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노벨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진 소설입니다. 저도 이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할말 다한 거죠. 제목과 표지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 닿는 책이기도 했는데요, 젊은 날의 시간을 지난 노년의 순간에도 아직, 살아 있기에 존재하는 희망을 얘기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영국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저택 달링턴 홀의 집사로 달링턴 경을 평생 섬겼던 스티븐스가 새로운 주인이 권한 6일 간의 생애 첫 여행을 떠남으로써 과거를 돌이켜 회상하며 현재의 삶을 공고히 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사랑조차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임무 수행에 온 힘을 바쳤으나 생각지 못한 주인에 대한 진실을 통해 허망함을 느끼던 스티븐스는 켄턴 양이 보내 온 편지를 읽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발길을 옮깁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집사라는 책무에 온전히 자신을 맡겼으나 남은 것은 허무함과 쓸쓸함이 전부인 집사 스티븐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여행이 전해주는 전환점으로 인해 지나가 버린 사랑에 대한 후회 대신, 남아 있는 나날을 향한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살아 온 인생을 반추하게 되는 우리들에게 기대 이상의 깊은 의미를 전해주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인 문제와 고찰이 담긴 것과 동시에, 인생을 곱씹어 보게 돕는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녹아나 읽는 게 쉽지 않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작품이기에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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