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왜소 소설]은 기존에 읽어 왔던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물과는 전혀 다른 장르로의 결을 선보이며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대환장 웃음 시리즈 제4탄으로 그에 앞서 [괴소 소설], [독소 소설], [흑소 소설]이 발매된 것이 특징이에요.
그리하여 가장 최근에 출간된 [왜소 소설]은 출판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경험사는 일이 가능했답니다. 책 속에서 출판계의 민낯을 마주하는 동안, 요절복통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확인하게 돼 재밌었어요.
이 소설에는 총 12개의 단편이 담겨 있었는데요, 출판과 직원과 작가들의 애환을 중심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 안에서 드러나는 반전과 묘미가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왜소 소설]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에피소드 '전설의 편집자'는 규에이 출판사 서적 출판부에서 단행본을 책임지고 있는 시시도리 편집장이 베스트 셀러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이 스펙타클하게 펼쳐져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팔리는 얘기를 쓸 줄 아는 인기 작가들과의 집필 계약으로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인 시시도리의 활약은 그야말로 고개를 내젓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어요. 특히, 작가들의 환심을 사고자 골프 등의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프로포즈까지 해내던 장면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이르렀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드라마는 나의 꿈'에선 "격철의 포엠"을 통해 신인상을 수상한 아타미 게이스케가 작품의 드라마화를 제안받으면서 만나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최고의 인기 배우를 주인공으로 섭외하고픈 마음으로 가득했던 작가와 소설에 심취해 주인공을 맡고 싶어했던 인기 배우의 엇갈린 타이밍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통하여 블랙 코미디다운 매력을 확인하게 돼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뿐만 아니라 등단한 지 얼마 안된 로쿠로가 원로 작가들과의 골프 행사에 참여하면서 원치 않았던 시간을 보내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선배 작가들의 격려를 받으며 힘을 얻게 된 '신출내기'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의 부당한 대우로 예기치 않은 인사이동을 받아들여야 했던 주인공이 신인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퇴사를 고민하던 '최종후보에 오르다' 역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게 책을 계속해서 읽어 나갈수록 [왜소 소설] 특유의 발칙함이 극대화돼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단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결고리와 배경에 따른 공통점이 상당해서 각각의 독립된 소설보단 연작소설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덧붙여,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만 특화된 작가 아님을 깨닫게 돼 감탄을 터뜨리게 되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과 같은 휴머니즘 장르의 소설도 괜찮게 읽었는데 블랙 코미디마저 잘 쓴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블랙 코미디 장르로 명명된 대환장 웃음 시리즈는 가장 최근에 발매된 [왜소 소설]로 첫 만남을 시작했는데, 그전에 출판된 세 편의 책도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였기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출판 시장의 침체가 이어졌던 2010년 전후를 토대로 탄생된 작품으로써 생존을 위해 애쓰는 문단과 출판계의 내면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선으로 풀어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출판계의 현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히 결합돼 완성된 [왜소 소설]을 읽으며 기상천외한 웃음을 경험해 봐도 괜찮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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