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20부작 드라마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일깨워준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제주도 푸릉 마을을 배경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접하게 해줘서 눈여겨 볼만 했다지요.
그 속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스팅이 감탄을 자아내고도 남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고, 새로운 배우의 발견 또한 어렵지 않아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음을 언급하고 넘어갈게요.
하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0대 청소년의 출산이 원수지간과 다름 없었던 아버지들을 화해로 이끄는 도구로의 역할을 했다는 점, 중학생 선아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려 고등학생인 동석의 친구에게 부탁해 관계를 가지려 했다는 과거의 설정은 고개를 내젓게 만들고야 말았으니까요.
1회부터 20회까지 전회차를 챙겨보는 동안 노희경 작가의 탁월한 집필 실력에 새삼 놀라운 마음이 들었던 반면, 장면 곳곳에 드리워져 있던 자극적인 서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때가 있었음을 밝혀 봅니다. 깔끔한 마무리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드라마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반면, 영옥 역 한지민의 언니 영희 역으로 존재감을 뽐낸 다우증후군 배우 겸 화가 정은혜와 청각 장애를 가진 별이 역으로 이목을 잡아끌었던 농인 배우 이소별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릭터에 걸맞는 배우를 섭외하여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 점은 칭찬 받아 마땅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와 함께 김우빈의 복귀작이라는 사실이 반가움을 더했고, 정인권 역의 박지환과 방호식 역의 최영준이 선보인 열연도 보기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작품에서 봐왔던 배우들의 익숙한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이 맞닥뜨리게 해준 색다른 개성도 기억에 남았어요.
그중에서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제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정은희 역 이정은이었습니다. 제주 푸릉마을 지킴이 겸 해결사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어요. 오래간만에 재회한 첫사랑 한수(차승원)의 변화에도 꿋꿋히 우정을 확인시켜준 다부진 면모가 눈시울을 붉히게 도왔고요. 곪아 있던 속내를 터뜨리며 진짜 의리로 똘똘 뭉치게 된 미란(엄정화)과의 해후도 최고였습니다.
심금을 울린 에피소드로는 할머니와 손녀의 애틋한 동거를 맞닥뜨리게 했던 '춘희와 은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춘희 삼춘 역 고두심은 실제로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점에서 정통 제주도 방언을 들려주며 귀를 기울이게 했고, 은기 역 기소유의 연기도 대단했다지요. 여기에 더해 은기의 아버지 만수 역으로 고두심의 친아들인 김정환이 출연해서 이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했어요.
마지막 에피소드인 '옥동과 동석'에서 모자 사이의 끈끈한 애정을 확인하게 해준 순간도 눈시울을 붉히게 했어요. 특히, 옥동 역 김혜자가 제사에 참석해 울분을 토해내던 찰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고요. 한라산 중턱에서 눈발 날리는 풍경을 마주한 옥동의 표정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우리 모두가 행복을 위해 태어났음을 알려준 마지막 장면이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우리들의 블루스]였습니다. 보는 내내 호와 불호를 오가는 양가 감정이 어마어마했는데, 옥동의 죽음이 선사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지 않고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체육대회가 벌어지며 여전히 살아가는 이들의 생동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만나보게 해줘서 뜻깊었습니다.
휴머니즘이 녹아든 제주도 푸릉 이야기가 눈부시게 빛났던 봄날이었습니다. 드라마 OST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향연도 기대 이상이었는데 저는 김연지가 부른 'Whisky on the rock(위스키 온 더 락)', 임영웅이 열창한 '우리들의 블루스', 보사노바 재즈 풍의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의 매력이 도드라지던 'Quando, Quando, Quando(꽌도 꽌도 꽌도)'가 작품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20부작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금방 흘러서 마지막회에 다다랐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였습니다. 인생 드라마까진 아니었으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한 인간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 전개가 그럭저럭 볼만 했기에 이와 관련된 리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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