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와이 히사시의 [가모가와 식당 4]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탐정 사무소'라는 부제를 지닌 소설로, 이러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가능한 책이었습니다. 요리사 가모가와 나가레와 그의 딸 고이시는 교토의 한적한 골목길 부근에서 간판없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요리 잡지에 "가모가와 식당·가모가와 탐정 사무소-음식을 찾습니다"라는 한 줄 광고를 통해 영업을 해나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로 인하여 목적지를 찾아 온 손님에게는 먼저 식사를 대접한 뒤, 고이시가 담당하는 탐정 사무소로 꾸며진 식당 한 켠의 공간에서 의뢰를 받습니다. 그리하여 의뢰인에게 찾고픈 음식에 대한 사연을 들은 후, 일정 기간의 시간이 흘러 재방문을 한 주인공에게 추억의 음식을 재현해 냄에 따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소설 [가모가와 식당 4]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가모가와 식당 4]는 6명의 의뢰인이 등장함으로써 총 6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었답니다. 어머니의 애정이 듬뿍 담긴 된장국, 연인과의 애틋한 추억이 녹아든 주먹밥,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요청한 돼지고기 생강구이,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중화냉면, 학창 시절의 열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닭튀김,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의뢰한 마카로니 그라탱과 관련된 얘기를 만나보는 것이 가능했어요.
대체적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며 현실을 굳건히 살아나가도록 긍정의 힘을 전하는 스토리가 대부분이었지만, 본인의 외도로 잘못된 길을 걷던 의뢰인의 사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이시는 이러한 과거를 지닌 인물의 의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대신에 나가레가 선사한 반전이 조금이나마 통쾌함을 경험하게 해줘서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6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다섯 번째 접시-닭튀김'의 내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삶에 대한 의욕이 줄어드는 요즘이라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의뢰인의 학창시절을 만나며 저 역시도 지난 날 힘을 북돋아 준 사람과 추억의 음식을 머리 속에 생각나게 해줘서 다시금 생의 의지를 활활 불태워 보기로 노력했답니다.
여름방학 때 만난 손녀를 위해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완성시킨 중화냉면에 대한 얘기도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음은 물론이에요. 이와 함께 '꼭꼭 눌러 담은 마음, 주먹밥'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던 의뢰인의 사연과 뒷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전함과 동시에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나아가기를 응원하게 도왔습니다.
참고로, 가시와이 히사시가 집필한 [가모가와 식당]은 시리즈물입니다. 올해 4권이 출시된 거죠. 그에 앞서 발매된 1, 2, 3권을 읽었기에 4권 역시도 손이 갔음을 밝힙니다. 추억의 음식과 관련된 사연을 접수해 만들어 준다는 포맷을 그대로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다소 심심하고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긴 한데,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장점이라 힐링이 필요할 때 손에 쥐게 되더라고요. 나가레와 고이시 부녀 외에 고양이 낮잠이 함께 하며 마주할 수 있는 휴식의 순간도 최고였어요.
이와 함께 손님이 가모가와 식당에 방문하자마자 나가레가 만들어주는 요리에 대한 설명이 군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니 이 부분도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작가가 여행을 좋아하고 또 음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게 책 속의 문장들을 통해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부녀 간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말이죠.
시리즈물로 편찬되기에 괜찮은 방식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일단 4권까지 나왔으니, 언젠가 출시될 음식소설 [가모가와 식당 5]도 미리 기대해 봅니다. 고이시를 통해 확인하는 의뢰인들의 속내와 나가레가 완벽하게 재탄생시킨 추억의 맛이 전하는 삼삼한 독서의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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