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12부작을 끝으로 종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드라마 [Dix pour cent]를 원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원제는 프랑스어로 10%를 의미합니다. 매니저가 연예인 수입의 10%를 가져가기 때문에 붙여진 타이틀이라고 하네요. 프랑스 원작 드라마는 영국에선 [Ten percent(텐 퍼센트)], 미국에서는 [Call my agent(콜 마이 에이전트)]로 리메이크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 드라마로 방영이 이루어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하는 매니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이로 인하여 매회 에피소드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실명과 함께 등장하며 반가움을 전해줘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다만, 프랑스 드라마를 먼저 시청한 입장에서 끄적이게 된 감상평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음을 밝혀 봅니다. 나름대로 각색을 하긴 했지만,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정이 대부분이었던지라 묘한 진부함이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 이제부터 언급할 내용에는 작품의 결말 및 원작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인물관계도는 위와 같았습니다. 메쏘드 엔터의 대표 왕태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존을 위하여 한층 더 치열하게 일에 뛰어든 마태오(이서진), 천제인(곽선영), 김중돈(서현우)과 신입사원으로 채용되어 매니저 일을 배워 나가는 소현주(주현영)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어요.
이중에서도 소현주는 마태오의 숨겨진 딸로 아버지를 만남과 동시에 매니저의 꿈을 이루려 엄마 소정희(김영아) 곁을 떠나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상사를 감당하지 못하고 퇴사한 직원의 후임으로 천제인 밑에서 일을 배우며 성장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마태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략가, 천제인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워커홀릭, 김중돈은 순둥한 우유부단함의 끝판왕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고요. 여기에 더해 전도유망한 경영인 구해준(허성태)이 초등학교 동창 천제인으로 말미암아 메쏘드엔터의 새로운 대표로 부임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움을 선사하고도 남았습니다.
배우들을 케어하며 매니저의 본분을 다함과 동시에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삶은 일과 사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태오는 소현주로 인하여 아들 고은결(신현승) 및 아내 송은하(정혜영)와 갈등을 빚으며 자신을 좋아하는 유은수(김국희)와 미묘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천제인은 세무 조사원 이상욱(노상현)을 잊지 못하는 상태에서 술에 취하여 구해준과 입을 맞추었으며, 김중돈은 데스크 직원 겸 배우인 강희선(황세온)과 오훈(노민우) 감독 사이를 질투하다 영화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려 주연 데뷔를 무산시킴으로써 진퇴양난의 상황에 다다르고야 말았어요.
반면에 구해준으로 인하여 해고 통보를 받았던 명예이사 장명애(심소영)는 복직과 더불어 총괄 프로듀서로 임명됨에 따라 앞으로의 활약이 기다려졌고, 홍보담당 최진혁(김태오)은 메쏘드 엔터의 활력소로 탁월한 존재감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캐스팅 디렉터로 분한 로드매니저 최원재(최연규)의 열연도 눈에 쏙 들어왔어요.
기본적으로 캐스팅된 출연진들의 호연은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는데, 서사적으로 원작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저는 조금 지루했습니다.
덧붙여 1회 조여정, 2회 이희준과 진선규(+변영주), 3회 김수미와 서효림, 4회 수현, 5회 박호산과 오나라(+영탁), 6회 김수로와 김호영, 7회 김소현과 손준호, 8회 김지훈, 9회 김주령(+나영석), 10회 다니엘 헤니(+류현경), 11회 이순재, 12회 김아중이 활약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12회로 구성된 드라마 안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고부 관계에 놓인 배우의 동반출연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루었던 3회는 모녀 배우에 초점을 맞추었던 원작과 차이점을 보여서 신선하게 다가왔고요. 가수 영탁이 발연기하는 배우 캐릭터로 인상깊은 연기를 맞닥뜨리게 해준 장면도 웃음을 빵 터뜨리도록 만들었음은 물론이에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장덕수와 한미녀가 구해준과 김주령으로 재회했던 순간도 시선을 사로잡았답니다.
하지만 제일 강렬함을 안겨주었던 건, 마지막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단독 MC로 나선 김아중이 한복을 갖춰입고 무대에 서서 당당함을 뽐냈던 장면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회에서 조여정이 한복 화보를 촬영하던 것을 시작으로 12회 또한 한복의 위상을 드높이는 줄거리로 흡족함을 전했어요.
이와 함께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가장 감명깊은 시간을 확인하게끔 도왔던 배우로는 천제인 역 곽선영을 꼽고 싶습니다. 일할 땐 프로페셔널함 그 자체였지만,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사생활의 갭이 상당해서 이에 따른 상반된 온도차의 개성이 도드라졌어요. 박력있게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좋았고 뜻밖의 상황에서 폭소를 만발하게 만드는 코믹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 표출되던 로맨틱함도 최고였습니다.
천제인은 프랑스 원작 드라마 캐릭터 중 앙드레아 역할로 분하여 찰떡같은 연기력을 마주하게 해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앙드레아가 레즈비언으로 여자친구 콜레트와의 러브 스토리를 보여주며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과 달리, 천제인은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로 이상욱과의 로맨스를 만나보게 해줘서 살짝 실망했던 찰나가 없지 않았답니다.
한국적인 정서를 고려한 각색에 있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내용은 원작에 충실하려 굉장히 애쓴 것으로 보여졌는데, 레즈비언 설정만 변화를 꾀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지요. 근데 사실 많이 놀라진 않았어요. 이럴 거라고 예상을 하긴 했거든요. 게다가 프랑스 드라마가 19금 등급이라서 수위를 조절한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된 건 맞는데, 자극적인 설정을 아예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라서 아이러니함을 경험하게 될 때가 있었음을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이러한 이유로 앙드레아와 콜레트가 탄생시킨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선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슬퍼졌어요. 대신에 이희준과 진선규가 남자 간의 멜로 영화를 같이 찍는 에피소드를 첨가한 것으로 보여졌는데, 이걸로는 많이 부족했어요. 한국 드라마 업계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였답니다.
그나마 이상욱과 천제인의 케미가 환상적이었던지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이상욱이 남자 콜레트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성별만 바꾼 티가 역력해서 어이가 없을 때가 있긴 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제인과 이상욱의 러브라인은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천제인 역 곽선영과 함께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라고 얘기해도 좋은 인물이 바로 이상욱 역 노상현일 정도로, 비중있는 조연의 힘이 대단했어요. 그러니 다음 시즌에서는 좀 더 자주 나와주세요.
천제인과 이상욱의 사랑 못지 않게 눈을 뗄 수 없게 했던 건, 김중돈과 천제인의 우정 케미였습니다. 제인과 중돈은 대학 시절부터 메쏘드 엔터까지 동고동락함에 따라 각별한 관계로 이목을 잡아끌어서 보는 즐거움이 남달랐어요. 중돈이 제인을 짝사랑하는 모먼트가 살짝 엿보여 애절함이 전해져 올 때가 없지 않았는데, 막바지에 도달하여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인연을 찾아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둘이서 사무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가던 장면이 그래서 더욱 보기 좋았어요.
천제인이 극중에 착용한 의상도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할 땐 숏 재킷과 와이드 팬츠에 운동화를 중심으로 매치하던 패션 스타일링이 돋보였고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입은 양쪽 길이감이 달랐던 드레스 형식의 언발란스 재킷, 파티를 위해 걸친 레드 원피스, 구해준이 업무를 위해 선물한 블랙 드레스 등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때가 있었어요.
어떤 옷이든 자신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하던 천제인을 볼 수 있어 행복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결말에 대하여 이야기해 볼게요. 제인은 상욱과 재회하며 열렬한 연애를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사무실 서랍에 반지를 준비해 둔 것으로 보아 일요일에 만나 프로포즈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허나 제인이 영화제 리셉션 파티에서 미국 에이전시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제인처럼 되고 싶다는 현주에게 미국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걸 보게 돼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기에 이르렀어요.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임신 테스트기 결과를 확인하며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는 제인이 포착돼 이 역시도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한편 제인의 대화를 듣던 해준은 미국 에이전시를 인수하겠다고 작정해서 결과를 얼른 확인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상욱과 제인의 관계를 알면서도 여전히 제인을 좋아하는 듯한 해준으로 인하여 삼각관계의 행방도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답니다. 태오는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데 성공했으나 리셉션 파티에 간 사이, 은하가 남편에게 수신된 메시지를 발견하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해서 둘의 관계를 마냥 해피엔딩으로 바라보긴 힘들었어요.
일단 태오는 은하에게 은수와의 일을 들켜 갈라서게 될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됐고요. 제인이 아이를 가진 거라면 아빠는 부디 상욱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원작에서는 앙드레아가 연매살 구해준 역 히샴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아 콜레트와 기르는데, 이 장면은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제인과 상욱이 꽃길을 걷는다면 참 좋겠네요. 일로 바쁜 제인으로 인해 상욱과 다투는 날이 많더라도 결국에는 둘이 함께 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참고로 엔딩과 연관지어 끄적인 내용에도 원작 드라마 에피소드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드라마는 시즌1~4까지 제작된 상태로, 총 6회씩 2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시즌1이 12부작으로 완결되었는데, 원작의 시즌2에 해당되는 내용까지 담아낸 것으로 보아 시즌2까지는 만들어질 것 가능성이 높을 거란 추측을 해봅니다.
최종회가 대단히 열린 결말로 종영이 돼서 다음 시즌이 확실히 나올 것 같아요. 언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시즌2가 나온다면, 좀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에피소드에 곁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시즌2도 잊지 않고 챙겨 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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