더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때가 있었음은 물론이에요.
이와 함께 슈토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확인할 수 있었던 서사의 흐름 속에 녹아든 성장 스토리도 감동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에요. 어른들이 인지하지 못한 아이들의 섬세한 감수성과 정의로움이 감명깊은 결말을 일깨워줘 만족스러웠습니다. 덕택에 서먹했던 구리바야시와 슈토, 부자지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겨 감명깊었다지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필력도 어마어마하거니와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작가인데,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 러시]의 출간이 흡족함을 전해줬음을 밝혀 봅니다. 설산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겨울에 읽기 안성맞춤이었던지라 계절감이 걸맞는 소설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스터리함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고 말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소재를 활용한 점도 잊지 못할 거예요.
매번 다양한 시리즈물과 장르물로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추리소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 기준으로, 지금까지 접한 작가의 책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순위를 매겨 봤을 때 [화이트 러시]는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안 읽어 볼 수는 없는 작품임은 분명하니까 한 번쯤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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