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생활 밀착형 법정극으로,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짐에 따라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재미와 감동까지 선사하며 총 16부작으로 알차게 막을 내렸습니다. 박차오름이 민사 44부에 좌배석으로 배정되면서 우배석 판사 임바른, 부장판사 한세상과 함께 재판에 임하며 보여지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로웠어요.
신입 또라이 박차오름 역의 고아라, 원조 싸가지 임바른 역의 김명수, 막말 재판장 한세상 역의 성동일. 세 사람이 자리잡은 메인 포스터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찬 신입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하는 법원과 판사들의 세상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셋의 머리 위에 덧붙여진 해시태그 또한 캐릭터와 꼭 맞아 떨어졌고요.
캐릭터의 명확한 컨셉이 배우들의 표정과 문장에서 드러나는 박차오름, 임바른, 한세상의 단독 포스터 또한 굉장히 의미있게 비춰졌습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사건을 맡은 판사의 역할만을 설명하는 작품은 아니었고, 그들 역시 집단 생활을 해나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법원 내부에 만연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냄으로써 이를 통해서도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거든요.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 44부 속기실무관으로 존재감을 뽐낸 이도연 역의 이엘리야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낮에는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고, 밤에는 인기 웹소설 작가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멋졌어요.
민사 제43부 우배석 판사 정보왕 역의 류덕환은 중앙지법 최고의 정보통이자 바른의 친구로, 44부에도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관심을 잡아 끌었답니다. 기대 이상의 러브 라인을 선보인 도연과의 케미도 환상적이었다지요.
임바른은 여태껏 철저히 개인주의자 엘리트 판사로 살아온 인물이었는데, 오름으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나름의 파격을 선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바른은 드라마 속 내레이션을 도맡아 마음의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게 의외로 재밌어서 웃음이 터질 때가 많았어요.
은근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로써 때때로 속내를 과감히 표출하며 다른 사람들과 대립하는 모습이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자신 외에 어떤 것에도 관심 없었던 임판사가 곁에 존재하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림에 따라 그의 시니컬한 세상이 온기를 찾아가던 순간들은 그런 의미에서 지켜볼만 했어요.
번외로, 임바른과 한세상의 단무지 대전과 티격태격 커피타임도 잊지 못할 듯 해요. 원조싸가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명장면들이었습니다.
인피니트 엘이 아닌 배우 김명수로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연기가 나쁘지 않았어서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했어요. 다만, 대사 칠 때 웅얼거림이 잦아서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었고 분노 연기가 이루어졌을 당시 어색함이 느껴지는 부분 또한 없지 않았으니 이 점을 보완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발성은 조금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거든요.
장점과 단점이 혼재했던 임바른이었지만 청순가련형 냉미남 판사로 유명했던 인물답게, 그의 얼굴이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대유잼의 기운이 가득 퍼져서 미스 함무라비를 시청하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드라마 보면서 이런 기분을 맞닥뜨린 게 정말 오래간만이라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는데, 얼굴만 봐도 재밌다는 말을 완벽하게 표입증시켜 준 배우와의 만남이 그리 싫진 않았답니다.
하지만 아마도, 배우의 얼굴만 대유잼이었다면 마지막회까지 일부러 챙겨보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좋은 드라마였기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거지!
그저 통통 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며 본인이 꿈꾸는 변화를 위해 한 걸음을 당당히 내딛을 줄 알았던 박차오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과 동시에 중요한 순간마다 일침을 날릴 줄 아는 사이다 열혈판사로 짜릿함을 선사했던 오름은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기억되며 우리 삶의 윤활유가 되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른이 뱉어낸 밀알의 기적은 오름으로부터 비롯되었어요. 법원은 물론이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향한 오름의 관심과 투쟁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행동하게 만들며 감동을 선사했답니다. 그래도 가끔은 너무 뜨거워 가까이만 다가가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정이 걱정됐는데, 판사로 살아나가면서 그녀 자신의 온도를 조절할 줄 알게 됨으로써 한층 더 성장해 나가는 순간이 애틋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맛보게 해줘 다행스러웠어요.
불합리해 보이는 규칙들에 능글맞게 대처할 줄 아는 유연함은 물론이고 맡은 재판에 진심을 다함과 동시에 법원 사람들의 고충 또한 허투루 넘기지 않던 박차오름은 고아라의 열연으로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인데 생각보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던 찰나, 좋은 배역을 새로이 맡아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잘됐다 싶었어요 .
덧붙여, 16회에서 도연이 오름에게 "박판사님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답니다. 세상이 바뀌기 위해선 사람들이 달라져야만 하는데,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주인공이 오름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며 현재를 넘어 미래를 꿈꾸게 만든 명대사이기도 해서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한 법이므로.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테니까요.
사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얼굴천재는 임바른 역의 김명수 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 박차오름 역의 고아라 역시 이런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섭섭하지요. 그런데, 이 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눈길이 갈 수 밖에요.
바름 커플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바른과 오름. 이야기가 흘러가게 될수록 둘의 인연과 로맨스 또한 무르익어 가며 풋풋함을 선보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아름다웠습니다.
오름과 바른은 너무나도 다른 온도차를 가진 인물들이라서 서로에게 녹아드는 일이 쉽지 않았으므로, 좌배석과 우배석으로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세상을 향한 불 같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오름과 오로지 나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던 냉철한 심장을 가진 바름의 만남은 그래서 더 유익함을 건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세 사람이 판결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하던 장면 역시 미스 함무라비의 진가를 증명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재판을 통해 마주하게 됐던 사건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의 연속이었어서, 이로 인해 더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봤던 시간들이었어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문유석 작가가 쓴 '미스 함무라비'가 원작이에요. 소설을 표방하지만 사건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서 인물들의 관계 형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만나지 못했는데, 드라마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풀어낸 것 같아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책보다는 드라마가 재미 측면에선 훨씬 더 흡족함을 전해주었다고 봐도 되겠지요. 원작에 없던 이도연의 역할도 드라마에서 개연성과 더불어 흥미를 돋웠는데, 시간 날 때 소설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했음을 확인하게 해줘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참고로 문유석 작가의 현실 직업은 판사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리얼한 법정드라마가 완성되어졌다고 여겨집니다. 판사가 글까지 잘 쓰다니, 이건 진짜 부러움의 극치에 다다랐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원작 소설에 이어 드라마 대본까지 직접 집필했으니 할 말 다 한 거 아닐까요? 드라마도 드라마였지만, 이러한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한 인물에게 경이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 밀착형 법정극의 감동을 경험하게 해준 미스 함무라비와 뜻깊은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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