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밤 12시, 죽기 직전에 열린 마법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판타지의 매력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 노라 시드가 죽기로 결심한 뒤 눈을 뜬 낯선 곳에서 맞닥뜨리게 뜻밖의 선물이 변화를 가져다 주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답니다.
노라 앞에 나타난 공간은 바로, 도서관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조언과 도움을 아낌없이 선사했던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에 따라 여태껏 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누려보고자 새로운 선택을 거듭하던 노라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죽음이 아닌 삶을 갈구하며 굳은 결심을 하기에 이르는데요, 그리하여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영선수, 동네 펍 주인, 뮤지션, 빙하학자 등 꿈꿔본 적은 있으나 미처 이뤄본 적 없는 소망을 이루어낸 노라의 시간은 예상했던 것과 같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노라는 스스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깨닫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마법의 도서관이 지닌 역할과 의미가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파혼, 직장에서의 해고에 고양이의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 노라는 우울증의 깊은 수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때 마법의 도서관이 그야말로 마법처럼 나타나줘서 안심이 됐어요. 다만 노라에게 주어진 인생의 기회가 연이어 진행될수록 결말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짐작이 가능해서 다소 뻔한 설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었다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의 결정이 마음을 울리고도 남았으니 그거면 됐다 싶었습니다. 노라의 삶에 엘름 부인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는 점도 다행스럽게 느껴졌음은 물론입니다.
읽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 정도 추측이 돼서 특별할 것 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인생을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이미 너무도 잘 알기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따라 흥미로운 판타지 여행을 계속해 나가는 일을 멈추진 않을 거예요. 적어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그 순간까지는요.
그런 의미에서 때때로 삶에 지쳐 주저앉고 싶어질 때,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자리잡은 공간, 자정에 나타나는 마법의 도서관 속 판타지의 가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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