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공식 유튜브에서 온라인 상영이 이루어진 국립무용단의 [묵향] 전막을 관람했습니다. 2017년 11월 10일의 공연 실황 속에 담긴 이야기는, 사군자를 주제로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춤사위의 절정을 확인하게 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작품은 아트 디렉터 정구호와 안무가 윤성주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로 인해 한국적 전통미의 세련됨이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펼쳐짐에 따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공연으로도 유명해요. 한국창작무용의 남다른 개성과 탁월함을 멋지게 보여줬다는 호평이 자자해서 저도 꼭 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만나게 돼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국립무용단이 선보인 [묵향]은 러닝타임이 60분 정도로 짧은 편이었지만, 그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담아냈기에 집중하며 춤의 향연에 푹 빠져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공연의 소재로 쓰여진 사군자란 매난국죽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의미하며 이를 토대로 한 폭의 수목화를 연상시키는 정갈한 선비정신을 녹여낸 작품이 바로 [묵향]임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시작을 알리는 서무와 함께 막이 오른 뒤에 매, 난, 국, 죽, 종무까지 총 6개의 장이 펼쳐지며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난국죽은 사계절의 순서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서무는 남성 무용수들이 하얀 도포를 입고 등장해 거문고 소리와 어울리는 선비춤으로 강직함을 경험하게 했고(1장_서무), 뒤이어 이른 봄에 만나볼 수 있는 매화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치마와 분홍 저고리를 착용한 여성 무용수의 독무가 군무로 변화함에 따라 화사한 계절의 출발을 알리는 분위기를 선사했습니다. (2장_매화)
여름을 일깨우는 난초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초록색을 중심으로 회색빛 의상이 어우러짐과 동시에 여성 무용수와 남성 무용수가 함께 무대에 올라 멋진 움직임을 선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참고로 위의 사진 속 장면이 바로 난초입니다. (3장_난초)
첫번째 사진 속 여성 무용수가 입은 샛노란 치마와 검정 저고리가 상징하는 국화는 결실로 채워지는 가을의 시간을(4장_국화), 대나무와 함께 등장해 선비의 기개를 몸짓으로 표출한 남성 무용수들의 춤은 겨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5장_오죽)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 다다른 종무에선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갖춰 입은 남녀 무용수들이 차분한 무드를 이끌어가며 시선을 압도하는 군무로 마무리해 감명깊은 공연의 끝을 알렸습니다.(6장_종무)
국립무용단의 [묵향]은 전통악기에 서양악기가 더해진 음악으로 색다른 울림을 전해주면서도,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한 번쯤 만나보면 좋은 공연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2장 매화가 펼쳐질 때 무용수들의 춤과 악기에 더해 노랫소리가 들려오던 순간이 머리 속에 인상깊게 남았답니다. 이와 함께 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한복을 바라보는 묘미도 상당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뿐만 아니라 화선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로 인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시간을 맞닥뜨리는 것이 가능해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무용과 한복의 어우러짐이 전달하는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국립무용단의 [묵향]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기를 바랍니다. 좋은 공연을 이렇게나마 보게 돼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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