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방영됐던 드라마 언터처블이 16회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함으로써 방송 전부터 흥미로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인데, 회가 거듭될수록 아쉬움이 남는 스토리 전개가 이어져서 뒷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라마 언터처블은 북천을 장악한 장씨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내용이 펼쳐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장범호의 절대권력 앞에 복종하는 북천시민들 속에서 아버지의 잔혹함을 일찌감치 알아챈 둘째 아들 장준서는 서울로 올라와 형사가 되어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살아갔고, 첫째 아들 장기서만이 남아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서의 아내 민주가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아요. 그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의 본명이 조민주가 아닌 윤정혜라는 것. 그녀의 죽음 역시 북천과 관련되어 있으며 흑령도에 발을 디뎠다 사라진 북천서 형사들의 일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고리는 준서를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이끌었고, 형과 아버지와의 대면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합니다.
절대권력이자 절대악으로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장범호는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어서도 북천을 놓지 않으며 형제를 옭아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건은 점점 더 의문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장범호의 죽음 이후에도 모든 것은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 없었고, 결국 밝혀진 진실을 통해 흑령도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야말로 충격이 온 몸을 강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신으로 믿었던 어리석은 인간의 결말 역시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말이죠.
기서는 아버지를 통해 대물리되는 악을 받아들이려 애썼지만, 그것은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한때를 기억하며 동생 준서를 오래도록 기다렸던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분노 대신 안타까움을 자아냈답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하며 연기력을 폭발시킨 김성균의 매력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맡아왔던 다른 역할과 구분되는 개성이 뚜렷해 역시나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시켜 만족스러웠어요. 악의 편에 서려 했지만 선에 가까웠던 남자. 이로 인해 희생양이 되어버린 기서의 마지막은 슬픔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와 형에 맞서는 정의의 세력으로 대립을 꾀한 장준서로 인해 북천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그러나 악을 뿌리뽑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그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준서와 더불어 비밀 수사팀으로 결성된 멤버들의 강점과 X팀의 단합력은 웃음과 더불어 긴장감 가득한 순간을 드러내며 매 순간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장준서 역의 진구 역시 멋진 모습으로 드라마의 주역다운 깊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기서와 준서, 두 형제의 마찰이 그래서 더 긴박감을 살리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지만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어 날을 세워야 했던 모습이 애처로웠답니다.
두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의 모습보다, 하나의 세계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며 지배하고자 했던 권력욕이 앞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든 장범호는 절대적인 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지만, 결국 정의의 이름 앞에 무너져 내리며 우리에게 통쾌함과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많은 깨달음을 전해주었습니다.
드라마 언터처블은 느와르 장르를 표방하며 흥미진진하게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감으로써 속도감 있는 전개가 초반에 펼쳐져 정말 재밌었는데요, 극이 중반을 넘어 결말로 치닫게 될수록 뒷심이 부족해 급전개가 이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용두사미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했던 것이 아쉽게 됐습니다.
뒷심 부족한 느와르 속에서도,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서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나 싶네요. 진구, 김성균, 박근형, 정은지, 고준희는 물론이고 준서의 아내로 특별출연한 경수진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눈을 사로잡아 흡족했으니까요. 여기에 야심 있는 장규호 역의 이재원 역시 눈에 들어와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사랑 없는 결혼을 하게 된 기서와 자경. 자경은 남편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지만 기서는 그녀를 사랑했고, 아내 역시 뒤늦게 그것을 알아차려 더 마음이 아파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며, 함께 떠나자는 말을 했던 기서의 손을 자경이 잡아 주었더라면 둘은 행복했을 텐데 말이죠.
자경 역시 살아오면서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상처로 남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쌓아왔다는 것을 알기에 더 슬펐어요. 기서 못지 않게 아픔이 많았던 자경은 고준희의 날선 연기가 돋보임을 더했답니다.
속물근성을 지닌 타협의 아이콘으로 거듭날 뻔 했던 우리의 서검사, 서이라는 장씨 일가임에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준서로 인해 정의감을 갖고 X팀에 합류함으로써 엄청난 위기의 순간을 끝없이 맞닥뜨리며 성장해 나갑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검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발랄하면서도 통통 튀는 정은지의 매력이 살아났고, 법정에서 법복을 입었을 때의 진지함은 놀랍도록 캐릭터에 걸맞아 인상깊었어요. 준서를 향한 마음 또한 감추지 못하고 드러내며 고백하던 모습도 그래서 압권이었답니다.
조금씩 변화를 보이게 된 준서와 이라의 사랑과 북천의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게 함으로써 드라마 언터처블은 기나긴 느와르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조금 더 쫀쫀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미 끝난 드라마에 얘기를 해봤자 소용없을 뿐이고......부디, 배우들이 좋은 차기작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이것만은, 기대해도 될 듯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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