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앵무 만화 [초년의 맛]은 낯선 처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음식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사회생활에 입문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애환을 중심으로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 초년생들의 먹방 청춘만화를 표방하는 내용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답니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재수생, 연애 초보,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가족과의 갈등 및 꿈과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선사하는 에피소드가 눈에 쏙 들어올 때가 많았어요. 절절한 이야기와 더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음식의 향연이 조화를 이루며 몰입감을 더해서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중에서도 취업을 준비해 나가던 과정의 결과로 꿈과 사랑을 동시에 거머쥔 주인공의 스토리가 감명깊게 와닿았던 '시원한 목캔디',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음으로써 뮤지컬 배우의 꿈을 포기한 채 카페 매니저의 길을 선택한 모습이 공감을 자아낸 '카페모카의 맛', 친구와 만두를 구워 먹으며 행복을 위하여 나아가기로 결심한 이의 유쾌한 에너지가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가을에는 구운 만두를' 등이 강렬한 여운을 선사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매개체로 초년생만이 접할 수 있는 특유의 달콥쌉쌀함을 맞닥뜨리게 해줘서 읽는 내내 희로애락의 다채로운 감정이 심금을 울렸답니다. 만화 형식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기에 앞서 여러가지 생각을 곱씹게 만들어 주는 게 [초년의 맛]이 지닌 작품의 강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덕택에 제 마음 속이 자리잡은 잊지 못할 음식과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라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던 한때가 있었음을 밝혀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처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준 앵무 만화 [초년의 맛]과 함께 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덧붙여, 총 24개의 이야기는 흑백만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의 주제와 다름 없는 음식 만큼은 영롱한 컬러감을 뽐내니 이 점도 기억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맛깔나는 그림의 비주얼이 군침을 돌게 만들었던 점도 역시나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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