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 살아 숨쉬는 작품으로 기대 이상의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총 12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편당 30~40분의 분량을 보유함에 따라 순식간에 시청을 완료하는 것이 가능해 만족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랍니다.
그리하여 허수아비 국회의원으로 지내다 예기치 못했던 순간에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된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이정은의 선전이 눈부시게 다가왔습니다. 야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로 인하여 문체부 장관 자리를 꿰찬 정은이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던 남편 김성남의 납치사건으로 인하여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 대선 잠룡이 되어가는 상황 또한 흥미로움을 자아냈음은 물론입니다. 장관으로 일하며 남편이 납치된 사건을 해결하고자 애쓰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가 스펙타클하게 펼쳐져 눈여겨 볼만 했다지요.
정은은 문화예술체육계 범죄 전담 수사처, 일명 체수처 신설에 진심이었지만 현실은 막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체수처 설립을 위한 자문단 출범식 행사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각기 다른 정치에 한창인 이들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게 될 뿐이었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정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빛을 발해서 무척이나 인상깊었어요. 선수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스스로 답을 발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돋보였거든요.
그렇게 정은이 문체부 장관다운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을 즈음, 남편의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다른 위험에 노출되고야 말아요. 결국 장관직 사임을 내건 납치범의 협박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정은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시간 속에서 정은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체부 장관 수행비서 겸 의원 보좌관 김수진, 라이벌 관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지역구 4선 야당 국회의원 차정원의 행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답니다. 김성남이 선보인 뜻밖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였고요.
덕택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의 진면목을 일깨워주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아우라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정치를 소재로 제작된 한국 드라마가 많지 않았던 관계로 신선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다소 민감한 장르의 서사를 파격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내서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이상청]은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인 OTT의 강점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도 남았으니까요.
이정은과 차정원의 대립구도 또한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정은의 진가를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견제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땐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으로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차정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어요. 정원이 아지트에서 만난 손님에게 철저한 보안유지를 위하여 휴대폰을 과자봉지에 넣는 장면에 다다라 갱스터끼리 만날 때 클리셰 아니냐는 말에 클리셰가 아닌 디테일이라고 받아치던 장면도 잊지 못할 거예요.
여기에 더해 무언가를 쉽게 얻는 여자는 없다면서 분명히 많은 걸 견뎠을 거라며 동병상련의 진심을 내보이던 한때와 육식동물이 비건인 척 하는 것에 빡침을 시전하던 정원의 확연한 온도차가 모두 정은을 향한 것이라는 점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순한 초식동물처럼 보였던 이정은은 실제로 육식동물을 뛰어넘는 강단을 보유한 인물이었는데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함께 놀라운 뒷심을 선보여서 이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일촉즉발의 순간에 남편보다 반려견 스탤론의 안위부터 챙기던 모습도 이목을 잡아끄는 때가 없지 않았음을 밝혀 봅니다.
김수진 역을 맡은 이학주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최대 수혜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껏 드라마 [멜로가 체질], [부부의 세계], [마이네임] 등에서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빌런으로 존재감을 표출했는데, [이상청]에서 만큼은 본인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는 캐릭터로 반전 카리스마를 확인하게 해줘 역시나 눈길이 갔습니다.
덧붙여 [마이네임]에 이어 쓰리피스 정장이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절절히 실감하게 해준 점도 감명깊었습니다. 경호원 고지섭 역 김경일과의 묘한 신경전, 화제가 된 차정원과의 키스신 등도 탁월한 열연으로 이어져 만족스러움을 자아냈어요.
기획조정실장 최수종(정승길), 신임대변인 신원희(이채은)의 모습도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이외에도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치만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에 걸맞는 대본의 강점이 가장 큰 아우라를 뽐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문화체육관광부 현직 장관의 기상천외한 사생활이 공개되며 차기 문체부 장관 후보자 리스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손병호 게임으로 한 명씩 제외되는 순간이 폭소를 만발하게 도왔고요. 본분을 망각한 기자들을 향한 정은의 일침은 통쾌함을 건넸으며, 다양한 사회 문제를 화두로 내세움과 동시에 허를 찌르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 인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해줘서 뜻깊었습니다.
정은이 남편 납치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친분이 있는 IT 기업 엔코어 하윤주 의장을 만나려 가상현실(VR)세계에 접속하여 증강형실(AR) 기술 발전으로 상용화된 메타버스를 통해 조우하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네트는 광대해요."라는 한 마디가 튀어나왔는데, 이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등장한 대사라고 해서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회차가 거듭될수록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끈한 설정과 대사가 놀라움을 전했던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였습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체부장관 이정은의 활약 속 남편 김성남 납치사건의 전말이 궁금하다면, [이상청]과 함께 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시즌2도 제작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은데,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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