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우 작가의 [검은 개가 온다]는 우울증을 소재로 심도있게 써내려간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함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건축설계를 직업으로 삼아 일해 오던 전학수가 벌인 살인사건과 산 속에 묻힌 채로 반백골이 되어 발견된 대학생 설리사 살해사건이 교차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단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았던 전학수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내뱉었던 여대생 설리사. 두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에 그치지 않고,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으로 일컬어지는 AAD 대표 반탁신이 연결고리로 작용함에 따라 놀라운 결말을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변호사인 작은 아버지를 도와 전학수 사건을 파헤치던 박심과 설리사 사건의 증거를 수집해 나가며 범인을 추적 중이던 이평서가 해답을 찾아 나아가는 동안 마주하게 됐던 이야기는, 우울증이 현대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서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도 이에 대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으려 하는 데다가 치료도 몰래 받는 일이 대부분이라서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게 사실이잖아요. [검은 개가 온다]는 소설이지만, 이를 계기로 발발하게 된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우울증을 향한 관심과 치료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우울증의 증상 및 치료와 관련된 언급은 물론이고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경쟁이 불러 일으킨 병에 대한 경각심까지 깨닫게 해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던 [검은 개가 온다]였습니다. 박심과 고등학교 동창이자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황보드린의 대화가 그런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일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반영된 것 같아서 말이죠.
덧붙여 이평서의 형사다운 노련함도 훌륭했지만, 통찰력을 바탕으로 생성된 박심의 탁월한 추리력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전해주었음을 밝힙니다. 이와 함께, [검은 개가 온다]는 책 제목의 의미 역시도 읽어내려가는 동안 확인이 가능해서 좋았답니다. 책표지 역시도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덧붙여, 박심과 황보드린은 이 한 권으로만 만나고 헤어지기엔 아까운 캐릭터였던지라 후속작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시리즈물로 이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작가 마음일 테니 저는 조용히 기다려 봐야겠어요.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꽤 남았다고 보는데,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만약에 혹시라도 후속편이 안 나오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송시우의 [검은 개가 온다]를 덮으면서, 대한민국 추리소설도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추세임을 느끼게 돼 뿌듯했습니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는데, 피가 난무하는 대신에 심리적인 쫄깃함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상당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는 절대로 우울증에 대해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네요. 현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니, 관심이 생긴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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