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의 해방일지>가 16부작으로 종영했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극본과 김석윤 감독의 연출 속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작품의 매력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그로 인하여 추앙과 환대로 가득했던 일상 판타지를 만나보게 돼 흥미로웠어요. 참고로, 지금부터 끄적이는 포스팅에는 줄거리와 결말이 포함되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주의하시길 바랄게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민으로 산포시에 거주하며 머나 먼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삼남매가 선보이는 삶의 애환이 녹아든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리서치 회사 팀장인 첫째 염기정(이엘), 편의점 본사 대리로 일하는 둘째 염창희(이민기), 카드회사 계약직인 셋째 염미정(김지원)은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미정은 아버지 염제호(천호진), 어머니 곽혜숙(이경성)과 함께 일하며 숙식을 제공받는 외지인 구씨(손석구)를 향해 추앙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이로 인하여 추앙커플이 탄생하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켰어요.
하지만 구씨의 정체는 호스트바 마담 구자경이었고, 잠시 놓고 있던 세계의 부름을 받음으로써 미정과 헤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뜻밖의 이별을 맞이하고 난 뒤, 시간이 흘러 혜숙의 죽음을 맞닥뜨린 염씨 삼남매는 서울에 집을 얻어 살게 되고요. 제호는 창희의 지원으로 재혼을 하여 여전히 산포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정은 구씨와 재회합니다.
이로써 마주할 수 있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결말은 이렇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 근처 편의점을 인수하여 사장이 된 창희는 군고구마 기계 사업 실패에 따른 대출금을 전부 다 갚았는데, 시작도 못한 채로 빚만 떠안게 되었던 이유가 지현아(전혜진)의 전남친 혁수(정원조)의 임종을 지키느라 그런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감명깊었어요. 이와 함께 장례지도사 수업을 듣게 되며 새로운 시작을 암시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때 연인사이였던 현아와도 다시 만나게 돼서 흥미로웠답니다.
서로에게 쌓인 오해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버린 기정과 태훈(이기우)의 사랑은 한층 더 돈독해졌고요. 이로 인하여 두 사람의 미래도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하여 안심이 됐어요.
다른 카드회사로 이직한 미정은 조이카드에 다닐 때 힘을 합쳐 창단한 동호회 해방클럽의 멤버 박상민(박수영), 소향기(이지혜), 조태훈과 다시금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하며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선배 겸 전남친 정찬혁(강정우)에게선 돈을 갚겠다는 말과 사과를 받았답니다.
더불어 미정과 함께 하며 변화를 꿈꾸게 된 구자경은 도박빚을 남기고 사라진 현진에게 환대할 테니 살아서 보자는 메시지를 남긴 후, 돈가방을 챙겨 목적지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의 모습과 실수로 떨어뜨린 500원짜리 동전이 하수구 구멍에 빠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자 구매한 술을 노숙자에게 건네고 계속 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몇 초씩 찾아오는 작은 행복의 순간을 모아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미정의 말이 구자경에게 해방의 의미로 다가왔음을 깨닫게 해주던 찰나가 인상적이었어요. 삼식이가 김우빈으로 개명한 점도 뇌리에 콕 박혔습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속사정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도록 도와준 작품이 바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였습니다. 스스로가 선택한 해방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나아가게 된 인물들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표현한 점이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작품 속 캐릭터가 지닌 특성과 가끔씩 튕겨 나가게 만들던 대사들의 향연이 때때로 취향에 들어맞지 않는 순간이 존재해서 이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명대사가 많은 건 맞긴 한데, 과하게 느껴지는 찰나가 있기도 하더라고요. 게다가 등장인물이 말하는 내용이 단번에 이해가 안 되고 어렵게 여겨져서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할 때도 있었다지요. 결과적으로 저에게 있어서는 명작까진 아니었음을 밝혀 봅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일 뿐이니, 이 부분은 패스하셔도 좋아요.
그 속에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염미정 역 김지원의 열연은 대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사랑이 아닌 응원을 바라던 미정의 심정을 알 것 같아서 납득이 갔어요. 이와 함께 스스로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려 고군분투함에 따라 닫혀 있던 입을 열고 말을 쏟아내며 해방을 위한 여정을 가는 모습이 감탄사를 터뜨리게 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배우 김지원의 인생캐릭터로 염미정을 꼽고 싶어졌습니다. 작품을 해나갈수록 한 뼘 더 성장해 나가는 김지원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거라고 믿어요. 우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던 아이, 염미정으로 분한 김지원의 놀라운 활약이 마음을 사로잡았던 한때를 오래도록 기억할 거예요.
공허함만이 전부였던 삶이 사랑으로 가득해진 미정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회에서 환한 미소를 선보이던 미정의 모습도 최고였어요.
추앙과 환대가 어우러졌던 일상 판타지를 통하여 김지원의 인생캐 염미정과 시간을 보내게 돼 즐거웠던 날을 추억하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작별의 의사를 나누렵니다. 꽉 닫힌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을 선보인 엔딩 속에서도 미정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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