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알콩달콩 행복한 결말로 미소를 전하며 안녕을 고한 지도 오래입니다. 동명의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웹툰으로 재탄생된 이후, tvN을 통하여 방영된 드라마 역시 성공적인 마무리를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성공을 확인하게 도왔던 작품이었어요.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데다가 자기애로 똘똘 뭉친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박서준)과 9년째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 김미소(박민영)의 밀당 로맨스는, 김비서가 퇴사 통보를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사생활 없이 일만 해온 미소가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내뱉게 된 한 마디 말은 영준을 뒤흔들었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둘의 인연을 단단한 매듭으로 묶어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답니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이 이사가고 새로이 입주한 영준이 이녀석!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아우라를 뿜어내며 나르시스트의 면모를 뽐냈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부족함 없이 자란 것처럼 보였지만 형 성연(이태환)과의 갈등으로 평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남모를 아픔을 지닌 채로 악몽 꾸기를 반복했는데, 이로 인한 트라우마의 유일한 해답은 미소였어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상사로는 꽝이었지만, 박서준이 이영준을 흥미롭게 재해석함에 따라 매력적인 면모가 곳곳에서 돋보이긴 했습니다. 가족을 향한 애틋함 또한 남달랐으므로 이제는 이로 인한 마음을 몸소 실천하며 드러낼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죠. 미소의 꽃알러지를 성연을 통해 16화에서야 알게 된 무심함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그러니, 자기애는 잠시 넣어두도록 해요.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답게, 재밌는 CG가 더해져서 이로 인한 유쾌함이 볼만 했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의 시그널이 하트 이모티콘으로 표현되던 순간이 특히나 기억에 남았어요.
유치한 자꾸 보게 되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이 장면이 딱 그랬어요.
그러나 제 취향에 꼭 들어맞았던 명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바로, 11화에서 유식(강기영)이 서진(서효림)을 위해 준비한 스테이크 3단 케이크와 12화에서 영준과 미소가 마주보고 앉아 1인 1디저트를 먹던 순간이 마음에 깊이 자리잡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답니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연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게끔 배려해주며 시간을 보내던 모습들이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하게 했어요. 식사로 스테이크 케이크 흡입하고, 디저트로 캐러멜이 곁들여진 롤케이크를 먹어도 딱이겠죠?ㅎㅎ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배우 박민영을 위한 작품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아 찾기를 위한 퇴사 결정으로부터 시작해 결실을 맺게 된 영준과의 사랑과 본인이 원하는 일을 깨닫고 김비서로 계속해서 회사로 남게 된 것. 이 모든 상황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선택함에 따라 미소의 삶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지금까지 이영준 부회장을 위해 살아오느라 쉴 틈 없이 일에 몰두했던 김비서의 프로페셔널함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행복을 찾는 순간에도 도드라졌어요. 여기에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 박민영의 케미가 완벽하게 어우러짐으로써 김미소 완전체가 탄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일관된 스타일에 국한된 미소의 비서 복장은 보는 내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웹툰에서 만나 본 김비서의 의상이 그대로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현실에 등장했는데, 가끔 운전까지 겸해야 하는 상황에선 투피스 의상에 굽 높은 하이힐 말고 조금은 편한 스타일의 정장을 선보여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주연 배우 외에 조연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는데 미래의 삶을 위해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고귀남(황찬성)을 위한 김지아(표예진)의 애정어린 조언이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것. 행복한 현재를 통해 미래를 일구어 나가는 삶이야 말로 우리의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일임을 되새기게 했어요.
윤식당2를 함께 했던 정유미가 까메오로 출연해 영준의 친구이자 식당을 개업한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로 인하여 잠시나마 윰과장이 아닌 오너 윰으로, 윰식당의 꿈을 이룬 것처럼 느껴져 흥미롭고 또 재밌었답니다. 덧붙여, 윤식당3에서도 두 사람 모두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되기도 했다지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미스터리는 극의 중심이 아니라 로맨스를 위한 양념이었고, 사건이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됨에 따라 영준과 미소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퇴사 밀당 로맨스를 표방하는 장르다운 드라마였다고나 할까요?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농염한 키스 장면이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서 드라마 초반의 코믹함에 재미를 느꼈던 입장에선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로맨스가 깊어짐에 따라 필요한 수순이었으니 인정하기로 합니다. 그치만 드라마 자체는 초반부가 훨씬 더 취향에 맞았음을 밝혀 봅니다.
그리하여 꿈으로 완성된 일과 사랑까지, 원하는 것을 모두 거머쥔 미소의 승리를 확인하게 해준 드라마 [김비서는 왜 그럴까]였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화제성을 이어가기 위함이었는지, 팩트 체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 종영 이후 둘의 열애설이 터졌고, 곧바로 부인하는 기사가 나왔지만 이것이 맞든 아니든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기억에 남기는 하네요.
사실이라면 선남선녀 배우 커플의 탄생을 축하해주면 될 일이고, 아니라면 드라마에서의 케미가 제대로였기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요즘은 드라마 막바지에 열애설을 터뜨리는 게 유행인가 봐요;;
뭐 어쨌든 16부작으로 편성돼서 신속하게 스토리가 전개된 점이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웹소설은 처음만 조금, 웹툰은 20회 정도까지 봤는데 속도감이 붙지 않았기에 드라마로 이렇게나마 완결을 보게 돼 다행스러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두 배우의 차기작을 기대하며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는 속시원히 작별하기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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