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접한 단편소설집이 흥미로운 시간으로 안내했던 한때였습니다. 후루타 덴의 미스터리 연작 단편으로 구성된 [거짓의 봄]에는 총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는데, 범인의 시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가 놀라움을 선사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어린 여자아이를 감금한 용의자의 사연을 다룬 '봉인된 빨강', 보이스 피싱 사기 그룹의 리더 미쓰요를 둘러싼 사건을 파고든 '거짓의 봄', 도둑을 직업으로 삼은 남자와 장미 원예가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을 만나 볼 수 있었던 '이름 없는 장미', 미대생 미호의 오해로 인해 발생한 얘기를 토대로 벌어진 '낯선 친구', 아들과 아버지의 범죄를 추적하는 시간 속에서 전직 경찰 가노의 과거를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던 '살로메의 유언'이 각기 다른 개성을 뽐냈기에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특히, 과거에 자백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경찰 가노 라이타가 현재는 가미쿠라의 작은 파출소 순경으로 일하며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해 범인을 밝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가지 단편의 연결고리와 다름 없는 가노의 존재감이 눈부셔서 이로 인한 호기심이 극대화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심리적인 묘사와 디테일에 치중한 미스터리라는 점이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범인의 정체를 감추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낸 뒤에 경찰이 이들을 뒤쫓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선보여서 색다른 매력을 맞닥뜨릴 수 있었던 것도 만족스러웠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인 '낯선 친구'와 다섯 번째 이야기로 자리잡은 '살로메의 유언'은 연속성을 보유한 내용으로 한층 더 심도있게 사건 속 인물들을 파헤침에 따라 이로 인한 여운이 상당했어요. 뿐만 아니라 가노에 대해서도 상세히 파악이 가능해 흡족했음을 밝힙니다.
이와 함께 하기노 에이와 아유카와 소가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으로 한 팀이 되어 집필한 소설이 [거짓의 봄]이라고 해서 이 또한 감명깊었습니다. 저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책의 타이틀로 선정된 '거짓의 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사기단으로 함께 활동하던 멤버 두 사람이 돈을 들고 사라진 후 미쓰요에게 도착한 의문의 협박장이 불러 일으킨 비극 속에서 의지할 가족 없이 혼자인 그녀에게 위안을 주던 옆집 꼬마 하루토의 모습이 마음에 콕 박히고도 남았습니다. 사기꾼으로 살아 온 시간에 대한 죄값은 당연히 치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안타까운 인생을 살아 온 미쓰요의 지난 날을 알게 되니 묘하게 마음이 쓰이긴 하더라고요.
덧붙여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된 '봉인된 빨강'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반전으로 말미암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긋난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성인이 된 아이의 트라우마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어요.
그리고, 다섯 개의 단편 중에서 표제작 '거짓의 봄'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음을 밝혀 봅니다. 충분히 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였어요. 마지막으로, 가노 라이타를 토대로 집필한 장편소설을 후속작으로 발표할 거라고 하니 이 점도 기대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편소설이라 시간 날 때마다 한 편씩 읽으며 내용을 음미하기에도 그만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단편소설집에 관심이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후루타 덴이 써내려간 [거짓의 봄]을 은근슬쩍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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