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따뜻한 감동이 녹아든 휴먼 판타지를 표방한 책으로써 이로 인한 울림이 상당한 작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되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족이라고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제외하면 할머니 한 분이 계시긴 하지만 함께 살지 않는 관계로 고아와 다름없는 삶을 영위하며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온 나오이 레이토는, 급기야 절도죄로 유치장에 수감되는 상황에 이르고야 말아요. 그런데 이때 정체 모를 변호사가 나타나 레이토를 그곳에서 빼내주겠다 제안합니다. 뿐만 아니라 석방 후 의뢰인의 명에 따르기만 한다면 변호사 비용까지 전부 다 대주겠다고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레이토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유치장을 빠져 나와 의뢰인이자 어머니의 배다른 이복자매인 이모 야나기사와 치후네를 만나 녹나무의 파수꾼 자리를 수락하게 됩니다. 월향신사에 존재하는 녹나무를 지키는 것이 레이토의 역할인데요, 신사 주위 청소와 더불어 예약한 이들을 신전이 자리잡은 녹나무로 안내해 기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거였어요.
단,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녹나무의 비밀을 레이토 스스로 깨닫는 것 또한 파수꾼의 임무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그곳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과 엮이며 단서를 추적해 진실로 나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녹나무를 둘러싼 이야기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마주할 수 있었던 울림은, 휴먼 판타지의 매력을 한층 더 극대화시키며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고도의 긴장감을 갖고 손에 땀을 쥔 채로 몰입해야 하는 스릴러는 아니었지만, 영험한 나무에 담겨지는 인간의 염원이 전하는 온기 가득한 감성적 스토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강점이 있어 끝까지 몰입하며 재밌게 읽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 속에서 훌륭한 사업가로 성장해 은퇴를 앞둔 치후네와 레이토 어머니의 얽히고 설킨 관계 및 속사정까지 접하게 돼 뜻깊었답니다. 레이토도, 치후네도, 이제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끈끈한 유대감을 나누는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5주년으로 작가가 내놓은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휴먼 파타지 장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 안에서 추리력을 발휘하게 돕는 부분들이 많아 이 또한 놓칠 수 없었던 작품임을 밝힙니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서 이제는 뭐,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그리 놀랍진 않더라고요. 다만, 전세계 동시 출간됐다는 사실에는 놀랄 수 밖에 없어서 역시나 서프라이즈를 전하는 인물임을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내가 진짜로 바라는 소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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