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인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작가의 작품과 조금 다른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바로 소설 속에서 또다른 소설을 만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었어요. 때때로 요게 포인트로 작용하는 순간이 은근히 흥미로웠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미노루가 현실을 살아가면서 읽는 소설을 독자들도 만나보게 해줘서 이로 인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실 감각에 집중하기 보다는 책에 빠져 있다고 여기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없이 어린이와 어른, 그 가운데의 삶을 지탱해 나가는 미노루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게 됐던 소설이라 집중해서 읽어 나갔습니다.
부모님이 남긴 유산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사는 미노루는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원하지 않아 나가시와의 사이에서 딸 하토라는 결실을 얻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그와는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된지 오래랍니다. 이외에 중년 여성 커플 치카와 사야카, 미노루의 유산을 관리해주는 친구이자 세무사인 오타케 부부의 인생까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모호한 경계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삶이 현실인 듯 아닌 듯 펼쳐지는 것이 불안한 행복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표현돼 이 점이 눈여겨 볼만 했고, 그리하여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시간의 찰나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소설 속 소설이 단 한 권만 등장하는 게 아니니, 여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듯 해요.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는데,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냥 멀리 떨어진 세계를 표출하진 않아서 이로 인한 생각이 깊어졌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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