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많은 리뷰입니다 *
2022년 7월 15일 금요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한국 드라마 [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룬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선사하는 처절한 복수극 안에 저마다의 욕망이 담겨 있음으로 말미암아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사연이 얽히고 설키며 보여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그럭저럭 눈여겨 볼만 했어요.
다만, 배우들의 열연에 비하여 스토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이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뻔하디 뻔한 설정과 익숙한 클리셰가 반복됨으로써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보는 내내 눈 앞에 펼쳐져서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속도감 넘치는 시청을 할 수 있어 흥미로웠답니다.
드라마 [블랙의 신부]를 통하여 확인해 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서혜승(김희선)은 친정엄마 미옥이 몰래 가입시킨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감에 따라 철천지원수와 다름 없게 된 진유희(정유진)를 만나며 복수를 다짐하는 것으로부터 본격적인 작품의 서막이 열립니다.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혜승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유희는 렉스에서도 최상위 등급을 자랑하는 일명 슈퍼 블랙에 이름을 올린 이형주(이현욱)와 결혼하려 애썼고요. 서혜승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 진유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 속에서 서혜승의 첫사랑 차석진(박훈)이 등장하며 뜻밖의 사각관계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죠. 한편, 석진은 렉스 대표인 최유선(차지연) 남편의 아들로 유일한 상속자였으므로 이에 따른 이해관계까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렉스는 상류층의 재혼을 전문으로 다루는 결혼정보회사로써 사랑보단 조건이 맞는 상대방과의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곳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최유선의 주최로 가면을 쓰고 진행된 렉스의 시크릿 파티에서 서혜승, 이형주, 진유희, 차석진이 조우하며 시작된 복수와 욕망의 스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렉스에서의 시크릿 파티가 마무리된 후, 서혜승과 진유희는 이형주를 사이에 두고 대립합니다. 이때 진유희는 서혜승이 본인의 과거를 이형주에게 폭로할까봐 두려워하며 서슴없는 악행을 저질러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반면에 이형주는 아들 준호의 국어 과외선생님이 된 서혜승과 재회하며 새로운 감정에 빠져드는 모습으로 호기심을 증폭시켰답니다.
그리고 혜승 또한 복수의 칼날을 곤두세우면서도 형주에게 마음을 열게 됨으로써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에서 다채로운 활약을 선보인 여배우 3인의 매력이 작품에 활력을 더해주었음을 밝혀 봅니다. 서혜승 역을 맡은 김희선을 포함하여 진유희 역 정유진과 최유선 역 차지연의 존재감이 남달라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서혜승이 복수를 위하여 전진하는 동안 이를 저지하려 끊임없이 계략을 꾸미던 진유희와 막대한 부를 쟁취하고자 눈알을 굴리며 계획에 골몰하던 최유선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김희선과 차지연의 포스는 여러 작품에서 봐왔기에 놀랍지 않았으나 악역으로 나선 정유진의 색다른 면모는 눈도장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어 감탄이 절로 나왔음을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블랙의 신부]의 백미로 진유희의 거침없고도 과감한 행보를 꼽고 싶습니다. 서혜승에게서 남편을 잃게 만든 것도 모자라 집은 물론이고 아이까지 뺏으려 하는 모습이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죠.
여기에 더해 최유선에게까지 압박을 가하며 몰아붙이던 장면도 놀갑기 그지 없었어요.
여자를 안 믿는 데다가 재혼 생각이 없어 렉스 가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이형주는, 최유선의 권유로 슈퍼 블랙에 등극하며 작품 속 중심인물로 거듭나게 됩니다. 진유희, 정미진(김소라)과 가벼운 만남을 가지면서 결혼을 원하지 않았는데 서혜승과 아들을 접점으로 자연스레 가까워지면서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외로움을 드러내서 안타까웠어요.
이형주 역 이현욱은 드라마 [마인]에 이어 [블랙의 신부]에서도 재벌 역할을 맡았는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완벽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악역이 아니라서 맘 놓고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만족스러움을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혜승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차석진의 순애보도 심금을 울렸습니다. 혜승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힘이 되어줘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차석진 역 박훈은 지고지순한 순정남 캐릭터로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박훈 역시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아무도 모른다] 등으로 이현욱 못지 않게 악역으로만 주로 봐왔어서 이번에 맡은 역할이 이미지 변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앞으로도 이런 배역으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세상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로요.
그럼 지금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 결말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혜승은 유력한 대선 후보인 손필영(남명렬)의 혼외자가 유희라는 사실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이들 부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인 일들에 대하여 언론에 폭로하며 감옥행을 선사합니다. 이에 앞서 형주는 유희가 그토록 바라던 결혼을 핑계로 웨딩드레스를 입힌 채 기자회견을 벌여 꼼짝 못하게 만들며 통쾌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혜승은 석진과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석진이 신부 혜승에게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옆으로 물러서며 이날의 진짜 신랑인 형주가 나타나 프로포즈를 함으로써 서프라이즈한 결혼식이 거행되었어요. 이 부분은 약간 [블랙의 신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장면을 위해 촬영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석진의 애틋함이 절절하게 느껴져 잠시나마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렉스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다다라 물품을 정리하던 유선에게 젊은 남자가 찾아와선 물갈이를 통하여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는 동업 제안이 들어왔거든요. 이로써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보여지는 유선의 모습이 이목을 잡아끌었습니다.
참고로, 이때 유선에게 놀라운 말을 건넨 인물은 박지훈으로 특별출연의 묘미를 맞닥뜨리게 해줘서 반가웠습니다. 덕택에 아역배우 겸 워너원 출신으로 가수와 배우로 종횡무진 중인 박지훈과 손잡은 최유선의 또다른 이야기가 기대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시즌2는 안 나올 것 같긴 하지만요.
김희선을 주축으로 이현욱, 정유진, 박훈, 차지연이 똘똘 뭉쳐 마주하게 해준 연기 내공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전해져 왔던 작품이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블랙의 신부]였음을 인정합니다.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각종 클리셰가 난무하긴 했어도 좀 더 세련되게 보여줬더라면 이 정도로 허무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조금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나마 8부작으로 짧고 굵게 엔딩이 나서 안심입니다.
욕망을 둘러싼 김희선의 복수극을 내세워 제작된 드라마 [블랙의 신부]는 배우들의 호연이 도드라진 작품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추천하기는 좀 그런데,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면 안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막상 재생을 하면 의외로 순식간에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드라미이긴 했으니까 힘을 내보시길 바랍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몰아보기 완전 가능!
그럼 다음에는 새로운 드라마 리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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