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로 시청했던 [신성한, 이혼]이 12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재탄생된 것이 특징인데요,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의 재판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는 기본 줄거리 외에는 새로운 캐릭터 추가와 더불어 인물들 간의 관계성에 차별점을 두고 제작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웹툰은 본 적이 없지만, 드라마는 괜찮게 잘 봤답니다.
그리하여 아티스트 출신의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이 이혼 의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장형근, 조정식과 돈독한 우정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음을 인정합니다. 덕택에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 휴머니즘 드라마의 저력을 뽐낸 [신성한, 이혼]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9.5%(닐슨코리아)에 임박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사실을 확인하게 돼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신성한은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다가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하여 합격함에 따라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독특한 경력이 눈여겨 볼만 했던 주인공이었습니다. 다양한 이혼 의뢰를 받아들여 재판에 임하는 동안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의 존재감을 발휘해서 감명깊었다지요.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집에선 와인 잔에 소주를 마시며 값비싼 스피커로 트로트를 즐겨 부르는 전직 피아니스트 변호사의 위엄이 남달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성한 역을 맡은 조승우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연기력에 새삼 감탄을 거듭했음을 밝혀 봅니다. 보는 내내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신성한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의뢰인들의 사건을 지헤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여동생 주화의 이혼을 파헤침과 동시에 조카의 후견인으로 양육권 확보에 성공한 순간이 짜릿함을 안겨주고도 남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인물관계도는 위와 같았습니다. 신성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장형근과 조정식 부동산 사장 조정식이 중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은 친구로 신성한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것이 보기 좋았는데, 두 사람은 원작 웹툰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없었으면 아쉬울 뻔 했다고나 할까요?
덧붙여 주화가 세상을 떠난 뒤에 서정국의 아내가 된 진영주 역 노수산나와 금화로펌 파트너 변호사 박유석 역 전배수가 빌런 역할을 맡아 분노를 유발하며 몰입감을 더 해줘서 이 부분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와 함께 금화로펌 인턴에서 신성한 변호사 사무실의 신입 변호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최준 역 한은성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어요.
기상캐스터 출신 라디오 디제이 이서진 역은 한혜진이 담당했는데, 브라운관에서 오랜만에 보는 거라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신성한 변호사를 통하여 이혼 후 아들 현우와 살며 트라우마를 극복해 본업에 복귀하려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멋졌어요. 잠깐 동안이지만 신성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장으로 일할 때 맞닥뜨리게 된 조승우와 한혜진의 케미도 나쁘지 않았답니다. 마지막회에 다다라 악플에 대항하여 거친 말을 쏟아내던 찰나도 통쾌함을 선사해서 최고였어요.
여기에 더해 이서진의 복귀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라디오 피디 방호영 역 유주혜의 열연도 잊지 못할 거예요.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이 아닌 TV에서 만나니까 또 새롭더군요.
주연 배우들의 러브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신성한 친구 장형근과 라면집 할머니 막내딸 김소연이 이제 막 사랑을 키워가는 풋풋한 한때를 목격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김소연 역 강말금은 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극본을 집필한 유영아 작가의 전작인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차미조 역 손예진의 언니로 출연했었다지요. 근데 신성한, 장형근, 조정식이 라면을 먹을 때 갑자기 피부과 명의로 차미조의 이름이 등장했고, 김소연이 한숨을 푹 쉬는 걸 포착하게 돼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이혼을 소재로 스토리가 흘러갔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조명해서 이 점도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속에서 신성한 역 조승우, 장형근 역 김성균, 조정식 역 정문성의 절친 케미가 폭발해서 이들이 함께 하는 분량이 적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지요.
드라마 [신성한 이혼] 속 신성한, 장형근, 조정식 삼총사는 드라마 [서른, 아홉]의 차미조, 정찬영, 장주희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정을 이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첫사랑과 이혼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난 장형근, 사랑 찾아 동호회 모임을 서슴지 않는 조정식, 건물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가며 원하는 답을 찾아내려 애쓰던 신성한이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들과 다름 없어 보였어요.
덧붙여 아역으로 눈길을 잡아끌었던 이서진 아들 현우 역 장선율, 신성한 조카 서기영 역 김준의의 이름도 머리 속에 넣어두기로 합니다.
12부작으로 마무리된 웹툰 원작 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예상했던 것보다 무난한 흐름이 도드라진 작품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이 필요없을 만큼 대단했던 반면, 스토리 자체는 다소 심심한 전개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일말의 허탈함이 남았음을 언급하고 넘어갈게요. 묘하게 루즈한 감이 느껴질 때가 존재했다고나 할까요? 조승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안 봤을지도 모르니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고 봐도 되겠어요.
그래도 지금껏 만나 본 적 없는 변호사가 된 조승우의 활약 덕분에 무사히 정주행을 완료하게 돼 뿌듯합니다. 마지막회에 시청률이 껑충 뛴 이유도 공감이 가요. 장단점이 극명하게 표출되긴 했으나 배우들이 정말 잘해줘서 시즌2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안 나올 것 같아 저만의 소망으로 끄적여 보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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