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유튜브에서 2020년 4월 8일 수요일까지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 공연 실황 전막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초연 후 6개월 만에 재연이 결정될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해서 궁금한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행복했어요.
국립창극단의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패왕별희]는 우리나라 고유의 창극과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연극으로 불리는 경극이 한데 어우러짐에 따라 색다른 작품으로 탄생된 것이 특징이에요. 중국 전국시대에 발발했던 한나와와 초나라의 전쟁이 한창이던 때,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내용이 기본 줄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경극을 원작으로 한 공연인 만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역사 속 치열한 전투 안에서 펼쳐지는 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동명의 경극을 토대로 재탄생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 [패왕별희]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지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 하겠더라고요.
창극 [패왕별희]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오강의 노래, 2장:홍문연, 3장:전술과 전략을 세우다, 4장:십면배복, 5장: 사면초가, 6장: 패왕별희, 7장:오강에서 자결하다'로 이루어졌고, 각 장과 관련한 설명을 시작 전에 첨가해서 이해를 돕는 점도 좋았어요.
보는 내내 대한민국의 소리꾼들이 뿜어내는 판소리의 애절함과 경극 특유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어냄에 따라 눈과 귀가 호강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창극 [패왕별희]가 초한지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므로 미리 예습을 하고 공연을 본다면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국립극장 우수 레퍼토리로 선정돼 온라인으로 상영된 창극 [패왕별희]는 앞서 언급한 장점 외에도 화려한 의상과 볼거리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맹인노파(김금미)를 등장시켜 이야기에 흐르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점도 매력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인재를 몰라봤던 항우(정보권)를 대신해 유방(윤석안)의 아내 여치(조유아)가 한신(최용석)을 장군으로 등용한 장면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남다른 기개를 지닌 인물로 절로 눈길이 가더라고요. 비록 여자로 태어났지만, 이 이 두 손으로 구름과 하늘을 떠받칠 뜻이 있다고 부르짖던 모습도 그리하여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4장인 십면매복에서 맞닥뜨리게 된 전투 장면도 흥미로웠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6장 패왕별희를 능가할 순 없었어요. 초나라가 전쟁에서 패하게 될 것을 감지하고 항우와 이별하기에 앞서 보여진 우희의 검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우희 역은 소리꾼 김준수가 맡아 열연했는데, 비애가 가득 담긴 소리와 더불어 화려한 검무와 섬세한 몸짓으로 이어지며 감탄을 자아냈답니다. 커튼콜에서 또한 우희 그 자체라서 멋졌어요.
창극과 경극의 성공적인 결합이 이끌어낸 창극 [패왕별희]가 호평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저 또한 눈으로 확인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 아닌 패왕의 삶과 죽음, 사랑을 만나게 해준 작품은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비극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공연장에 방문해서 현장의 열기를 경험하며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집에서 느낀 재미를 뛰어넘는 감동이 밀려올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해줬던 창극 [패왕별희]였습니다. 국립창극단에 소속된 소리꾼이자 배우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 단원들의 활약에 다시금 박수를 보냅니다. 능숙하게 경극을 펼쳐나가면서 최고의 소리를 내고자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소화했을 거라고 예상이 되는데,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니 감탄할 만 합니다.
초연과 재연 모두 각광받은 공연이었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면 다시금 공연장에서 만나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극과 창극의 조화가 감탄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었던 창극 [패왕별희]를 미처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다음 기회에는 꼭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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