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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23.02.17 히가시노 게이고 [화이트 러시] :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소설의 긴박감
  2. 2022.05.24 미야베 미유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 가족과 인정의 문제를 다룬 소년 탐정물
  3. 2021.11.03 후루타 덴 [거짓의 봄] : 미스터리 연작 단편소설의 촘촘한 짜임새가 인상적인 책
  4. 2021.05.07 히가시고 게이고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 가볍게 읽기 좋은 작가의 초기 엔터테인먼트 소설
  5. 2019.10.11 송시우 [검은 개가 온다] : 우울증을 소재로 심도있게 써내려간 미스터리 스릴러와의 만남
  6. 2017.09.05 히가시노 게이고 [가면산장 살인사건] : 놀라운 반전의 연속을 보여준 엄청난 미스터리 소설
  7. 2014.03.09 전쟁 전 한 잔,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책의 제목이었다 1
  8. 2014.02.07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
  9. 2013.10.03 숙명, 그 속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10. 2013.02.04 문인들의 날카로운 추리 활극, 경성탐정 이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23. 2. 17. 05:30

히가시노 게이고 [화이트 러시] :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소설의 긴박감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화이트 러시]는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소설의 긴박감이 흥미로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소설 [백은의 잭]을 잇는 설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스키장에서 패트럴 대원으로 근무하는 네즈와 스노보드 선수 치아키가 재등장하며 반가움을 전하고도 남았다지요. 

 

 

참고로,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탄저균, 일명 K-55는 생물학무기와 다름 없는 상태인데 해고된 연구원 구즈하라가 반출하여 스키장에 묻은 뒤, 돈을 담보로 거래를 제안했으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며 뜻밖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또다른 연구원 구리바야시 가즈유키는 아들 슈토의 도움을 받아 K-55가 묻힌 장소를 찾기 위해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으로 향합니다. 

 

그 속에서 K-55를 손에 넣으려 고군분투하는 또다른 빌런의 음모와 더불어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한 아이에 대한 슬픔을 간직한 부모의 이야기 또한 마주하게 돼 인상적이었고요. 스키장 직원 및 그곳에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얽히고 설켜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구즈하라가 죽기 전에 보낸 사진 속 스키장의 곰인형이 단서였는데, 이에 따른 에피소드 역시도 긴장감을 더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때가 있었음은 물론이에요. 

 

이와 함께 슈토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확인할 수 있었던 서사의 흐름 속에 녹아든 성장 스토리도 감동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에요. 어른들이 인지하지 못한 아이들의 섬세한 감수성과 정의로움이 감명깊은 결말을 일깨워줘 만족스러웠습니다. 덕택에 서먹했던 구리바야시와 슈토, 부자지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겨 감명깊었다지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필력도 어마어마하거니와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작가인데,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 러시]의 출간이 흡족함을 전해줬음을 밝혀 봅니다. 설산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겨울에 읽기 안성맞춤이었던지라 계절감이 걸맞는 소설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스터리함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고 말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소재를 활용한 점도 잊지 못할 거예요. 

 

매번 다양한 시리즈물과 장르물로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추리소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 기준으로, 지금까지 접한 작가의 책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순위를 매겨 봤을 때 [화이트 러시]는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안 읽어 볼 수는 없는 작품임은 분명하니까 한 번쯤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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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22. 5. 24. 19:07

미야베 미유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 가족과 인정의 문제를 다룬 소년 탐정물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를 읽었습니다. 작가가 집필한 최신작인 줄로만 알았는데, 초기작을 재출간함으로써 만나볼 수 있었던 책임을 알게 돼 감회가 새로웠어요. 참고로 일본에선 1992년에 초판되었고, 국내에서는 2010년에 발매된 뒤 개정판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서 흥미로웠답니다.

 

이와 함께 남중생 오가타 마사오와 시마자키 도시히코가 콤비를 이루며 선사하는 스토리 전개가 중심을 이루는 것이 특징인 소년 탐정물을 접하는 일이 가능해 신선했어요. 그리하여 단짝 시마자키 시리즈로 불리며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소설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기대가 되기에 이르렀답니다. 

 

 

소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축구부원으로 활동 중인 중학교 1학년 오가타 마사오의 어머니에게 어느 날, 5억엔이라는 거금이 유증되면서 비롯되는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어요. 20대 시절 어머니 사토코가 머물렀던 연립주택의 이웃이었던 사와무라 나오아키가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 때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성공하면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주식 거래를 통하여 큰 돈을 벌게 되자 정말로 이를 위한 유언장을 남김으로써 평범한 삶을 살아 온 오가타 가족에게 뜻밖의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관심으로 시끄러운 나날이 계속되는 와중에 부부 관계에도 위기가 닥쳐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리고 말아요. 이로 인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마사오는 절친 시마자키와 힘을 합쳐 사와무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토코와 사와무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며 부부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야 마는데요, 유증을 받기에 앞서 마사오의 아버지가 말썽을 피운 전력이 상당해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다다랐다고 봐도 무방해 보였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의 내용은 가족과 인정의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로 부족함이 없었답니다.

 

뭐니뭐니 해도 책의 첫 페이지에 담긴 문장이 선사하는 메시지가 남달랐거든요. "인정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옛사람의 말에 괜한 인정을 베풀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존재하므로 냉정하게 뿌리치는 것도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담임선생님과 곤란에 처한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어 도와주면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힘을 보태주기 마련이므로,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인정과 도움을 아끼지 말라는 의미임을 피력한 교감선생님의 상반된 의견차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색다른 의미로 다가와서 뜻깊었어요. 

 

 

26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으로 빠르게 읽어 내려가기 어렵지 않았던 소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는 기상천외한 사건의 실체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촘촘한 개연성으로 연결되어 있기보다는 독자들을 놀라게 해줄 장치적 설정에만 유독 공을 들인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기존에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탄탄한 스토리가 도드라졌던 건 아니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밝혀 봅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스펙타클함에 초점을 맞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오락성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까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제 기준에서는 그랬답니다.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작품을 접할 수 있었기에 그 부분은 흡족함을 자아내고도 남았다지요.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고 해도 모든 작품이 좋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사오가 자신과 연관된 사건을 파헤치려 애쓰는 동안 시마자키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진상을 꿰뚫어 보는데, 이로 인해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둘의 케미가 눈여겨 볼만 했던 순간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단짝 시마자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 또한 읽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을 통해서 써내려가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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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21. 11. 3. 11:28

후루타 덴 [거짓의 봄] : 미스터리 연작 단편소설의 촘촘한 짜임새가 인상적인 책

오래간만에 접한 단편소설집이 흥미로운 시간으로 안내했던 한때였습니다. 후루타 덴의 미스터리 연작 단편으로 구성된 [거짓의 봄]에는 총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는데, 범인의 시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가 놀라움을 선사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어린 여자아이를 감금한 용의자의 사연을 다룬 '봉인된 빨강', 보이스 피싱 사기 그룹의 리더 미쓰요를 둘러싼 사건을 파고든 '거짓의 봄', 도둑을 직업으로 삼은 남자와 장미 원예가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을 만나 볼 수 있었던 '이름 없는 장미', 미대생 미호의 오해로 인해 발생한 얘기를 토대로 벌어진 '낯선 친구', 아들과 아버지의 범죄를 추적하는 시간 속에서 전직 경찰 가노의 과거를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던 '살로메의 유언'이 각기 다른 개성을 뽐냈기에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특히, 과거에 자백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경찰 가노 라이타가 현재는 가미쿠라의 작은 파출소 순경으로 일하며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해 범인을 밝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가지 단편의 연결고리와 다름 없는 가노의 존재감이 눈부셔서 이로 인한 호기심이 극대화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심리적인 묘사와 디테일에 치중한 미스터리라는 점이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범인의 정체를 감추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낸 뒤에 경찰이 이들을 뒤쫓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선보여서 색다른 매력을 맞닥뜨릴 수 있었던 것도 만족스러웠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인 '낯선 친구'와 다섯 번째 이야기로 자리잡은 '살로메의 유언'은 연속성을 보유한 내용으로 한층 더 심도있게 사건 속 인물들을 파헤침에 따라 이로 인한 여운이 상당했어요. 뿐만 아니라 가노에 대해서도 상세히 파악이 가능해 흡족했음을 밝힙니다. 

 

 

이와 함께 하기노 에이와 아유카와 소가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으로 한 팀이 되어 집필한 소설이 [거짓의 봄]이라고 해서 이 또한 감명깊었습니다. 저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책의 타이틀로 선정된 '거짓의 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사기단으로 함께 활동하던 멤버 두 사람이 돈을 들고 사라진 후 미쓰요에게 도착한 의문의 협박장이 불러 일으킨 비극 속에서 의지할 가족 없이 혼자인 그녀에게 위안을 주던 옆집 꼬마 하루토의 모습이 마음에 콕 박히고도 남았습니다. 사기꾼으로 살아 온 시간에 대한 죄값은 당연히 치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안타까운 인생을 살아 온 미쓰요의 지난 날을 알게 되니 묘하게 마음이 쓰이긴 하더라고요. 

 

덧붙여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된 '봉인된 빨강'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반전으로 말미암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긋난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성인이 된 아이의 트라우마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어요. 

 

그리고, 다섯 개의 단편 중에서 표제작 '거짓의 봄'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음을 밝혀 봅니다. 충분히 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였어요. 마지막으로, 가노 라이타를 토대로 집필한 장편소설을 후속작으로 발표할 거라고 하니 이 점도 기대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편소설이라 시간 날 때마다 한 편씩 읽으며 내용을 음미하기에도 그만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단편소설집에 관심이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후루타 덴이 써내려간 [거짓의 봄]을 은근슬쩍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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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21. 5. 7. 12:57

히가시고 게이고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 가볍게 읽기 좋은 작가의 초기 엔터테인먼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는 하나야 보석점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참고로 주인공 교코는 부자의 꿈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인물로써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고객들을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컴패니언을 직업으로 가진 것이 특징이랍니다.

 

그리하여 교코가 컴패니언으로 참여했던 하나야 보석점 고객 감사파티가 끝나고 난 뒤, 직장동료 에리가 호텔 밀실에서 죽은 채 발견됨에 따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교코는 자신이 마음에 둔 부동산회사 전무 다카미가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옆집으로 이사 온 담당 형사 시바타를 통해 얻게 된 정보로 가까운 사이로 나아가려 애써요. 

 

 

화려한 파티의 밤에 발생한 호텔 밀실 사건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진실이 정체를 드러낼수록 놀라움을 자아냈고, 교코와 다카미의 합동 수사로 인해 펼쳐지는 러브 라인도 적당히 흥미로웠어요. 그러나 1980년대에 집필한 작가의 초기 소설이었던 만큼, 최근에 발매된 다른 작품에 비해 몰입감은 좀 떨어졌습니다. 

 

스토리 라인 안에 설정된 캐릭터 역시도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책표지에서 복고 미스터리라는 단어의 의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 아니기에 붙여진 타이틀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김이 빠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와 함께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는 책 제목마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지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말을 가져다 썼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어서 아쉬웠어요.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처음 출판되었을 당시에는 [교코의 꿈 : 컴패니언 살인사건]이었다가 [윙크로 건배]라는 타이틀로 재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판은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라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느낌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덧붙여, 책표지 디자인도 마찬가지였음을 밝힙니다.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만나볼 수 있었기에 그것만은 참 좋았어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에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킬링타임용 도서로 남게 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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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9. 10. 11. 17:15

송시우 [검은 개가 온다] : 우울증을 소재로 심도있게 써내려간 미스터리 스릴러와의 만남


송시우 작가의 [검은 개가 온다]는 우울증을 소재로 심도있게 써내려간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함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건축설계를 직업으로 삼아 일해 오던 전학수가 벌인 살인사건과 산 속에 묻힌 채로 반백골이 되어 발견된 대학생 설리사 살해사건이 교차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단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았던 전학수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내뱉었던 여대생 설리사. 두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에 그치지 않고,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으로 일컬어지는 AAD 대표 반탁신이 연결고리로 작용함에 따라 놀라운 결말을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변호사인 작은 아버지를 도와 전학수 사건을 파헤치던 박심과 설리사 사건의 증거를 수집해 나가며 범인을 추적 중이던 이평서가 해답을 찾아 나아가는 동안 마주하게 됐던 이야기는, 우울증이 현대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서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도 이에 대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으려 하는 데다가 치료도 몰래 받는 일이 대부분이라서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게 사실이잖아요. [검은 개가 온다]는 소설이지만, 이를 계기로 발발하게 된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우울증을 향한 관심과 치료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우울증의 증상 및 치료와 관련된 언급은 물론이고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경쟁이 불러 일으킨 병에 대한 경각심까지 깨닫게 해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던 [검은 개가 온다]였습니다. 박심과 고등학교 동창이자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황보드린의 대화가 그런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일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반영된 것 같아서 말이죠. 


덧붙여 이평서의 형사다운 노련함도 훌륭했지만, 통찰력을 바탕으로 생성된 박심의 탁월한 추리력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전해주었음을 밝힙니다. 이와 함께, [검은 개가 온다]는 책 제목의 의미 역시도 읽어내려가는 동안 확인이 가능해서 좋았답니다. 책표지 역시도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덧붙여, 박심과 황보드린은 이 한 권으로만 만나고 헤어지기엔 아까운 캐릭터였던지라 후속작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시리즈물로 이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작가 마음일 테니 저는 조용히 기다려 봐야겠어요.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꽤 남았다고 보는데,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만약에 혹시라도 후속편이 안 나오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송시우의 [검은 개가 온다]를 덮으면서, 대한민국 추리소설도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추세임을 느끼게 돼 뿌듯했습니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는데, 피가 난무하는 대신에 심리적인 쫄깃함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상당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는 절대로 우울증에 대해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네요. 현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니, 관심이 생긴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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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7. 9. 5. 08:42

히가시노 게이고 [가면산장 살인사건] : 놀라운 반전의 연속을 보여준 엄청난 미스터리 소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양한 소재를 자신만의 필력으로 맛깔나게 버무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선사하는 순간을 책 속에서 경험할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이번에 손에 쥔 '가면산장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읽느 내내 놀라운 반전과 더불어 팽팽한 심리전과 두뇌 싸움을 작가와 독자 사이에 펼치게 만들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도모미는 아버지 소유의 별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를 꿈꿨으나 꿈을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해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하게 됩니다. 사건은 꿈을 이루기 일주일 전에 발생,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제안을 받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사랑했던 여인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 가족과의 인연을 이어갔기에 기꺼이 초대를 수락한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부모를 포함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며칠 동안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찰에 쫓기고 있던 2인조 은행 강도가 그들이 머물기로 한 별장에 침입해 8명 모두를 감금하고 인질로 삼은 채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계속되는 탈출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신경전이 벌어지는데요, 인질 가운데 한 사람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강도가 아닌, 인질들 사이에 의심이 싹트게 되고 그 속에서 범인 찾기를 통해 놀라운 진실이 펼쳐집니다.



가면산장이라는 제목은, 별장의 문 위에 설치된 가면으로 인해 탄생된 제목이었고 이것이 결국은 이야기의 전부를 말해주는 키포인트가 되었다고 봐도 될 듯 해요. 가족들 간의 조촐한 모임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도모미의 죽음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과정 속에서 파생된 것이나 다름 없고, 강도에게 협박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뿐이라 자연스레 8명이 알고 있는 공통주제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거예요.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촘촘한 여러 개의 트릭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놓음으로써 반전에 이르기까지 놀라움을 전해주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이야기는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나름대로 충격적인 반전의 연속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안타까운 사랑과 인간의 어두운 이면까지 드러내며 생각할 거리 또한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여러 종류의 형사 시리즈는 물론, 과학적 탐구와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모든 책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읽을 때마다 감탄을 전해주는 작가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읽은 '가면산장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리고, 책을 발매하는 속도 또한 엄청나서 이 또한 경탄을 자아냈다는 사실! 아직도 그의 머리 속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감춰져 있을 것 같아 기대해 봅니다.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인 만큼, 또다른 작품으로 흥미로움과 놀라움을 다시 경험하고파요.


무작정 집어들었을 지라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매력.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직접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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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4. 3. 9. 18:00

전쟁 전 한 잔,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책의 제목이었다

 

 

 

 

요즘 다시, 추리소설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제가 읽어왔던 추리소설에는 한계가 있어서 다른 이들이 읽어본 추리소설 중에서 관심있는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데니스 루헤인이 집필한 켄지 & 제나로 시리즈 였어요.

 

'전쟁 전 한 잔' 이라는 제목이 뭔가 멋진 비유를 나타내는 타이틀 같아서, 집어 들게 되었지요.

전쟁 전 한 잔이라......진짜 전쟁을 준비하는 자의 여유를 나타내는 제목 같기도 하고 말이죠.

 

책의 시작은, 상원의원의 중요 사진과 서류가 청소부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사건을 사립탐정 켄지와 그의 파트너인 제나로가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데요,

음......읽고 난 느낌은 조금 허무했어요.

 

일단, 켄지가......말이 좀 많더라구요;ㅁ;

사건에 앞서 첨가되는 부연설명이 생각보다 많아서 저는 좀 그랬어요.

사건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좋은데, 그러기에 켄지와 제나로의 사생활을 훨씬 더 많이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처음 알게 된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인데, 처음으로 읽게 된 작품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취향이 까다로운 건가 싶기도 한데, 제목 만큼 흥미롭진 않았어요.

 

사회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가는 점은 좋았으나,

그게 전부였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읽어본다면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이 작품은 책의 제목이 가장 흥미로웠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은 것이 없네요......'ㅁ'

뭔가 마음을 확 잡아끄는 매력을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 매력을, 부디, 제가 손에 집어든 데니스 루헤인의 다음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켄지 & 제나로 시리즈가 취향이 아닌 건지도 모르니,

그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를 읽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재밌는 추리소설 읽고 싶어요! 흑흑;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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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4. 2. 7. 21:30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오르는 소설의 장르는 단연 추리인데요,

11문자 살인사건 역시 마찬가지로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추리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저에게 있어 독특하다고 느껴졌던 단 한가지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이 추리소설 작가라는 점이었어요.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주인공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데,

줄거리는 개인적인 취향에서 보통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읽은 지 좀 됐는데, 기억나는 것이 주인공의 직업과 범인, 간단한 스토리 라인 정도니까요.

선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빠르게 읽히긴 했는데,

그만큼 빨리 잊혀진다는 점에서 마음을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봅니다.

 

뭐니뭐니 해도, 여러 장르의 책 중에서도 재빨리 읽히는 것이 바로 추리분야가 아닐까 싶은데,

11문자 살인사건은 적어도, 그 기준에 부합된든 작품이었다고 봐요~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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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3. 10. 3. 12:26

숙명, 그 속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날 때부터 타고난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숙명'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숙명은 운명이라는 단어를 아우르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을 읽으며 저는 오랜만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단순한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독자들의 감각을 집중시키는 솜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근래에 읽었던 추리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밝혀지는 커다른 음모 속 파헤쳐지는 진실!

 

엄청난 스릴감을 전해 받지는 못했지만, 극적인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깔끔한 이야기 전개로 마음을 뺏어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숙명이 오늘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면,

제게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은 그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뜻깊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거든요.

어서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순순히 잠들지 못하고 책을 펼쳐들었던 시간이 있었으니 말이죠.

 

책표지 뒷면에 마지막 문장은 읽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책을 앞페이지부터 찬찬히 읽는 편이라 모든 페이지를 섭렵한 뒤에 그 글을 본 게 어쩌면 다행이지 싶어요.

위트 있는 마지막 문장에서 희미한 웃음까지 던지고 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에게서 또 한번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서 즐거웠어요.

추리소설이 또 의외로, 기분 전화에 도움이 돼서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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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book store2013. 2. 4. 19:39

문인들의 날카로운 추리 활극, 경성탐정 이상

 

 

 

 

 

뿌리 깊은 나무 이후로 역사 속 인물이 중심이 되는 추리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문인들의 활약극이라면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는 경성에서 엉킨 매듭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인 경성탐정 이상과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 구보의 모습은 마치 한국판 셜록홈즈와 왓슨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있어 이상은 그야말로 난해한 작가일 수 밖에 없었는데,

소설 속에서는 그러한 난해함이 독특한 유머와 기지를 발휘하는 힘이 되어줘서 색달랐어요.

 

또한, 역사속 문인들의 특징을 잘 살려내 문장 속에 살아 숨쉬게 한 작가의 센스가 돋보였답니다.

한량인 듯 하면서 강박증을 앓는 구보와 냉철함을 유지하며 본능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이상,

잠깐이지만 읽는 내내 구수함에 녹아들게 만들었던 김유정 등의 유명인들을

이렇게나마 만나뵙게 되어 즐거웠다고나 할까요ㅎ

 

책을 내려놓은 뒤에 미소지을 수 있었던 것은, 의미심장한 결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다시 한 번, 구보와 이상의 활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기도 해요.

 

경성탐정 이상과의 만남을 계기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게 됐다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역사의 재구성을 통한 추리소설의 탄생이라니, 참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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