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애치먼의 [파인드 미]는 영화로 제작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인 [그 해, 여름 손님]의 후속편으로써 열일곱 엘리오와 스물넷 올리버가 함께 했던 여름날의 사랑 이후에 많은 시간이 흘러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하지만 콜바넴 특유의 설렘과 애틋함을 기대하고 또 기다려 왔던 분들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점, 그리하여 페이지를 넘길수록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
소설 [파인드 미]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템포'는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 펄먼이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엘리오를 만나기 위하여 로마행 기차에 몸을 실으면서 시작됩니다. 개 한 마리와 함께 앞자리에 앉게 된 미란다와의 대화가 중심이 된 객실에서 놀라운 감정을 맞닥뜨린 새뮤얼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녀와의 사랑에 몸을 맡겨요.
이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인 '카덴차'에서는 엘리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카프리치오'에는 올리버의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드디어, 마지막 네 번째 에피소드 '다 카포'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엘리오와 올리버의 만남이 펼쳐집니다.
다만, 둘의 얘기가 [파인드 미]에서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오히려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이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아내와 헤어진 후 무력한 인생을 살아가던 남자가 기차에서 운명의 여자를 마주함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이 소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중년의 이혼남과 딸 나이대에 가까운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작가의 판타지가 투영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차 안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대화는 꽤나 흥미로웠고 그로 인해 사랑을 느낄 수도 있었겠다 싶었지만, 나중에 비밀이라면서 조심스레 꺼내놓던 미란다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충격적이라 안 듣느니만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냥 재밌게 읽어나가기에는 좀 힘든 책이었어요.
뒤이어 확인한 엘리오와 올리버의 삶도 역시나 예전과 같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여전히, 서로를 향한 진심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돼 다행스러웠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무려 20년 만에 성사된 둘의 재회이건만, 이렇게 만났으니 좀 더 회포를 풀어볼 법도 한데 그저 책의 마무리를 짓기 위한 장치로만 쓰여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책의 후속작이 탄생된 만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이어지는 영화 [파인드 미]가 제작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텐데, 그렇게 된다면 대본을 위한 창작이 꽤 많이 가미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뮤얼에 대한 에피소드 비중을 축소하고 엘리오와 올리버가 중심에 서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네요. 이건 그냥 제 바람일 뿐이지만요. 하하.
엘리오와 올리버는 물론이고 엘리오의 아버지까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게 됐으니 책의 제목에 부합된 내용이 쓰여진 건 분명한데, 뒷맛이 씁쓸한 건 왜일까요. 제가 괜한 기대를 했나 봅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현재 원작 소설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후속작은 [파인드 미]로, 그렇게 두 작품이 나란히 서점 진열대에 놓여진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묘했어요. 각기 다른 파스텔 컬러가 입혀진 표지 디자인을 보니 더더욱 그랬지요. 그치만 이번에도 역시나, 원작보다 더 나은 후속작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인정합니다.
콜바넴 이후에 벌어진 뜻밖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소설 [파인드 미]에서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하시고 책을 손에 쥐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취향과 기준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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