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은 과학적 지식과 공상적 모험담을 결합시킨 세계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음에 따라 공상과학소설로 불리며 장르만의 개성이 명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SF소설에 열광하는 마니아층과 그렇지 않은 독자층이 뚜렷히 나뉘는 점도 인상적인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SF소설이 꽤나 어렵게 느껴져서 쉽에 손이 가는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접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SF소설로 가득 채워진 단편집으로써 읽는 내내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며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을 경험하게 만들었답니다. 참고로, 이 책은 2019년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책 안에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렇게 총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요. 이중에서도 '관내분실'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작을 수상했었고 수상작품집이 먼저 발매돼 일찌감치 읽은 기억이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처음 김초엽의 글을 접했을 때, 작가가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성 또한 잊지 않고 이야기에 녹여냄으로써 온기를 경험하게 해주는 점이 좋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읽어왔던 SF소설과는 다른 따뜻함이 전해져 와서 더 집중해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음은 물론입니다.
7개의 단편 중에서 제가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였습니다. 순례여행에서 돌아오지 않는 몇몇의 순례자들을 의아하게 여기며,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 지구로 향하게 된 데이지가 소피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로 읽어나갈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에피소드였어요.
그저 평화로운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던 데이지가 지구에서 만나게 된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앞으로 겪게 될 고난을 무릅쓴 채 사랑을 선택하게 된 여정을 담아낸 편지의 여운은 엄청났습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 공간을 연결시켜주는 웜홀이 발견됨에 따라 항성 간의 이동방식이 달라져 가족과 이별하게 된 여성 과학자 안나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떠나게 될 날을 기다리는 인물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감정의 물성'은 각기 다른 감정을 보유한 돌멩이를 손으로 만지면, 그 돌멩이에 이름 붙여진 감정을 느낄 수 있음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일상의 변화가 눈여겨 볼만 했던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어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단편만으로도, 김초엽 작가가 SF소설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를 확연히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어느 소설보다도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SF소설이었기에 쉽게 읽혔고, 제대로 이해하게 돼 즐거웠어요.
덕분에 SF소설이 마냥 어려운 장르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어 뜻깊었답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어지는 SF소설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SF소설이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따로 언급하지 않은 단편들도 재밌으니 직접 읽으며 확인해 보세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이 행복을 가져다 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 한 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SF소설에 매료됐던 한때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책표지에 보여지는 몽글몽글한 색채가 잘 어울리는 공상과학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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