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조시 맬러먼의 장편소설 [버드박스]는 '새장 속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보유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고,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아 열연함으로써 화제가 됐던 영화 [버드박스]의 원작 소설이에요. 저는 영화는 안 보고 책만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공포 소설의 묘미를 확인할 수 있어 깜짝 놀랐어요.
소설 [버드박스]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자살 충동을 불러 일으켜 죽음을 맞이하게 만드는 의문의 괴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맬로리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었어요.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로 다른 감각에 의지해서 움직이며 살기 위해 애썼는데요, 그 속에서 저마다의 욕망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맬로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책에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시점을 중심으로 맬로리가 살아남게 된 과정과 그 후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걸음을 옮기는 여정을 번갈아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서 눈여겨 볼만 했어요. 맬로리는 정체불명의 존재로 인하여 동생을 잃었고, 인류가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도 두 아이가 살아남게끔 훈련을 시키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예민한 청각을 갖게 된 아이들과 함께 맬러리는 일말의 희망과 두려움을 품은 채로 길을 따라 전진하기에 이르렀어요.
그 와중에 미지의 존재와의 사투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맬로리가 임신 중일 때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피난처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가능했던 시절, 괴생명체를 신봉하는 이들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일도 없지 않았기에 사람들을 무작정 신뢰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서 고개가 내젓게 되고야 말았답니다.
눈에 보이는 걸 믿어왔던 이들에게 안대로 두 눈을 가린 채 마주해야만 하는 세상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버드박스]는 거대한 새장 속에 갇힌 사람들의 투쟁이 선사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압도적인 놀라움을 전해주고도 남았어요.
책 속의 이야기는 맬로리와 두 아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공간과 조우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요, 후속작인 [맬로리]가 출간됨으로써 아직 끝나지 않는 또다른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기회가 생기면 꼭 만나봐야겠다 싶습니다. 조시 맬러먼 장편소설 [맬로리]의 부제는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라고 해서 이로 인한 호기심이 커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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