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 드라마로 주말에 방영되었던 <닥터슬럼프>가 16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이유로 인생 최대의 슬럼프에 빠진 의사들의 상처 극복기를 확인하게 해주며 관심을 집중시켰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목 자체가 굉장히 직관적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앞서 탄생된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본 만화 <닥터 슬럼프>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이를 기억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반에서 공부하며 전교 1, 2등을 다투었던 라이벌 남하늘과 여정우가 위기의 순간에 재회함에 따라 서로를 보듬어주며 사랑을 피워 나가는 이야기가 드라마 <닥터슬럼프>의 줄거리와 다름 없었습니다. 마취과 의사로 일하던 하늘은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증이 동시에 찾아와 힘들어했고, 성형외과 의사로 승승장구하던 정우는 마카오 카지노 재벌 상속녀 의료사고로 인하여 백억 대 소송에 휘말리며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우가 하늘의 가족이 사는 옥탑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가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이와 함께 정우의 대학 동기지만 재수를 했기에 형인 빈대영, 하늘의 대학 동기에서 전공의 시절을 함께 보내며 절친으로 거듭난 이홍란이 선사하는 로맨스도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정우는 하늘이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기 전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지라 이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앙숙처럼 보였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도왔던 순간이 많았고,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연인으로 발전했으니 이거야말로 운명이 아닐까 싶었어요.
여정우 역 박형식과 남하늘 역 박신혜는 드라마 <상속자들> 이후 10년 만에 동반 출연하며 꿀케미를 선보여 반가웠습니다. 그때는 상대역이 아니라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 코미디에 걸맞는 모습을 확인하게 해줘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박신혜는 출산 후 복귀작으로 드라마 <닥터슬럼프>를 선택했는데 변함없는 미모와 탁월한 호연으로 감탄을 자아냈고, 박형식 역시도 멋진 열연을 마주하게 해줘 기뻤습니다. 특히, 박형식 같은 경우에는 코믹함을 잘 살리는 데다가 다리 풀리는 연기가 가히 일품이더라고요.
그리고 빈대영 역 윤박과 이홍란 역 공성하도 서브 커플로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싱글대디와 싱글맘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지요. 민경민 역 오동민은 여정우와 남하늘을 이용하며 비열한 면모를 드러내 고개를 내젓게 만들었어요. 여정우와 호형호제하면서 비수를 품고 있었고, 남하늘에게는 가스라이팅을 거침없이 퍼붓던 찰나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죠. 반면, 강진석 역 김재범은 의료사고 당시 정우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갔음에도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뜻밖의 반전을 접하게 도와서 놀라웠어요.
여기에 더해 하늘의 엄마 공월선 역 장혜진과 하늘의 동생 남바다 역 윤상현의 활약이 흡족함을 선사했습니다. 그 와중에 윤상현과 김재범은 드라마 <슈룹>에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포착돼 반가웠음은 물론입니다.
드라마 <닥터슬럼프> 7회에선 의료사고를 둘러싼 진실이 드디어 밝혀졌는데, 그로 인하여 정우의 주변인물들이 선보이는 한때가 강렬한 여운을 전했습니다. 힘들 때 연락없던 사람들은 사건이 해결되자마자 신나서 정우에게 연락을 해대며 감언이설과 더불어 방송 출연 섭외를 위해 노력한 반면, 정우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선뜻 연락을 못하고 고민만 하는 모습이 감명깊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배우 이성경이 특별출연하던 장면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정우와 하늘의 학창시절 동창으로, 정우와 남다른 관계였다고 회상함으로 말미암아 하늘의 질투를 유발하는 배역으로 등장해서 재밌었어요. 정작 정우는 의문스러움을 자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성경은 박신혜와 드라마 <닥터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오랜만에 둘을 같이 보니 좋았어요.
정우가 대영의 병원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면서 첫 수술을 집도하게 됐는데, PTSD로 혼란스러워한다는 걸 홍란에게 들은 하늘이 마취를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며 둘이 맞닥뜨리게 된 장면도 잊지 못할 거예요. 하늘이 힘겨워할 땐 정우, 정우가 괴로워할 땐 하늘이 힘이 되어줘서 다행스러웠습니다.
하늘이 마취과를 선택한 까닭도 드라마를 통해 접할 수 있어 뜻깊었음은 물론이에요.
덧붙여 드라마 <닥터슬럼프>의 명대사로는 정신과 의사와 하늘의 대화를 꼽고 싶습니다. "좋아진다는 건 뭘까요? 결국 행복해진다는 거?"라고 하늘이 묻자 의사는 "불행도 인정하는 거."라는 대답을 내놔요. "나는 또 불행해질 수 있지만 괜찮다, 다시 또 불행이 찾아 오더라도 내겐 견뎌 낼 힘이 있다." 그렇게 믿는 게 아닐까 라는 한 마디가 뇌리에 콕 박혔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매 순간 행복할 순 없기에 불행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방법임을 깨닫게 돼 납득이 갔어요.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잠식되지 않고 극복해 나갈 힘을 낼 줄 안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닐까 싶어요. 하늘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 역 이승준의 존재감도 멋졌습니다. 미국 연수가 좌절되자 실망도 잠시, 예전처럼 속으로만 삭히지 않고 교수에게 자신의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우울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 하늘의 변화 또한 감동적이었어요.
그리하여 정우와 하늘은 결혼을 약속하며 해피엔딩! 마지막회 에필로그에서 공개된 두 사람의 추억이 가득 담긴 장소 위주로 촬영된 웨딩 사진도 정말 예뻤습니다. 고등학교, 옥탑방, 오락실을 포함한 촬영지 곳곳에 스며든 둘만의 서사가 반짝반짝 빛났다지요.
자연스러운 표정과 미소도 최고였음은 말해 뭐할까 싶네요.
전체적으로 잔잔한 감성 속에서 주인공들의 유쾌 발랄 로맨틱 코미디가 돋보였던 힐링 드라마가 바로 <닥터슬럼프>였다고 봅니다. 무난하게 시청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어요.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며 현재를 돌아보게 했던, 그리고 슬럼프에 빠진 이들을 위한 위로를 녹아낸 작품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드라마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징어게임2 리뷰] 편가르기로부터 시작된 비극 강노을 현주 부대장 가면 모양 동그라미 세모 네모 뜻 결말 포함 스포있음 (2) | 2024.12.27 |
---|---|
웹툰 원작 드라마 [신성한, 이혼] : 변호사가 된 조승우 활약에 최종회 시청률 껑충 (0) | 2023.04.12 |
환혼2 줄거리 결말 명대사 퓨전 사극 세계관의 확장이 돋보인 작품 (이재욱 고윤정 임철수 진부연 아역) (0) | 2023.01.10 |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3 2화 노래 앨피(Alfie) 예측불허의 결말에 당황 (0) | 2023.01.03 |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메쏘드 엔터 직원들의 고군분투가 돋보이는 프랑스 원작 리메이크 한국 드라마 (0) | 2022.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