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새로운 소설 [아가씨와 밤]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출간된 15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요, 꽤 오랜만에 접하게 된 작가의 신작이라 반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92년의 과거와 2017년의 현재가 교차됨으로써 만나보는 것이 가능했던 이야기는, 코트다쥐르에 위치한 생텍쥐페리 국제고등학교 캠퍼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졌어요.
남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으로 사랑을 독차지했던 빙카와 철학 선생 알렉시의 관계에 대한 소문은 두 사람이 함께 종적을 감추게 됨으로써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는 결론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나 빙카를 짝사랑했던 토마는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식을 알 수 없는 그녀가 실종된 것이라고 믿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로 인해 밝혀지는 진상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 깜짝 놀랐답니다.
생텍쥐페리 고교에서 개최된 개교 50주년 기념 졸업생 홈 커밍 파티를 통해 오랜만에 만나게 된 토마와 친구 막심, 파니, 스테판이 들려주는 얘기는 긴장감을 전하며 독서에 속도감을 더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토마와 막심이 저지른 용서받지 못할 행위의 진면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것이 빙카의 실종과 연관돼 기상천외한 가지치기를 보여주는 점이 충격 그 자체였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벌어진 일이었음을 깨닫게 돼 안타까움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집착과 어긋난 욕망으로 나아감에 따라 스스로를 옥죄는 고통으로 남게 됐으니, 그 누구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거예요.
저는 특히, 파니가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던 반전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파니의 기억에서도 다시금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사건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으로 이어졌기에 더더욱 그랬어요. 마침내, 학교 안에 있는 모두가 빙카의 실종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됐을 땐 무릎을 탁 치게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판타지 요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만으로도 대단한 몰입감을 보여준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이었어요. 필력은 여전하구나 싶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많이 꼬여 있다 보니까 이로 인한 난해함도 존재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기욤 뮈소의 책은 정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문장이 잘 어울리는 얘기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인데, 그 이유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어마어마한 뒷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치만 가끔은 뭐랄까, 이 정도 선에서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다 보니 막장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 안에서 색다른 반전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막심의 결혼이 알렉시의 정체와 빙카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었음을 확인하게 됐을 때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 점도 같은 이유라고 여겨집니다. 역시나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걸 다시금 인정하게 해준 [아가씨와 밤]이었어요. 더불어, 토마의 직업이 작가였다는 점도 호기심을 자아내며 결말의 완성에 힘을 실어줘서 감탄했어요.
이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연인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제자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에서의 사랑을 보여주며 책에 푹 빠지게 도왔던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이었어요. 사랑은 위대하지만 이로 인하여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으니, 이 또한 곱씹어 볼만한 메시지였다고 생각됩니다.
주말을 맞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전의 묘미가 놀라운 스릴러와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면, 이 책과 함께 해보셔도 괜찮겠습니다. 책 자체는 정말 잘 읽혀서 페이지가 금방 금방 넘어가는 점이 장점이자 매력이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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