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및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오후 4시에 공개된 10부작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모범가족]은 돈으로 얽히고 설킨 이들의 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입니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말미암아 스스로가 자초한 잔혹한 비극의 소용돌이로 향하게 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이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드라마 [모범가족]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대학교수를 꿈꾸던 시간강사 박동하(정우)는 교수직을 얻고자 아들 현우의 심장 이식을 위해 모아둔 수술비용을 뇌물로 건넸으나 돈을 받은 교수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파산과 더불어 아내 강은주(윤진서)로부터 이혼당할 상황에 직면해요. 이로 인하여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이게 된 동하는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자동차 안에서 피투성이로 죽음을 맞이한 두 남자와 거액의 현금을 발견하고 고민하다 그 돈을 훔칩니다.
돈가방은 물론이고 자동차까지 야무지게 챙겨 집으로 돌아온 동하는 시체 두 구를 마당에 묻고요. 차는 깨끗하게 닦아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요. 그리고 나서 어마어마한 양의 돈다발을 사용하려 현금 세탁 등의 방법을 강구하던 도중에 자동차의 행방을 쫓던 이들에게 발각되기에 이릅니다.
마약조직 2인자 마광철(박희순)에게 정체를 들킨 동하는 이러한 이유로 마약 배달원의 길로 들어섭니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위하여 충성을 다바쳐 일했지만 혈연으로 똘똘 뭉친 보스 황용수(최무성)와 용수의 처남 최강준(김성오)의 관계에 가로막힌 광철이 독립을 결정함으로써 이를 돕기 위한 조력자가 된 거죠, 어쩔 수 없이.
한편, 마약반 팀장 강주현(박지연)은 광철과 광철의 조직을 수사해 나가며 언더커버 요원으로 잠입한 뒤 연락이 끊긴 유한철(김주헌)의 행방을 찾으려 애씁니다. 그 속에서 갑작스레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 동하를 주시함과 동시에 경찰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파악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합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모범가족]은 작품의 제목에 담긴 아이러니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광철의 말에 따르자면 동하는 아픈 자식과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절실함을 지닌 평범한 가장으로써 경찰이 보기에도 벌금 한 번 낸 적 없는 완벽한 모범시민에 가까웠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으니까요.
동하가 교수가 되려는 욕망을 포기하지 못한 채로 무능함을 뽐내는 동안 번역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봐 온 은주가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였던 데다가 사춘기 중학생으로 방황 중인 딸 연우(신은수)가 부모님과 충돌하며 사건사고를 불러 일으켜 집안은 한시도 평온한 날이 없었습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현우(석민기)만이 유일하게 철이 든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은주는 동하가 마약 배달꾼으로 활동 중임을 알아차리게 됐는데요, 이를 기회로 삼아 현우를 살리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 광철의 일을 돕고자 동행하는 모습이 놀라움을 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동하보단 결단력 있는 은주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갈 때가 적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마약조직인 광철의 입장에선 이 바닥의 뉴페이스로 최고의 마약 배달꾼 역할에 제격이긴 했어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걸 알고 땅에 묻으려다 살려서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쓰는 걸 보면 말 다한 거죠. 실제로 현장을 급습함으로 인하여 동하가 경찰에 끌려 왔을 때도 아무도 마약 배달꾼이라고 생각지 않았으니 광철의 선견지명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동하를 중심으로 마약조직과 경찰이 저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쫓고 쫓는 추적 범죄 스릴러 장르의 본분에 충실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리하여 동하 가족의 붕괴와 화합, 마약조직의 내부 분열 및 경찰과의 결탁, 언더커버 요원의 자취를 찾아 광철 패거리를 감시하는 마약 수사반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어요.
돈의 흔적을 따라가다 한적한 전원주택단지에 사는 동하의 곁을 맴돌던 광철이 입주를 하게 되었고, 그런 광철을 의아하게 여긴 주현마저 팀원 차윤석(정준원)과 신혼부부 행세를 하며 입주를 선택해 가까운 곳에 수사반을 차리며 벌어지는 일들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오자마자 시청할 수 있었던 드라마 [모범가족]은 뜻밖의 흡입력을 자랑하며 1회부터 10회까지 몰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존재하는 작품임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스토리 전개가 이제 막 시작되던 전반부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서 이 부분은 단점으로 남았음을 밝혀 봅니다. 이와 달리, 자동차 추격씬이 꽤나 스펙타클하게 진행돼서 이 점은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때 발생한 대형 트레일러 폭발 사고도 마찬가지였어요.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능력 없는 가장 박동하로 열연한 정우, 출중한 두뇌 회전력을 보유함에 따라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할 것을 예감하고 자신이 살 길을 찾아 나선 광철 역의 박희순, 마약조직 검거와 자취를 감춘 동료를 찾기 위해 수사에 매진하던 강주현 역의 박지연이 선보인 열연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지요. 다만, 강은주 역을 맡은 윤진서의 연기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작품으로 마주한 거였는데, 별다른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반면에 세상 어둡고 시니컬한 면모가 도드라지던 강주현 역 박지연의 연기가 눈에 쏙 들어와 기뻤습니다. 드라마 [붉은단심] 속 대비 최가연으로 확인하게 해준 공기 반 소리 반 발성이 아닌 낮게 깔리는 저음을 통하여 캐릭터에 걸맞는 분위기를 뽐내서 마음에 들었어요. 거친 욕설과 끊임없이 뿜어대던 담배 연기도 초조함을 일깨워주는 장치와 다름 없어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답니다. 여기에 더해 수사과장 문정국 역 김신록의 등장도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주현과 문정국의 투샷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드라마 [모범가족] 결말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동하가 훔친 거액의 돈다발은 마약을 구해주는 상선조직에게 상납해야 할 돈으로, 마약을 전국에 푸는 유통 조직인 용수조직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상선조직의 연락책인 메신저(원현준)에게 돈을 전달하러 가던 멤버 중 한 명이 언더커버 요원인 유한철이었는데,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하던 조직의 일원과 다툼을 벌이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답니다.
상선조직의 메신저는 용수조직과 독립을 결심한 광철에게 각각 기회를 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거래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로 인해 광철은 동하와 은주에게 돈가방을 맡겨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데, 강준이 뒤를 쫓아 가로채려 하고요. 이러한 과정에서 주현과 움직이던 파트너 윤석이 부상을 당합니다. 그 사이에 광철이 메신저를 만나 돈을 전해주며 임무를 완수합니다.
그후에 강준은 메신저의 계략에 휩쓸려 용수를 죽이고 광철 또한 같은 곳으로 이끌고자 동하에게 연락을 취해 광철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건넵니다. 하지만 동하는 오히려 광철이 강준을 죽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더해 광철은 메신저마저 죽음으로 이끄는데 성공하는데요, 메신저의 정체가 특수본 마약 수사관으로 밝혀져 이 점도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주현은 강준으로부터 경찰 내부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스파이가 있음을 전해듣고 실마리를 찾아 헤매다 한철을 죽게 만든 범인이 정국임을 깨닫고 총을 쏴 죽여버립니다. 이에 앞서 전원주택단지에 설치한 아지트로 찾아온 정국이 윤석을 죽였기에 주현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어 가는 사이에 동하는 지금까지 벌어졌던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자수를 하려 경찰서로 향하는데, 마약 배달원으로 일할 때 받은 2G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만들어요. 이로써 새로운 메신저의 정체를 확인하는 동하의 모습을 끝으로 마지막회가 마무리됩니다.
이건 딱 봐도 드라마 [모범가족] 시즌2를 암시하는 결말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는데요, 덕분에 허무한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꽉 닫힌 엔딩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아 보였거든요. 근데 사실 이 상태에서 시즌2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본인의 말마따나 루비콘강을 건넌 카이사르 시저가 된 박동하에게 예전의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마약 운반책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을 암시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아서 말이죠.
건드리지 말아야 할 돈으로 인해 꼬여버린 인생에서 돈의 가치와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모범가족]이었습니다. 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역할에 걸맞게 카프카의 '변신'을 가방에 넣어 다니던 동하의 모습과 '리어왕' 속 에드가와 '지킬 앤 하이드'를 토대로 강의를 이어나갈 때 확인할 수 있었던 대사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덧붙여 컨트리풍 음악 위주로 구현된 BGM도 귀를 사로잡았음을 밝혀 봅니다. Hodge가 부른 'Grassland'와 Hodge, 이수인이 열창한 'Wellerman'이 드라마 [모범가족] OST에 수록되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뜻밖의 허무한 결말은 일말의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했지만 음악의 중독성이 남달랐기에 가끔씩 생각이 날 듯 합니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반전을 마주하게 돼서 여러모로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잘 봤습니다. 다만 피가 낭자함으로 인하여 폭력성이 도드라지는 잔인한 장면과 선정성을 불러 일으키는 노출씬이 있는 19금 드라마이므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청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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