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는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가 출간된 이후에 발매된 후속작으로 단짝 시마자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작가의 초기작이라는 점과 더불어 첫 번째로 발매된 책을 읽었다는 점에서 다음 이야기 또한 만나보지 않을 수 없어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오가타 마사오는 짝사랑을 해오던 반 친구 구도를 만나기 위해 벌레 울음소리를 듣는 모임이 열리는 시라카와 정원에 나갔다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꼭 빼닮은 이의 죽음을 목격하고 깜짝 놀랍니다. 그 속에서 맞닥뜨린 시신의 정체는 구도의 사촌언니인 스무 살 모리타 아키코로 밝혀졌는데요, 이로 인하여 마사오와 시마자키를 포함한 친구들이 뜻밖의 소동에 휘말리며 놀라운 시간을 선사해서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특히, 가정불화로 말미암아 범죄 조직에 가담하게 된 아키코가 사촌동생인 구도까지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서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구도의 행동마저 안타까움을 자아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반면에 구도를 향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던 마사오의 심경 변화와 함께 전편에 이어 냉철한 면모를 유지하며 사건을 꿰뚫어 보던 시마자키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두 친구가 남중생 콤비로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도드라져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음은 물론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묵직한 스토리 전개를 선사하며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의 힘이 남달랐던 책이 바로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였습니다. 그리고 제 기준에선 전편보다 후속작으로 나온 이 소설이 훨씬 더 흡입력 있게 느껴졌음을 밝혀 봅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하여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 또한 와닿았거든요.
그리하여 살인사건에 몸을 맡기게 된 마사오와 시마자키의 활약과 그에 따른 눈부신 성장이 감명깊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를 읽게 돼 뜻깊었습니다.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필력 만큼은 최신작 못지 않아서 이 점이 꽤 만족스러웠답니다.
뿐만 아니라 마냥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소년 탐정물로, 작품 안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여파에 휩쓸려 사랑과 우정 앞에서 고뇌하며 씁쓸한 인생의 한 켠을 접하게 된 마사오를 위로해주고픈 맘이 들었던 한때가 존재했음을 인정합니다. 아이에게 다소 가혹한 순간이었던 건 맞지만, 삶의 희로애락 전부를 일찌감치 깨닫는 것이 살다보면 오히려 꽤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잔혹한 살인사건 속에서 맞닥뜨리게 된 소년의 성장통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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