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던 [발레 춘향]을 유니버설발레단 공식 유튜브 채널(BalletUBC) 속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만났습니다. 2020년 3월 27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4월 5일 일요일 자정까지 10일 동안, 공연 전막을 시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해서 재생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발레 <발레 춘향>은 춘향전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고전을 발레에 녹여냄에 따라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포함해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많아서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온라인에서 상영 중인 작품은 2018년에 진행된 공연으로써 강미선 발레리나가 춘향으로 등장해 몽룡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몰입갑을 더했습니다. 다만 발레복으로 재탄생된 한복의 색감이 너무 튀어서 이 점은 아쉬웠어요. 특히, 춘향의 모습과 함께 확인하게 된 첫번째 의상의 저고리는 화사함을 뛰어넘는 핫핑크에 가까워서 조금 더 은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덧붙여,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설렘을 시작으로 결말에 다라 애틋함이 고조되며 펼쳐진 환상적인 파드되가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이며 황홀함을 선사했습니다. 참고로, 이날의 이몽룡은 이현준 발레리노였어요.
흥미진진하게 관람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은 한국 고전에 잘 어울리는 의상을 토대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울려퍼짐에 따라 클래식함이 극대화되어 눈과 더불어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음을 밝힙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부분은 몽룡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서 붓을 휘두르며 일필휘지를 표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안무도 멋지고, 움직임도 강렬해서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위의 사진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무용수인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선보이는 일필휘지였는데, 이렇게 정지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때 흘러나온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내림마장조 교향곡 3악장이라고 합니다. 음악과 발레의 멋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몽룡의 한복이 진짜 예뻤어요. 색감도 은은한 푸른 빛을 띄었던 데다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여쁘게 하늘하늘 흩날려서 시선이 절로 갔습니다. 춘향이 의상도 몽룡의 의상처럼 절제미를 뽐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던 시간이었어요. 위의 사진은 과거를 보러 간 상태라 춘향과 함께일 때 보여진 의상과는 좀 다른데, 이 두루마기도 눈에 들어오기는 마찬가지였답니다.
춘향과 몽룡 외에 향단(박수경)과 방자(이택영)의 존재감도 어마어마했습니다. 특히, 방자의 센스가 남달라서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변학도(강민우)의 힘있는 동작들은 좋았으나 춘향을 대할 때 만큼은 한없이 폭력적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음을 밝힙니다. 그만큼 무용수들이 잘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죠.
엔딩이 가까워져 맞닥뜨리게 된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는 역시나 일품이었습니다. 발레는 물론이고 표정 연기까지 섬세해서 괜히 저까지 찡해져 오는 찰나가 있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발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춘향전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게 가능했던 공연이었어요.
특히, 춘향전과 차이코프스키로 말미암아 동서양의 조화로움을 두 눈과 두 귀로 체감하게 돼 행복했답니다. 앞으로도 이런 창작 발레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발레 춘향>의 모티브가 된 춘향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요런 방식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멋진 공연이 탄생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니 새로운 창작 발레를 기대해 보려고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한창인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무료하다면 멋스러운 발레 공연과 즐거운 시간 보내셔도 괜찮겠습니다. 단, <발레 춘향>은 이번주 일요일까지만 상영되니, 이 기간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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