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의 [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는 스물 여덟의 나이에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자궁 근종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 신부의 입장에서 수술에 대한 고민과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정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치열한 날들의 기록이 담긴 허심탄회한 에세이였어요.
자궁근종의 존재를 알려준 병원에서 수술을 종용해 날짜를 잡았으나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어 조금 더 알아보기로 하고 여러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받던 작가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니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겠다는 의사의 소견을 확인한 이후 1년 6개월 간 추이를 지켜보며 정기적인 검진과 더불어 생활방식을 바꾸어 나가는 방법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국내외 논문을 섭렵하며 자궁근종에 대해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 조절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함과 동시에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에서 벗어나고자 화학물질 최소화에도 동참해 일회용품과 화장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몸의 건강은 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지구를 지켜나가는 일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과 세계의 공존에 큰 힘이 된다는 점에서 작가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자궁근종 소식을 알렸을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잡았던 남자친구가 이제는 남편으로 작가의 곁에 존재하니 이 또한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거라 확신해요.
뿐만 아니라 자궁질환을 가진 여성을 바라보는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팽배한 사회적 인식으로 남아있음을 일깨워준, 그리하여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도와준 문장들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아주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한때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일이 다반사였었죠. 여성이라면 누구든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이 필수라는 걸 이제는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만 예정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걱정과 어떻게 살았길래 그러한 질환이 생겼냐는, 작가를 향한 질타의 말 또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기를 바랍니다.
예상치 못했던 자궁 질환은 삶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작가의 삶에 희망을 선사했습니다. 그동안 방치해 둔 자궁의 건강을 돌아보게 만들며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을 변화시켰거든요. 그중에서도 틀에 박힌 결혼식을 하지 않는 대신에 가족동반 상해 여행으로 뜻깊은 추억을 쌓고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선에서 바디버든(몸 속에 축적된 유해 화학물질의 총량) 줄이기 원칙을 만들어 행동에 옮기는 모습이 감명깊었어요.
바디버든 줄이기 프로젝트는 특히, 우리 모두가 지켜 나가면 좋은 생활습관이기도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이와 함께 작가는 자궁 근종에 나쁜 음식들을 가려 먹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완벽한 식단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과한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조리방법으로 적절히 모든 식재료를 즐길 것을 권한 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 속에서 작가는 다른 것보다도 술을 줄이는 일이 쉽지 않아 고생했음을 밝혔는데요, 우리에게도 저마다 몸에 좋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이 있을테니 지금부턴 너무 자주 먹는 건 자제하도록 노력해 보아요. 이 역시도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꿀팁이니 잊지 말아주세요. 단, 자궁질환을 가진 이들이라면 여성 호르몬이 과도하게 포함됐다고 잘 알려진 음식 만큼은 섭취하면 안 됩니다.
참고로 이유정의 에세이 [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는 다음 브런치 연재로 화제가 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1년 6개월 후에 임신과 출산을 위해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지만, 이것은 실패가 아닌 도전으로부터 비롯된 가치있는 한때였기에 본인의 몸을 더 잘 알게 된 시간이 앞으로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건, 제목처럼 아프다는 게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는 거였습니다. 몸에 이상이 발견되면 불안함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서 건강한 삶을 위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가 많으니, 앞으로는 겁을 덜 먹고 용기있게 부딪쳐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워낙 쫄보라 노력을 계속 해야 하겠지만 말이죠.
덧붙여 여성 분들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산부인과에 방문해 정기검진을 받기를 권합니다. 자궁 질환의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생겨날 수 있기에 1년 한 번씩은 꼭 산부인과 가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도 가기 전까지 두려움에 떠는 편인데, 그래도 갔다 오면 안심이 돼서 좋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궁을 포함한 우리 몸의 건강을 되돌아 보게 해줘서 의미있었던 책이 이유정의 [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 역시도 건강한 일상을 위한 저만의 원칙을 세워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으니 작심삼일이나 계획만으로 끝나지 않게 힘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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